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자들이 차디찬 북한 땅 어디에 살아는 있는지, 굶주리며 고통을 겪고 있지는 않는지, 이미 세상을 떠났다면 언제 어떻게, 그리고 어디에 묻혀 있는지... 북한당국의 대답을 촉구하는 ‘자유북한방송’의 납북․납치 문제해결 특별방송이 시작된다.

자유북한방송은 북한에 의한 납북납치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2008년 1월1일부터 매일아침 5시~5시 반 사이 단파 7510KHz로 특별방송을 개시한다.

얼마 전 북한 대남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납북자들의 생사확인과 무사귀환을 요구하며 ‘납북자이름 부르기 운동’을 전개한 납치관련단체와 가족들을 "진실을 왜곡하다 못해 사실을 날조하는 남조선의 극우보수 세력, 쓸개 빠진 인간쓰레기"라는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악담과 비난을 퍼부었다.

끓어 앉아 머리를 조아리고 사죄해도 모자라는 판에 적반하장 격으로 납북자의 존재자체를 부인하는 북한당국의 망언과 태도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을 하루아침에 빼앗긴 후 생사도 모른 채 55년이 넘도록 오매불망하며 고통 속에 살아 온 납북자 가족들에게 큰 실망과 상처를 주고 있다.

남한의 공보처 통계국이 작성한 '서울특별시 피해자 명부'의 2,438명과 한국정부가 발행한 '6,25사변 피 납치자 명부'에 등재된 82,959명 등 5개의 문서에 등재된 납치대상자 중 중복된 인물을 제외하고 총 96,013명의 납북자 명단이 확인되었다.

납북자들의 직업도 다양한데, 국회의원(63명), 판검사(90명), 변호사(100명), 경찰(1,613명), 행정공무원(2,919명), 군인 및 군속(879명), 교수 및 교원(863명), 의사 및 약사가 526명이나 포함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50여년 세월이 흘러가는 사이 전시 납북자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갔고, 졸지에 가장을 잃은 납북자 가족들은 지난 세월 간난신고 속에서 살아왔음은 두말할 것도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북한은 어머니에게서 아들을, 아내에게서 남편을, 자식에게서 아버지를 빼앗아 납치해 북으로 끌고 가고서도 아직도 거짓으로 자신들의 죄악을 은폐하고 있다.

북한 당국이 진정 남북 간 화해와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눈물을 씻겨주는 일, 일구월심 헤어진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납북피해자들을 남쪽 가족에게 돌려보내는 일부터 추진해야 할 것이다.

자유북한방송은 새해 1월1일부터 “납북, 납치문제 특별방송"을 통해 남한과 일본, 미국과 루마니아 등 국제적 범위에서 자행된 북한정권의 반인륜적인 납북, 납치행태에 대한 규탄과 문제제기, 그 해결책을 목표로 삼아 개시한다.

또한 북한정권을 향해 납북, 납치피해 당사국들에 대한 사과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할 것이며, 북조선 인민들에게는 납북,납치피해자들의 신변안전과 피해자관련 정보제공,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 할 예정이며 국군포로문제, 전쟁 후 납치자 문제 등도 함께 다룰 예정이다.

김대성 기자lstarkim@naver.com (아래는 방송 전문)

북한에 의해 발생한 납북,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방송

# (음악)

여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자유와 민주, 통일의 새아침을 여는 자유북한방송입니다. 본 방송은 대한민국 서울에서 편성되며 김정일 정권을 반대해 북한을 탈출한 탈북자들과 통일을 지향하는 남한의 열혈청년들이 만들어가는 방송입니다. 2005년 12월 30분의 대북단파방송으로 시작된 본 방송은 현재 하루 세 시간 삼십분의 단파방송을 진행하고 있으며 매일 새벽 다섯 시부터 다섯 시 반 사이에 진행되는 새벽방송을 통해 “납북,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방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청취자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과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갈무리)

