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은 황해제철소 폭동노동자들에게 ‘무력의 힘을 보여주라. 조그마한 싹도 잘라 버리라’고 명령하였다]북한에서 황해제철소 또는 송림제철소로 널리 알려진 이곳을 지금은 제철소의 이름보다 노동자들의 시위가 탱크로 진압된 곳으로 더 잘 알려진 곳이다.

1998년 8월 평양시에 쉬쉬하는 소문이 나돌았다.
‘황해제철소에서 폭동이 일어났대!’, ‘탱크로 진압했대.’, ‘인민무력부 보위사령부가 직접 군대를 이끌고 가서 시위자들을 몽땅 쓸어 버렸대.’ ‘수령님 책임간호사 승희가 죽었대.’.....
떠도는 소리가 난무하였다.

하지만 며칠 뒤 모든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서 다시 한 번 인민무력부 보위사령부가 공포의 대상으로 주민들의 입에 올랐다. 아무리 굶어 죽어도 북한에서만은 지렁이처럼 꿈틀거리다 거려도 가차 없이 죽이는 것을 목격한 주민들은 혀를 찼다. 북한에서만은 도저히 상식이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 봉건사회에서도 사람의 생명을 놓고 이런 야만적인 살인행위를 벌리지는 앓았을 것이다.

당시 인민무력부 보위사령부는 ‘푸른제’사건과 ‘심화조’사건, ‘중앙사로청’사건으로 이미 충분히 주민들의 공포의 대상이었다.
‘푸른제사건’을 진행하기 전까지만 해도 인민무력부의 보위사령부가 그처럼 무서움의 대상은 아니었다.

그전에는 보위부를 북한에서 제일가는 공포의 대상으로 되어있어 보위부 소리만 나와도 속이 울렁거렸었다. 하지만 90년대 들어서면서 생활의 고초를 겪게 되자 김정일이 ‘총대철학’을 외치면서부터 무력부 보위사령부, 무력부 정찰국 보위부가 제일가는 공포의 대상이 되었다. 그런데 또다시 주민들에게 공포를 안겨주는 대상으로 그 위력을 과시하였다.

당시 송림 시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의 대부분이 황해제철소에 적을 둔 노동자들이었다. 나라가 경제난을 겪으면서 굶어 죽는 사람이 늘어나고 공장 물건이 하나둘 없어지고 노동자들이 일하러 나오지 않자 일군들은 회의를 거듭하여 공장에서 생산되는 압연강판을 중국 상인들과 교섭하여 알곡을 수입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그런데 이 일이 당의 유일사상체계와 어긋나고 국가물자를 빼돌렸다는 죄목으로 8명의 간부들이 총살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사형장에 나왔던 승희는 간부들이 총살당하는 것을 보고 일이 잘못됐음을 알리려고 사람들 앞에 나가 ‘장군님의 의도가 아닐 것이다. 일이 잘못 됐으면 처벌을 해야지 사형하는 것은 너무하다’고 말했다. 헌데 평양에서 떠날 때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일을 처리하도록 지시 받은 보위사령부 책임자는 그를 그 자리에서 사형하도록 지시 내렸다.

그리하여 그도 공장일군들과 같은 길을 가게 되었다는 것이다.
소식을 들은 나는 가슴에 무엇이 철렁 내려앉는 느낌을 받았다.
그도 그럴 것이 승희는 나도 여러 번 만난 적 있는 나의 가까운 친구의 친구였기 때문이다. 가난한 노동자의 둘째딸로 태어나 인물이 훤하고 공부도 잘해 학교에서 영리하고 예쁜 친구로 소문이 났던 승희는 중학교 5학년 때 중앙당 인물심사를 통해 봉화진료소 간호사로 뽑혀온 사람이다.

그는 봉화진료소에서도 눈썰미 빠르고 재치와 유머가 뛰어나 주위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으며 김일성의 책임간호원으로 까지 승진하여 높은 대우를 받았었다. 결혼 적령기에 퇴직하여 시고급당학교 졸업생과 결혼하고 고향인 송림에서 살고 있던 그가 사형 당했다는 것이다. 나의 친구는 며칠 전에도 전화 와서 여러 가지 사는 이야기를 했다면서 한참 울었다.

김일성의 책임 간호사이면 북한에서는 중앙당 과장격의 대단한 직무이다. 담당 간호사들과 따로 숙식을 하여 함부로 외출도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말도 행동도 심사숙고 해야 한다.
또 고향에 가서면 당일군으로 일할 수 있는 조건을 지어준다.
그런 그가 바른 소리를 했다고 해서 그 자리에서 재판도 없이 총살당하다니...
온몸에 소름이 끼쳤다. 그러고도 모자라 ‘더 이상 간부들을 숙청하지 말라’, ‘우리를 먹여 살리고 제철소를 위한 간부들의 행동은 잘못이 없다’고 외치며 앉아 버티기 투쟁을 하던 수천의 노동자들을 탱크로 깔아 버렸다니....

사실 송림에 처음 내려와 사형을 집행했던 보위사령부 사람들은 당황했었다.

간부들에 대한 노동자들의 신임이 컸으며 수천의 노동자들이 버티기 투쟁까지 할 줄은 생각도 못했기 때문이다. 하여 김정일에게 보고 하였다. 보고 받은 김정일은 ‘무력의 힘을 보여주라. 조그마한 싹도 잘라 버리라’고 명령하였다. 그리하여 인근의 탱크부대를 동원하여 쓸어 버렸던 것이다.

과연 김정일이 다운 천인공노한 만행을 저질렀다.

북한 주민들의 목숨은 ‘오직 나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김정일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갖게 하는 내용이다.

‘불을 즐기는 자는 불에 타죽는다’는 북한 말이 있다. 불을 즐기는 김정일이 불에 타 죽을 날은 멀지 않았다.

탈북자 김용철 (2006년 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