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주말에 이모님한테 갔다가 얼마 전 아내를 베트남까지 데려다 주고 돌아 왔다는 탈북자 김정호(2005년 입국)씨를 만났다. 탈북자들은 그 누구나 가슴 아픈 추억을 않고 산다. 그 가슴 아픈 추억의 사연은 탈북자들마다 다르다. 그러나 공통적인 것은 김정일 독재정권의 인권유린에 더 이상 견디지 못하고 북한을 탈출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김정호씨도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이었다.

(SBS) 언론에 공개된 북한 요덕 정치범 수용소(평양에서 북동쪽으로 100km 정도 떨어진 함경남도 요덕군)

김정호씨는 2005년 10월에 한국에 입국했다. 같은 해 6월 아내와 14살 난 아들과 함께 한국행을 시도하다 길림에서 중국공안에 체포되었다.

억울하게 잡혀 북송되는 그 순간 김씨는 자기들은 북송되면 한국행을 시도하다 체포됐기 때문에 정치범관리소나 공개총살의 위험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죽기를 각오하고 탈출하는 방법밖에 없다는 것을 그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중국공안의 감시가 해이된 틈을 타 죽기 아니면 살기로 달리는 열차에서 뛰어내렸다.

김씨가 열차에서 뛰어 내린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인가도 없는 한적한 곳이었다. 다행이도 다친데 가 하나도 없어 그길로 다시 죽기를 각오하고 한국행을 시도하여 마침내 성공했다.

그 후 그는 체포되어 북송된 아내와 아들의 행적을 찾기 위해 수소문을 했다. 그때 북송된 아내와 아들은 보위부에서 혹독한 취급을 받고 있었다. 다행이 아들은 나이가 어린 덕분에 살아나왔지만 아내는 5년이라는 처형을 받고 요덕정치범수용소로 보내졌다.

소식을 들은 김씨는 브로커를 내세워 먼저 아들을 한국으로 데려왔다. 그리고 아내는 북한보위부의 한 지인과 연결하여 한국 돈 1천만 원을 들여 지난 10월 병보석으로 요덕정치범 수용소에서 빼내는데 성공했다.

김씨는 아내가 수용소에서 나온 다음날 중국으로 탈북 시켰고, 자신이 직접 중국으로 들어가 아내를 데리고 베트남까지 다녀왔다. 처음 수용소에서 나온 아내를 만났을 때의 상황을 얘기하는 그의 목소리는 갈려있었다. 아내를 보는 순간 내 아내가 맞는가 싶을 정도로 모습이 참담했다. 핏기는 전혀 없고 뼈에 가죽만 씌어있어 앙상했다.

아내는 수감생활을 얘기하면서 맥이 없어 뛰어다니는 쥐는 잡지 못하고 죽은 쥐를 먹었는데 그 맛이 별맛 이였다며 날아가는 새들을 바라보고 제발 죽어서 자기 앞에 떨어졌으면 하는 바람 이였다고 한다.

그러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정치범 수용소에서 인간이하의 천대와 갖은 멸시를 받으며 죽지못해 살아가고 있다고 수용소의 실상을 폭로했다고 한다. 아직도 요덕정치범 수용소에는 매일과 같이 수많은 사람들이 끌려오는데, 그들의 죄명은 한국행을 시도하다 북송된 탈북자들이였다고 한다.

여기서 소름끼칠 정도로 몸서리가 쳐지는 가슴 아픈 역사의 비극이 있다. 그것은 수용소안의 사람들이 굶주림에 지쳐 죽은 시체를 고기로 환각하고 뜯어먹고 싶어 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배고픔에 시달려 만약, 굶어죽은 죄인의 시체를 계호 원들이 먹으라는 승인만 떨어진다면 모두 그 시체에 달라붙어 뜯어먹을 정도로 정신착란증에 허덕이고 있다고 한다.

한편 그들은 자유와 인권 그리고 삶에 대한 애착과 생에 대한 열망에 미쳐 있다며 아내는 자기가 지금 눈물을 흘리는 것은 온 몸에서 쏟아지는 피눈물이라고 말했다.

아내는 ‘나는 이렇게 살아나왔는데 그곳에 있는 동료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터져난다’며 여자들은 그런대로 조금 났다고 할 수 있는데 남자들은 조금만 잘못해도 몽둥이와 구둣발로 개 패듯이 두들겨 패고 정말 짐승보다도 못한 인권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용소의 계호원들은 이성을 잃은 야만이며 위에서 그들을 지휘하고 있는 독재자 김정일은 사람이 아닌 인두겁을 쓴 인간 백정, 폭군이라 울분을 토했다.

지금 이 순간도 굶어죽고, 얼어 죽고, 맞아죽는 북한의 정치범수용소에서 벌어지고 있는 김정일 정권의 반인륜적 만행은 이라크의 후세인을 능가한다며 분노로 치를 떨었다.

얼마전 요덕정치범 수용소의 실상을 다른 뮤지컬 “요덕스토리”의 정성산 감독이 남한의 국민들에게 쓴 “요덕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공개편지를 보았다.

정성산 감독의 호소처럼 우리는 요덕, 개천, 청진 수송, 화성, 회령 등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가 고문, 학살, 공개처형, 강제노동을 당하고 있는 20만 정치범들의 인권유린을 묵시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지금 이 시각에도 그 죽음의 수용소에서 모진 고통을 격고 있는 20만의 정치범들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그들을 구원하기 위한 사상적 각오를 굳히기 위해 “요덕스토리”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뮤지컬이지만 김정일 독재정권에 의해 자행되는 인권유린행위가 그 “요덕스토리”에 담겨져 있기 때문이다.


탈북자 이경희(2006년 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