남 : “납북, 납치문제 특별방송"은 남한과 일본, 미국과 루마니아 등 국제적 범위에서 자행된 북한정권의 납북, 납치행태에 대한 문제제기와 해결책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북한정권을 향해서는 납북, 납치피해 당사국들에 대한 사과와 문제의 조속한 해결을 촉구할 것이며, 북조선 인민들에게는 납북, 납치피해자들의 신변안전과 피해자관련 정보제공, 그리고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하게 될 것입니다. (음악 마무리)

여 : 헤어져 본 사람만이 그 고통의 깊이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느날 문득 사랑하는 자식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부르고 싶은 그 이름 하나를 안고 평생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남 : 헤어져 본 사람만이 그 고통의 너비를 알 수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날이 선 면도칼이 만든 것 같은 아프고 잔인한 이별의 고통을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들은 지금 이 순간도 기다림의 멍에를 무겁게 끌고 있습니다.

진행자 : 예, 북한에 의해, 북으로 끌려간 납북, 납치문제해결을 위한 자유북한특별방송, 오늘 그 첫 번째 순서로 지난 6.25전쟁 시기 북한에 납치되어간 6.25납북자 문제를 집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출연에 자유북한방송 김성민 국장입니다.

: 청취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김성민입니다. 오늘 시간에는 6.25납북자문제란 무엇인가, 라는 부제를 달고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지금 대한민국 서울에는 '6·25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 라는 명의의 시민단체가 있습니다. 이 시민단체의 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미일 씨의 아버지는 지난 6.25전쟁당시 북으로 끌려간 사람입니다. 또 이 단체 소속 회원들 모두의 사랑하는 부모, 친척들도 전쟁이 한창이던 때 북으로 끌려간 사람들입니다. 그 자녀들이 모여 북으로 끌려간 부모, 친척들의 생사여부 확인과 귀환운동을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공화국 당국자들은 전쟁 발발 후 남쪽에서 납치되어 북으로 들어간 사람들이 없다고 극구 부인하고 있습니다. '우리민족끼리'를 비롯한 대남선전매체들을 통해 "공화국(북한)에는 납북자란 원천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사회 속성상 존재할 수도 없다"고 주장하기도 합니다.

또, "남조선 출신들은 미제의 군사적 강점과 이승만 정권에 환멸을 느끼고 자기 신념에 따라 북으로 들어왔거나, 의용군에 입대하여 미제와 싸웠다"며, "자원적으로 공화국의 품에 안긴 사람들이 어떻게 '납북자'가 될 수 있는가"라고 토를 달기도 합니다.

하지만 '6·25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는 지난 해 2월 자신들이 발간한 보고서를 통해 전쟁 발발 후 3개월간 남한에서 생활하던 지식인 10만 여명이 북한 당국자들에 의해 계획적으로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규명해냈습니다. 이와 관련해서도 북한의 선전매체는 이러한 사실을 밝혀낸 사람들에게 "진실을 왜곡하다 못해 사실을 날조하는 남조선의 극우보수세력, 쓸개 빠진 인간쓰레기"라고 비난을 퍼부었습니다.

하지만 알려진 바와 같이 지난 6.25전쟁시기 남쪽출신 사람들이 상당수 북한으로 끌려갔습니다. 그 가운데는 비날론 발명가 이승기박사를 비롯해 수많은 과학자들과 배우 등 인텔리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일제시기 일본 동경 등 유학을 다녀온 인텔리들 대부분이 대학과 전문학교가 많은 서울에 내려와 살았다는 것 역시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또 배움에 뜻을 둔 많은 북쪽 출신 인텔리들도 북쪽에 소련군정이 들어서면서 계급독재가 실시되자, 탄압을 피해 38선을 넘어 남쪽으로 내려왔었습니다.

건국을 해야 하는 북한으로서는 인재 부족으로 애를 먹었을 것이 분명합니다. 이러한 사정과 관련해 김일성은 1946년 담화문을 발표하고, “부족한 인텔리문제를 해결하자면 북조선에 있는 인텔리들을 다 찾아내는 한편, 남조선에 있는 인텔리들을 데려와야 한다.” 고 말한 기록이 있습니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전쟁이 일어나자, 청소한 공화국 당국이 제일 먼저 진행한 일은 이름 있는 과학자들과 배우들을 북한으로 데려가는 작업이었습니다.

