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산광산에서 근무하다 탈북한 김일남(가명) 씨는 “북한에 있을 당시 한 달 평균 30kg의 식량을 배급 받지만 언제한번 배부르게 밥을 먹어 본적이 없다.”며 “ 아내와 두 아이까지 4식구가 한 달 동안 먹고 살기엔 30kg의 쌀은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고 말한다.

남한사회에서 한 달 쌀 30kg이면 4식구가 충분히 먹고 살 수 있는 식량이다. 그러나 북한에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아마 남한주민들은 이에 대하여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그 양이 그 양인데, 왜 북한주민들에게는 턱 없이 부족한 양인가?” 하고 말이다. 북한주민들은 “만성적인 식량난”으로 “만성적인 영양결핍”에 걸려있다는 것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또 북한주민들에게 배급하는 식량은 남한주민들이 사먹는 쌀처럼 먹음직스럽지 않다.

남한에서는 쌀 함박(쌀 이는 바가지)가 없어진지 오래지만 북한에서 공급하는 식량은 쌀 함박이 없이 밥을 해먹을 수가 없다. 반드시 쌀을 일어서 돌멩이들을 걸러내야 한다. 거기에 정미가 제대로 안된 쌀들에는 벼 알과 껍데기들이 가득하다. 식량으로 통강냉이(옥수수)를 배급하는 경우에는 손해가 막심하다. 돌, 껍데기가 너무도 많기 때문이다. 돌은 어쩔 수 없이 걸러내고 껍데기는 아까워 먹는 다해도 인간의 내장으로는 그 껍데기를 소화시킬 수 없다.

이미 다 알고 있겠지만 강냉이 껍질은 리그닌 성분으로 되어 있다. 리그닌 성분을 소화시킬 수 없다는 것은 상식이다. 게다가 북한은 남한처럼 부식물로 필수영양소를 보충할 수 없다. 밥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서 영양을 섭취해야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비타민 등 필수 영양소를 골고루 섭치하지 못한다. 따라서 항상 영양이 결핍되어 허덕인다. 4인 가정에 30kg의 식량도 모자란다는 이유가 바로 남한 주민들이 생각할 수 있는 이런 하찮은 요인 때문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식량배급을 타 먹는 특권은 북한주민으로써는 행운이라 말할 수 있다.
북한에서 배급체계가 마비 된지도 어언 15년, 요즘 배급 타는 특권을 누리는 것은 당, 군, 정권, 사법기관 관계자들과 군수산업, 탄광, 광산 부문에 종사하는 노동자 당사자들뿐이다.
북한에서 당, 군, 정권, 사법기관에 종사하는 권력층 즉 핵심계층은 전체주민의 약 25%에 해당된다. 나머지 75%는 늘 굶주림과 차별 속에서 살아간다.

지난 7일 아내와 두 아이를 데리고 탈북한 김일남(가명)씨는 “한마디로 앞이 보이지 않아 북한을 떠났다”고 탈북동기를 밝혔다.

2003년 북한군 군관(장교)으로 근무하다 제대된 김 씨는 무산광산에 배치되었다. 무산광산은 인구 2만5천명의 직원을 가진 거대한 철광석 생산기지로 18만 무산주민 가운데 거의 유일하게 식량을 배급하는 곳이다.

무산광산은 철광석은 모두 중국으로 넘어간다. 지난기간 김책제철연합기업소에 철광석 공급해 왔지만 제철소의 경영난으로 북한의 최대 노천광산은 무용지물이 되어 버린 것이다.

하여튼 중국에 넘기는 덕에 광산노동자들은 남들이 못 먹는 배급 쌀을 타 먹는 특전을 누리게 되었다. 무산광산 노동자들은 적어도 한 달에 20일분의 식량을 배급받는다. 그것도 옥수수나 잡곡이 아닌 중국산 쌀로 말이다.

김 씨의 경우 본인은 하루 500g, 부인과 아이들은 하루 300g씩 계산하여 한 달 평균 30kg의 쌀을 공급 받는다. 비록 기존의 광산노동자의 1일 식량배급량이 800g인데 비해 많이 줄어든 양이지만 식량배급이라는 단어조차 잊은 지 오랜 다른 부문의 노동자들에 비하면 그들은 대우는 남다르다고 봐야 할 것이다.

그러나 30kg의 쌀로 김 씨네 식솔이 한 달간 먹고 살기에는 너무나 부족하다. 제대로 배부르게 먹으려면 보름 분 식량밖에 안 된다. 월급이나 많이 받으면 부족 되는 식량을 장마당에서 구입할 수 있지만 광산노동자의 월급이라야 겨우 3000~4000원 밖에 안 된다. 그 나마 꼬박꼬박 주면 좋겠지만 석 달에 한번이나 월급을 손에 넣을 수 있다. 배급만 가지고는 온 식구가 굶주림이나 겨우 면할 수 있는 형편이다.

아내가 장사라도 해보려고 하지만 40세미만은 장사하지 말라는 별난 놈의 법 때문에 장마당에 나가기도 힘들다. 장사단속도 어찌나 심하게 하는지 오전에는 장마당을 아예 열지도 못하게 하고 오후 1시부터 저녁 6시까지나 장사를 하도록 제한하고 있다.

게다가 검열은 어찌나 자주 하는지 작년에 중앙당에서 비사회주의 검열 구루빠가 내려와 한바탕 휘젓고 갔는데 이달 중순에 또 무산으로 내려온다니 합법적인 장사꾼이든, 비합법적인 암시장 장사꾼이든 꼴불견이다.

사는 게 힘드니 명절도 명절 같지 않다. 주민들은 신정에 명절공급으로 콩기름 100g에 술 한 병을 공급 받았다. 설에 고기 한 점 못 사먹은 집이 수두룩하다. 요즘에는 경비대도 돈에 쪼들렸는지 무조건 선불을 요구해 도강이 전보다 훨씬 더 어려워 졌다.

한 방울의 물방울에 온 우주가 비낀다고 “‘노동자의 천국’이라는 우리식 사회주의는 아무리 뼈 빠지게 일해도 밥 한 끼 배불리 먹을 수 없는 지옥 같은 세상이다.”라는 김 씨의 한마디 말에서 김정일 독재체제에 환멸이 뚝-뚝 묻어난다.

남한처럼 제도적으로 생존 권리를 보장해주는 제도라면 “잘살아도 내 팔자, 못살아도 내 팔자”라 하소연할 수 있지만, 체제자체가 이모저모 인간생명을 위협하고 있으니, 북한주민들이 못 먹고, 못사는 것은 김정일 독재정권 탓이 분명하다.

또 인간생명을 귀중히 여기지 않는 이기적 정권이 기를 쓰고 물러나지 않으려고 인간이상의 살벌한 분위기를 조장하고 있으니, 이성을 가진 사람이 살아가기는 역부족이다. 그래서 북한주민들이 바라는 것은 남한을 비롯한 국제세계가 북한주민들이 김정일 독재정권을 몰아내고 이성사회를 살아갈 수 있도록 성원을 부탁하는 것이리다. 북한주민들이 싸울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때까지만 이라도 말이다.

김대성 기자 lstarki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