손학규 민주당 대표는 라디오를 통한 당대표 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사태로 불안한 정세가 조성됐지만 우리는 거기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고 전하면서 그에 대해 “진심으로 환영 한다”고 말했다. 머물러 있을 수 없다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손 대표가 전한 이명박 대통령 말의 진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머물러 있을 수 없다는 것이 당위론이라면 그 당위를 가로막고 있는 건 천안함 폭침과 연평도 포격에 대한 북(北)의 시인 사과 재발방지 약속 거부다. 이 거부가 스스로 철회되지 않는 한 남북관계는 현 상태에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다는 투로 정한 사람이 바로 이명박 대통령 자신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마치 남이 한 짓이었다는 양 “머물러 있을 수 없다”고 한다면 어리둥절해지지 않을 수 없다.

북을 향해 “머물러 있을 수 없으니 빨리 시인 사과 재발방지 약속을 하라는 뜻에서 그런 말을 했다면 그건 물론 좋다. 그러나 진정 그런 뜻이었다면 손학규 대표가 ”진심으로 환영 한다“는 화답했을 리가 없지 않은가?

그렇다면 무슨 뜻에서 그런 말을 했는가? 천안함 연평도를 선반 위에 얹어 놓고 거래를 다시 트자는 뜻이었나? 만약 그렇다면 대통령 언동의 일관성과 진정성을 믿기 어렵게 된다.

지금 따지고 싶은 것은 “머물러 있을 수 없다고 말하는 게 옳다”거니, “머물러 있어야 한다고 말하는게 옳다”거니 하는 것 이전에, 한 나라의 대통령 말이 왜 그렇게 “그게 무슨 뜻이었느냐?”고 새삼 물어 보게 만들 만큼 분명치 않으냐 하는 것이다.

대통령의 말, 특히 대북 정책 같은 중요 안보문제와 관련한 대통령의 말은 한 점 알쏭달쏭함도 없이 확실하고 분명(clear and distinct)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그 진의가 뭐냐고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만들었다가는 심한 경우엔 전쟁도 날 수 있는 게 대통령의 천금 같은 말이다.

북의 시인 사과 재발방지 약속을 요구한 게 이명박 정부의 진의인가, 손학규 대표가 “진심으로 환영 한다”고 한 이명박 대통령의 “머물러 있을 수 없다”고 한 게 진의인가? 우리는 그것이 알고 싶다. 하긴 이명박 정권의 특징은 일관된 원칙이 없다는 것이니 물은들 뭣 하랴.



류근일 2011/7/7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