제일 먼저 인민군을 따라 서울에 입성한 노동당 정치공작대원들은 인민군부대들과의 협동 하에 과학자들의 주소를 미리 알아가지고, 북쪽으로 대대적으로 끌어갔습니다.

남한의 공보처 통계국이 작성한 '서울특별시 피해자 명부'의 2,438명과 한국정부가 발행한 '6,25사변 피 납치자 명부'에 등재된 82,959명 등 5개의 문서에 등재된 납치대상자 중 중복된 인물을 제외하고 총 96,013명의 납북자 명단이 확인되었습니다.

납북자들의 직업도 다양한데, 국회의원(63명), 판검사(90명), 변호사(100명), 경찰(1,613명), 행정공무원(2,919명), 군인 및 군속(879명), 교수 및 교원(863명), 의사 및 약사가 526명이나 포함되어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시다 시피, 공화국 당국자들은 이렇게 끌어간 납북자들을 "의거 입북자"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들이 곁에서 지켜보신바와 같이 납북자들은 고향을 떠나 부모와 처자식과 헤어져 한평생을 애타고 쓸쓸하게 보내고 있지 않습니까.

북한에 의해 기획, 유인, 색출되어 끌려간 이들 납북자들은 북한이 자행한 불법납치의 당사자들이며 이들이야 말로 북한 정권이 직접 개입한 납치테러의 조직성, 불법성, 강제성, 범죄성을 증명하는 산 증인들입니다. 그 때문에 더 큰 고통과 괴로움을 당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6.25전쟁을 불완전하게 마무리한 1953년의 군사정전협정 제59항에 따르면 ‘실향사민 귀향협조위원회’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 위원회의 노력으로 귀환한 전시 납북자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1955년 9월 대한적십자사의 요청으로 국제적십자사가 17,500명의 전시 납북자 송환을 위한 주선에 나선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묵묵부답이었습니다. 단, 1957년 뉴델리 국제회의에서 330여명의 생존자만 확인해 주었을 뿐입니다.

이처럼 북한은 납북자 불법억류와 숫자 은폐 등 2차 범죄, 그리고 생사확인과 귀향, 원상회복 등 인권실현 거부라는 3차 범죄까지 저지르고 있습니다. 반인권과 반문명의 극치를 만천하에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이후 50여년 세월이 흘러가는 사이 전시 납북자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 갔습니다. 졸지에 가장을 잃은 납북자 가족들이 지난 세월 간난신고 속에서 살아왔음은 두말할 것도 없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가족을 하루아침에 빼앗긴 후 생사도 모른 채 살아야만 하는 남겨진 가족들은 55년이 넘도록 오매불망하며 고통 속에 살고 있습니다. 납북된 가족들이 차디찬 북한 땅 어디에 살아는 있는지, 굶주리며 고통을 겪고 있지는 않는지, 이미 세상을 떠났다면 언제 어떻게, 그리고 어디에 묻혀 있는지...이제는 공화국 당국이 대답을 해야 합니다.

북한 당국이 진정 남북 간 화해와 평화를 원한다면 전쟁 피해자들이 겪고 있는 고통과 눈물을 씻겨주는 일, 일구월심 헤어진 가족들을 그리워하는 납북피해자들을 남쪽 가족에게 돌려보내는 일부터 추진해야 할 것입니다.

이미 고령이 된 납북자들의 연세로 미루어 보아서도 더 이상 미룰 사안이 아닙니다. 납북피해자 가족들은 “납북 1세대들이 모두 세상을 뜨고 나면 생사가 확인된 들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고 말하고 있습니다.

