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조선일보 특별취재팀은 한 편의 충격적인 동영상을 세상에 공개했다. 한 어린 여인이 아랫도리에 고작 속옷만 입은 채 남자의 손에 이끌려 차디찬 두만강을 건너고 있는 영상. 바로 북한 여성이 중국에 인신매매되는 현장이었다.

그녀의 이름은 문윤희(가명). 동영상이 촬영된 작년 당시 25살의 꽃다운 나이였던 그녀는 북한의 참혹한 식량난으로 눈 먼 어머니와 어린 남동생을 위해 꿔다 먹은 곡식 값 350위안, 우리 돈으로 불과 4만6천원의 빚을 갚지 못해 생면부지(生面不知)인 중국 노총각의 ‘씨받이’로 팔려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녀를 끌고 가는 브로커는 몸값으로 우선 빚 절반을 갚아주었다고 한다.

문 씨는 어렵게 접근한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고백한다.

“2006년에 처음 팔렸는데 이번이 두 번째다. 그 때 6개월을 팔려간 집에서 지냈는데 어느 날 공안이 와서 나를 북송시켰다. 보위부에서 지낸 한 달 동안 나체로 은밀한 부위까지 검사를 당했다. 어떤 여자는 임산부였는데 중국인의 씨를 잉태했다는 죄로 강제 유산을 당했다”

조선일보 특별취재팀이 지난 해 5월부터 제작한 4부작 다큐멘터리 ‘최초보고 탈북 리포트 - 천국의 국경을 넘다(On The Border)’는 이처럼 김정일 정권에 의해 칭해지는 ‘지상천국’ 북한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가를 여과 없이 폭로하고 있다.

다큐멘터리는 90년대 후반 북한에 몰아닥쳐 3백만의 목숨을 앗아간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기부터 대량 탈북사태가 벌어지기 시작했다고 회고한다. 그 후 10년이 지난 지금 현재도 중국에는 수만 명으로 추정되는 탈북자들이 강제북송의 위협 앞에 참혹한 인권 유린을 당하고 있다고 영상을 통해 강조한다.

작년 5월 28일부터 10달 동안 중국 톈진(天津)에서부터 시작되어 한국은 물론 중국, 러시아, 라오스, 태국, 일본 등 세계 9개국 장장 2만여km를 걸어온 취재팀의 여정 앞에는 세계 곳곳에서 인권의 낭떠러지에 떠밀린 탈북자들의 참혹한 실태가 기다리고 있었다. 혹한의 시베리아 벌목소에서 21세기판 ‘인간 노예’가 된 탈북자, 한국행 비자를 노리는 조선족에게 ‘인간 티켓’으로 팔려나간 탈북여성 등..

특히 중국 내 탈북 여성을 상대로 한 인신매매는 날이 갈수록 조직 범죄화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불법 난민신세가 된 탈북 여성들은 중국 당국의 묵인 아래 중국 공산당과 대만 국민당 내부의 부정부패에도 깊숙이 관여한 바 있는 삼합회(三合會)로 통칭되는 중국 조직폭력단들에 의해 불과 돼지 한 마리에도 못 미치는 헐값인 우리 돈 20만원에 팔려 나가고 있으며, 그녀들은 그곳에서 성폭행, 강제 임신 등의 또 다른 정신적 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녀들의 운명은 북송된 뒤 더욱 가혹하다. 북송 경험을 가진 그녀들의 증언은 이 모든 참극이 김정일 정권에게서 비롯되었음을 보여준다.

“김정일 정권은 보위부 요원들을 중국으로까지 보내 탈북자 검거에 혈안이 되어 있다. 보위부와 중국 공안, 조교(재중 북한주민)들에 의해 북송되어 단련대나 교화소에 들어간 여성들은 두 달 만에 극심한 영양실조와 중노동으로 인해 폐경 현상을 경험한다. 굶어죽거나 고문으로 죽는 사람들이 부지기수(不知其數)이며, 심지어 중국인의 핏줄이라는 이유만으로 갓 출생된 갓난아기가 살해되는 일도 비일비재(非一非再)하다”

여정의 끝을 앞두고 취재팀은 올해 1월 중국 투먼(圖們) 인근 두만강에서 엎드린 채 얼어붙어 숨진 탈북여성의 시신을 발견한다. 그녀가 하나뿐인 생명(生命)을 초개(草芥)처럼 내던지면서까지 얼어붙은 두만강을 건너야만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생전의 그녀가 얼어붙은 손을 뻗어가며 그토록 갈망했던 것은 무엇일까. 두만강 건너편에서 그녀가 찾고자했던 것은 무엇일까. 바로 자유, 자유가 아닐까.

다큐멘터리는 김정일 정권에 의해 혹은 중국 정부에 의해 생사의 기로를 넘나드는 탈북자들의 생생한 모습들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이처럼 가장 원초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

1부 ‘국경에 서다’, 2부 ‘유령이 된 아이들’, 3부 ‘죽음보다 긴 여행 1만km’, 4부 ‘조국이 버린 사람들’의 총 4부작으로 구성된 다큐멘터리 ‘최초보고 탈북 리포트 - 천국의 국경을 넘다(On The Border)’의 충격적인 영상들은 영국 국영방송사인 BBC, 일본 민영방송 TBS 등 세계 유수의 방송사에서 전 세계의 안방에 방영될 예정이며, 3일 오후 7시 케이블방송 tvN을 통해 국내에서도 접할 수 있다.

오주한 기자 ohjuha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