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북한이 WFP에 식량 추가지원을 요청했다. 북한은 수해지역에 대한 세계식량계획(WFP)의 긴급 식량지원 사업이 지난주 3개월 만에 마무리됐으나 식량부족 상황이 심각해 추가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북한이 아프리카의 빈곤국들과 함께 국제사회의 식량지원을 받아 온지도 벌써 10년이 지났다.

취악한 식량난으로 고생하고 있는 불쌍한 북한의 어린이들

함께 사회주의를 했던 나라들은 시장경제를 받아들여 경제번영을 누릴 때 북한은 그 알량한 우리식 사회주의를 고수하다 수백만 명의 아사자와 경제파탄에 직면하는 초유의 사태를 맞는다.

사회주의 배급체계가 붕괴 된 이후 북한주민들은 스스로 장사를 통해 생존방식을 터득해 왔고 자본주의 시장경제는 북한전역으로 확산되었다.

이제 북한주민들은 사회주의는 가난과 굶주림이요, 자본주의는 부귀와 번영이라는 진리를 온 몸으로 느끼고 있다. 그러나 북한주민들의 의식이 21세기 미래를 지향하는 반면 북한위정자들의 의식은 아직도 20세기에 머물러 있어 답답함을 금할 수 없다.

얼마 전 평양방송은 자본주의는 “썩고 병든 사회”인 데 반해 사회주의는 “인류의 이상”이라고 북한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면서 주민들이 자본주의에 환상을 갖지 말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또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도 지난달 24일 “자본주의 사회는 한 마디로 말하여 썩고 병든 사회이며 전도가 없고 멸망에 가까워가는 사회입니다”라는 김정일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실업과 빈궁, 범죄와 자살현상이 증대되고 있는 것은 반인민적인 사회제도와 정책”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인류사회가 자본주의로부터 사회주의에로 발전하는 것은 역사의 어길 수 없는 법칙이며 오직 사회주의 길을 따라 나아감으로써만 자주적으로, 평화적으로 살려는 인류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백성을 못살게 하니까 ‘임꺽정’이 들고 일어난 것 아니겠습니까?” 어제 개성관광에 나선 남측 관광객들에게 “박연폭포”를 해설하던 북측 안내원이 했다는 말이다. 박연폭포가 있는 정방산은 임꺽정의 활동무대였던 황해도 구월산과 인접한 곳이다. ‘임꺽정’은 양반들의 신분차별과 가혹한 수탈행위에 맞서 싸웠던 조선시대의 의적이다.

그런데 90년대 초반부터 지금까지 북한이 처한 형편은 결코 ‘임꺽정’이 살았던 시대보다 더하면 했지 별반 나아보이지 않는다. 수십, 수백의 임꺽정이 나타나 어지러운 세상을 난도질 하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이다. 실제로 ‘선군정치’가 시작되면서 북한에서는 선군의 주역인 인민군이 제2, 제3의 임꺽정을 자처하고 나서며 국민의 재산을 약탈하고 있다.

이렇듯 국민은 빈궁의 질곡 속에 허덕이고, 국가와 인민의 안위를 지켜야 할 군대가 권력자 개인의 사병집단으로, 국민의 재산을 약탈하는 도적떼로 변한 것이 오늘 날 사회주의 북한의 현실이다. 이런 무법천지의 사회를 두고 인류의 이상향을 운운하는 북한당국자들의 주장은 한마디로 말도 안 되는 궤변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인류의 이상향은 결코 가난과 굶주림의 대명사가 아니다. 사람이 굶어 죽고 얼어 죽는 사회를 인류의 이상향이라고 한다면 그런 이상향은 건설하지 않는 것이 차라리 낫다.

김대성 기자 lstarki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