또 “슬픔과 그리움으로 눈물의 세월을 보내며 지금까지 납북된 아버지를 기다려온 어머니에게, 그리고 오직 납북된 아들이 살아 잇기만을 기원하며 마지막 생명줄을 놓지 않고 남아 있는 어머니들에게 소식을 전해 달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납북된 아버지의 아들, 딸들이 반세기가 넘도록 단 한 번만이라도 아버지와 어머니를 불러보고 싶어 하는 억하심정과 북녘 땅을 바라보며 흘리는 그 서러운 눈물을 이제는 멈추게 해야 합니다.

납치는 인간을 말살하고 가정을 파괴하는 가장 극심한 인권유린행위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며 오늘 이야기를 마치려 합니다.

진행자: 예, 6.25납북자 문제에 관한 김성민 국장의 이야기였습니다.
다음은 자유북한방송의 기획특집으로 마련된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제 1편을 들려드리겠습니다. 진행에 김수연 기자입니다.

“안 죽고 살아있으면 만나겠죠."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 납북자 김점석 편]

안녕하세요?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의 김수연 입니다. 이 시간은 갑작스러운 생이별로 오랫동안 가슴앓이 해 왔던 납북자 가족들의 사연을 나누고, 또 역시 북에서 남쪽의 가족들을 그리워하고 계실 납북자 분들에게 안부를 전하기 위해 마련된 시간인데요.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 오늘은 그 세 번째 시간으로, 납북자 김점석 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오늘의 증언자는 김점석 님의 배우자인 86살의 박옥련 할머니와 그 장녀인 김지혜 씨입니다.

1913년생인 김점석 씨는 1950년 7월 8일 오후 2시, 당시 자택이었던 서울시 용산구 남영동에서 납북됐습니다. 전직 부장 검사를 지냈고, 납북 당시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었던 김점석 씨의 죄목은, 당시의 높은 직위와 부자였다는 점, 그리고 국회의원에 출마했다는 것이었습니다.

김점석 씨의 가족은 전쟁 직후 피난을 시도했지만, 아픈 아내와 자녀를 두고 갈 수가 없었던 사정으로 다시 집으로 돌아와 지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인근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단국대 법대 학생이 김점석 씨를 살리겠다며 찾아왔는데, 잠시 후 용산경찰서에서 나온 붉은 완장을 찬 사람이 뒤따라 들어와 김점석 씨를 연행해갔습니다.

(박옥련 음성 증언) “그 뒷날 갔죠, 우리가 경찰서로, 그러니까 2~3일 더 있어야 조사가 끝난다고 가라고 하더라구요. 그래 또 왔어요. 왔는데 또 그 다음날 또 갔죠. 그때 이제 여기 없다고 하는거예요. 왜 없어요? 그러니까 정치보위부가 옛날에 지금해도 그때 자리가 국립도서관이죠. 그래 추방시켰답니다. 그래서 이제 야, 야단났구나 하고 거기를 몇 번을 갔는데도 만날 수가 없는 거예요, 만나주지 않아서...”

납치된 이후 박옥련 할머니는 함께 취조를 받았다는 한 변호사를 통해 남편의 소식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지인으로부터 형무소 간수가 윗옷을 하나 주웠는데 그 안에 ‘김점석’ 이름 석 자가 수 놓여있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고, 또 다른 한 지인에게서는 1.4 후퇴 직전에 자강도 어느 식당에서 남편을 본 일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습니다.

(박옥련 음성 증언) “6.25가 끝난 후에 되야 만나서 장변호사란 사람이가 한방에 같이 있었다고 우리한테 연락이 왔어요. 그래가지고 자기는 변호사만 했기 때문에 나왔고, 그 영감님은 내가 잘못한 게 뭐가 있냐? 나는 애국자다 하며 막 싸우더라는 거예요. 외국사람들하고.... 그래가지고 더 조사한다, 더 조사해야 한다 해가지고 못나왔다고 그런 얘기를 하더라고요.”

