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제네바 유엔 유럽본부에서 열린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남한정부가 북한의 인권상황 개선을 촉구한 것에 대해 북한이 무책임한 발언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 최명남 참사관은 유엔 인권위원회 발언에서 남측은 남북관계에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무책임한 발언에 따른 모든 결과에 책임을 져야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외교통상부가 전했다.

오늘 북한의 인권개선문제는 한반도에서 한시도 미를 수 없는 초미의 문제로 되고 있다. 북녘 땅에서는 그 어느 나라의 역사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인권유린행위가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북한의 어용 매체인 평양방송은 지난해 9월10일에도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 인권문제 제기에 대해 “세계 각국에 똑같이 맞는 유일한 인권기준이 있을 수 없다”고 강변했다. 한마디로 나라가 처한 환경에 따라 인권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인권은 인간이 누려야 할 가장 기본적인, 그리고 가장 보편적인 권리임을 의미 할 때 이보다 더 명확한 기준점은 없다. 말하자면 인권은 사람이 생활하는데 없어서는 안 될 생존권을 비롯하여 의사자유 표현의 권리, 행복할 권리 등을 의미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다 보장받아야 할 이 같은 권리가 나라마다 기준점이 다르다면 북한이 말하려는 인권은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그리고 보면 반세기 이상 북한의 2300만 주민들의 생존권을 무참히 짓밟고 그들의 눈과 귀를 얽어매온 북한에서는 이 같은 반인륜적 범죄행위가 아마도 인권탄압으로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규탄에도 불구하고 김정일의 야만적인 살인집단들은 자기들에게 반기를 든 인민대중을 닥치는 대로 무참히 학살하고 300만 주민들을 무참히 굶겨죽이고도 북한전역을 감옥화하기 위해 노골적으로 도전해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는 김정일 독재정권이 북한사회를 사람을 귀중히 여기는 “인민대중 중심의 사회주의”라고 떠드는 것과 다르다는 것을 밝혀줄 뿐이다.

지금 김정일 독재정권 때문에 북한 땅, 그 어디에 가나 감옥과 노동단련대가 수풀처럼 뒤덮고 있다. 감옥 안에서는 오늘도 죄 없는 우리 부모형제들이 인권을 유린당하며 어이 없이 숨져가고 있다. 그 목소리들은 북한에서 감옥생활을 하다 탈북 한 탈북자들에 의하여 하나하나 밝혀졌다.

기자는 최근 남한에 입국한 함경북도 청진 출신 이현옥(가명,33)씨를 만나 북한인권 실태에 대한 인터뷰를 가졌다.

이 씨는 청진시에서 유치원교사를 했다. 1999년 11월 살길이 막막한 이 씨는 중국에 넘어가 돈을 벌어보려고 두만강을 건넜다고 한다. 하지만 중국말을 잘 모르는 이 씨는 멀리 가지 못하고 중국 도문역전에서 하루 만에 중국공안에게 잡혀 탈북자 수용소 “청진 도집결소”에 수감되어 6개월간 혹독한 단련을 받아야만 했다. 그녀의 가슴 아픈 이야기가 아직도 귀에 쟁쟁히 들려오는 것 같다. 당시 녹음했던 그녀의 이야기를 그대로 풀어 놓는다.

“난 처음에 정말 놀랐어요, 북한의 인권상황이 이렇게까지 험악한 줄을 몰랐습니다. 제가 ‘청진 도집결소’에 들어간 첫날 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았습니다. 지금도 그때를 생각하면 그 안전원들에 대한 증오심으로 치가 막 떨립니다. 함께 수감된 박진옥이라는 언니가 있었는데 중국 심양에서 임신해 가지고 누군가의 고발로 중국공안에 잡혀 나왔습니다.

그런데 그날 이 언니가 애를 낳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안전원들이 막 달려와 이 언니를 철창 속에 가두어놓고 우리가 보는 앞에서 눈도 못 뜨는 애를 거꾸로 땅에 엎어났어요, 그리고는 살겠다고 버둥거리는 애를 지켜보게 했습니다.

이때 그 언니는 갇혀서 가슴만 쥐어뜯으며 울고 있었습니다. 그 후 이 언니는 며칠이 안 되어 끝내 정신이 나가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안전원들이 어디엔가 데리고 가더라고요. 아직까지 그 언니의 소식을 모르고 있습니다.

또 청진시 수남구역에서 사는 임신한 한 여성을 안전원들은 배를 발로 막 걷어차서 강제유산 시키더라고요. 너무도 놀랐습니다. 내 자신이 임신하지 않은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당시 ‘청지 도집결소’에서는 하루에 사람이 5~6명이 허약으로 굶어죽었습니다. 사람들은 추운겨울날 동복과 신발이 없어서 사람이 죽으면 서로가 먼저 옷과 신발을 벗겼습니다. 여기서 죽은 사람은 비닐박막이나 목포로 대수 감아 낮은 산에 가서 묻어버리거나 눈으로 덮어놓았습니다.

2000년 1월 어느 날인가, 한 여성이 감옥에서 탈출을 시도했다가 안전원들에 의해 잡혀왔는데 죽어라 얻어맞고 그 즉시 공개처형을 하더라고요. 이런 장면을 6개월 동안 3번을 목격했습니다. 저는 노동단련대에서 강제노동을 당하면서 제자신이 사회주의를 위해 목숨 바쳐 싸워나가자고 외쳤던 게 너무 어리석게 느껴졌습니다.”

21세기 문명사회에 사는 인간으로서는 차마 들을 수 없는 범죄행위들이였다.

이렇듯 이현옥씨만이 아닌 여러 탈북자들의 반복적인 증언으로 비참한 북한의 인권상황이 폭로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김대중-노무현 친북좌파정권은 북한 인권을 의식적으로 외면했었다.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김재경(한나라당, 의원)이 인권위에서 입수한 보고서에 따르면 설문조사 결과 탈북자의 3%가 직접 강제낙태를 당했고 21%가 강제 낙태를 목격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탈북자중 75%는 “공개처형장면을 직접 목격했다”고 답했으며 “소문을 들었다”고 응답한 탈북자는 17%였다. 그리고 “굶어죽은 사람을 직접 봤다”고 응답한 탈북자는 응답자 전체의 64%에 이르렀다. 또 26%는 “굶어죽는 사람이 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답했다.

상황이 이러한 지경에 이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번 유엔 인권회의에서 북한은 “남측의 발언은 내정 불간섭”이라고 떠벌이고 있다. 북한당국은 국제사회가 공인한 “인권선언”을 무시하고 사람들을 마구 죽이고 있다. 결과 지금 북한 땅은 감옥과 무덤으로 뒤덮고 인간의 생존권이 유린당하고 있다. 이것이 옳은 처사라고 제네바 주재 북한 대표부 최명남 참사관이 국제사회에 대고 떠벌리고 있다.

우리는 한 동포 한겨레로서 보고만 있을 수 없다. 이를 위해서 새 정부가 북한인권상황을 국제사회와 남한국민들에게 더 많이 알려주고 김정일 정권에 의한 살생을 강력히 저지해야 한다. 인간의 생명을 구원하는 것은 내정간섭이 될 수 없다. 그리하여 김정일 독재정권아래서 허덕이는 북한주민들을 하루빨리 구원해주는 것은 남과 북 국민들이 관철해야 할 시급한 과제이고 의무이다.

정경일 기자 wjdruddlf@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