김점석 씨가 용산경찰서에 들어간 다음 날, 서에서는 완장 찬 사람 서너명이 찾아와 가택 수사를 하고, 현금과 귀중품을 모두 압수했습니다. 이후 자택은 인민 여성동맹의 근거지로 사용됐고, 피랍인의 가족은 친척집으로 피신했다가 1.4 후퇴 때 부산에서 지냈습니다. 그러다가 서울로 온 뒤에는 박옥련 씨가 직장생활과 장사를 하면서 생계를 꾸려갔습니다.

(박옥련 음성 증언) “현찰이나 돈이건 뭐이건 다 아주 찾아서 쌀이고 다 가지고 간 거예요. 아, 이거를 보관한다고. 그리고 살림은 방이 하나 커요. 일본집이되서. 거기다가 운반을 해가지고 못질을 해요. 손을 못대게 못질을 하는데 우리가 거기에 있을 수 있어요? 무서워서. 그러니까 우리는 도망을 쳤어요. 애들을 데리고...”

1.4 후퇴 후 부산에서 살 당시에는 셋째 딸이 조폐공사를 폭격할 때 도망쳐 나오다가 파편에 다쳐서 피투성이가 되는 일이 일어났습니다. 박옥련 씨는 딸을 데리고 병원에 갔지만 인민군들에 의해 모두 연행된 의사를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촌으로 가면 의사를 만날 수 있을 거라는 충고를 듣고 찾아낸 의사에게 석 달 동안 치료를 받은 후 셋째 딸은 다행이도 나을 수 있었다고 합니다.

(박옥련 음성 증언) “근데 그 통에 다 못을 하고 없는데, 내가 금패물이 많이 있었어요. 그 당시에 잘 살아서. 근데 그거를 자루에다 꺼매가지고 차고 있었거든요. 근데 너무 더워서 그거를 풀러서 여기 밑에다 놨는데 인민군이 밟고 다녀요 그걸. 내가 저걸 뺏기면 어떡하나 하고 있는데 돈만 쌀하고 다 가지고 갔지, 그거는 밟고 다니는 걸레인줄 알고 안가지고 갔다고. 그 금패물을 하나씩 주면서 페니실린을 구해가지고 이걸 나은 거예요. 셋째 딸을”

현재 아버지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자녀는 장녀 김지혜 씨 뿐입니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버지와 비슷한 모습을 한 남성을 보고 막 뛰어가서 확인할 정도로, 어린 김지혜 씨에게는 아버지가 그리울 수밖에 없었습니다.

(김지혜 음성 증언) “아유, 모르죠. 기억도 못해요. 근데 아버님 얼굴을 기억하는 사람은 나만 기억을 하지. 3학년 때인가 한데, 겨울이었어요. 아, 어떤 양반이 우리 아버지하고 똑같이 생긴 사람이 막 가더라구. 오바입고, 모자 딱 쓰고, 가방 그거 왜, 변호사 가방 같은 거 들고. 그래서 내가 막 쫓아갔어요. 우리 아버지인가 하고 쫓아갔더니 앞을 가로막고 가서 봤더니 아닌데, 학교 갔다 오다가. 나는 이렇게 오고, 이렇게 가고 하다가 마주쳐서 내가 다시 막 쫓아가서 봤더니 아닌데...”

박옥련 할머니는 피랍인에 대해 너무 성의가 없게 느껴지는 정부에 대해 서운함을 표시했습니다. 장녀 김지혜 씨 역시 현재 북조선을 의식해 강하게 건의하지 못하고 있는 정부에 대해, 다만 바라는 것은 생사확인과, 살아계시다면 이산가족 상봉의 형식으로라도 뵙고 싶은 것이 소원이라고 밝혔습니다.

(박옥련 음성 증언) “제가 볼 때는 그 정도는 지금 할 수 있지 않나? 우리 정부 힘으로. 뭐 확인이라든가, 납북자들이 저희 아버님이 북한에 붙잡혀 가셔갔고, 어떻게 사셨는가? 돌아가셨다면... 또 살아계시면 한번 상봉이라도 해보고 싶고. 그다음에 돌아가셨으면 어떻게 사셨다 돌아가셨다는 것을 좀 알았으면 좋겠어요. 그거 이상은 바라질 않아요. 아마 저뿐만 아니고 우리 납북자 가족회 계신 분들이 전부 그런 걸 원하시더라고요. 어떻게 살다 가셨는가...”

30대 중반에 헤어져 이제 80대가 된 박옥련 할머니, 그러나 할머니는 아직도 재회의 소망을 잃지 않고 계십니다. 마지막으로 남편과 아버지에게 부인 박옥련 씨와 맏딸 김지혜 씨가 전하는 안부를 들어보겠습니다.

(박옥련 음성 증언) “오래 살았으면 좋겠어요. 언젠가는 만날 수가 있겠지요. 오래 살면...여기서는 오래 살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이북에 갔다 온 의사들 얘기 들으니까 이북에 약이 없다고 그러더라구요. 약이 없어서 오래 사는 게 힘들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운명은 알 수 없잖아요. 오래 살 수 있으면 오래 살아야 하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아서 꼭 와서 만나고 그랬으면 좋겠어요.”

(김지혜 음성 증언) “바램이라면 이북에 붙잡혀 가셨어도, 그곳에서 가족을 이루고 잘 사시다가 솔직히 말해서 공산당에 협력을 하셨더라도 저는 다 괜찮아요. 아무쪼록 가장 이리 뭐 잘 사시다가 자기 수명대로 가셨으면 이게 제 최대의 지금 바람이고 소망 이예요. 그 이상은 바라지 않습니다. 우리 어머니도 거기 가서 아마 잘 사시다가 가셨기를 바라실거예요. 다른 분하고 재혼하셔가지고 잘 사시다가 가셨으면... 그 이상은, 오히려 그걸 저는 바라고 있어요.”

6.25전쟁납북인사가족들의 사연을 전해드리는 <돌아오지 않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이 방송을 들으시는 분들 중에 납북되신 당사자 분이나, 혹은 그 가족 분, 친척분 등 납북인사에 대한 소식을 아시는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서울 02-965-9151번으로 연락주시거나, 저희 자유북한방송으로 연락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저는 다음 주 이 시간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김수연이었습니다.

# 음악

진행자: 여러분들은 지금 대한민국 서울에서 진행하고 있는 자유북한방송-납북,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특별방송을 듣고 있습니다. 자유북한납북, 납치문제 특별방송은 매일아침 다섯 시 부터 다섯 시 반 사이 단파 7510KHz로 들으실수 있으며 인터넷 웹사이트 www.freenk.net으로도 들으실수 있습니다.

다음은 지난 2006년 9월 27일, “전시 납북사건 사료집” 을 발표하던 날, “6.25전쟁 납북인사가족협의회”가 발표한 성명서를 들으시겠습니다.

[로동신문 논평 “용납할 수 없는 반공화국 모략소동”에 대한 성명서]

북한은 전쟁 납북자의 존재를 솔직히 인정하고 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라!

북한은 지난 9월 5일 <로동신문> 논평을 통해 우리 가족회 부설 한국전쟁납북사건자료원이 발표한 통계자료에 대해 비난하고 “전쟁납북자는 없다”는 주장을 강한 어조로 내놓았다. 이에 우리 납치피해 가족들은 북한의 거짓된 주장에 대한 현장검증을 위해 2006년 9월 20일 발간한 <한국전쟁 납북사건 사료집>을 반론을 위한 증거 자료로 제시하는 바이다.

1946년 7월 31일 김일성은 북한 내에 인텔리들이 부족하니 “남조선에서 인테리들을 데려 오라”는 교시를 내림으로써 이미 남한 내에서 데리고 올 인텔리 지식인들의 소재를 파악하여 명단을 작성하였음을 여러 경로로 확인할 수 있다.

북한은 남한을 기습 남침하기 전인 1949년부터 주재지사업 등을 통하여 남한 내 각 지역의 정보를 입수하고 그들이 말하는 반동세력 와해와 협조세력들을 조성하는 등 치밀한 계획을 사전에 실행하였다.

1950년 6월 25일 끝내 북한은 해방전쟁이라는 미명하에 동족상잔이라는 민족역사상 최대 비극인 6.25전쟁을 도발하였고 곧장 그들은 전쟁 전에 데려가지 못했던 필요한 인텔리들을 색출하여 7,8,9월에 집중적으로 납북하였다.

전쟁이 장기화 되자 남한 점령지역에서 의용군을 강제로 모집하여 전선으로 보냈고, 북한의 전후 재건을 위하여 기술자를 비롯한 ‘노력자’들을 납치하여 북송하였다.

그 당시 납북되었다가 구사일생으로 탈출에 성공한 여러 분들의 생생한 증언이 있고, <사료집>에 그것을 풍부히 담고 있다.

이 외에도 북한은 <군사위원회 결정사항 제18호>에 명시된 북한내 인력부족과 서울의 식량난으로 인하여 서울 인구의 50만을 북송하라는 지시에 의하여 7월부터 서울시민들을 강압적으로 북으로 전출시키기까지 하였다.

우리들이 보는 앞에서 사랑하는 가족을 강제로 잡아 갔음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휴전 협정당시부터 지금까지 애시 당초 “납북자는 없다”는 말도 안 되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는데, 이에 납북자 가족들의 억장은 무너져 내렸다.

전쟁 중 결성되었던 ‘6.25사변 피랍치인사가족협회’에서는 가장과 아들을 졸지에 빼앗기고 돌려 달라고 죽을 힘을 다해 호소했지만 북한은 지금껏 단 1명도 돌려보내지 않았을 뿐 아니라 생사조차도 확인해주지 않고 있다.

북한은 어머니에게서 아들을, 아내에게서 남편을, 자식에게서 아버지를 빼앗아 납치해 북으로 끌고 가고서도 아직도 거짓으로 자신들의 죄악을 은폐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북한은 이번 <로동신문> 논평에서 납북자는 없고 의용군만 있다고 했다. 의용군이야말로 남한, 북한 양 체제에서 버림받고 잊혀져간 대표적인 전쟁 납북자들이며 우리는 이들의 인권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도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있다. 의용군의 존재를 인정한 북한의 이번 논평이야말로 역설적으로 전쟁 납북자의 존재를 확인하고 있는 것이라고 우리는 보고 있다.

납북 1세대들이 다시 만날 날만을 학수고대하며 살다가 많은 분들이 한을 품고 세상을 떴고 지금도 속속 뜨고 있다. 그리고 그 자녀들도 그 뒤를 이어 세상을 뜨고 있지만 진실은 이미 밝혀지고 있고 역사는 진실을 말한다는 사실을 똑똑히 보게 될 것이다.

북한 당국은 더 이상 진실을 왜곡 은폐하지 말고 같은 민족끼리 전쟁납북자의 생사와 소재파악 등 문제 해결을 위하여 진실하게 남북 협상에 임해줄 것을 촉구한다.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회원 일동.

# 음악

: 10만 여명에 달하는 6.25전쟁 납북자들과 국군포로들, 정전 후 북으로 끌려간 사람들과 70년대 중반부터 북한에 납치되어 강제로 끌려간 일본과 미국을 비롯한 세계 12개국의 납치피해자들이 있다는 사실을 인류의 양심은 기억하고 있습니다.

: 김일성-김정일 정권하에서 자행된 납북, 납치문제는 분명한 인권침해인 동시에 반인륜적 범죄행위입니다. 공화국 당국자들은 대한민국과 일본, 미국과 유럽을 비롯한 국제사회가 이와 같은 반인륜적 범죄행위에 대해 더 이상 침묵하거나 용서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진행자: 예, 지난 6.25전쟁당시 북조선에 의해 납북된 가족들의 애타는 사연과 납북문제의 본질 등을 해부해 보는 자유북한 특별방송이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국군포로 문제와 정전 후 납북문제, 일본과 미국을 비롯한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방송을 약속드리며 이만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지금까지 진행에 송동열, 대한민국 서울에서 보내드리는 자유북한방송 이였습니다. 청취자 여러분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