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의 패배로 인해 남북관계에서 현실적 접근 대신 이상적 접근법을 선택하여 소위 ‘대북 퍼주기’ 논란 등을 낳았던 햇볕포용 정책이 벼랑끝에 몰림에 따라 북핵 및 북한 인권 등의 현실적 사안들이 남북관계의 핵심 현안으로 새삼 급부상하고 있다.

이 가운데 이명박 당선인의 제17대 대통령 취임식을 한 달여 앞둔 24일 민간 국방안보 연구단체인 (사)한국국방안보포럼(공동대표 김재창)은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에서 외교 및 국방 전문가들을 초청한 가운데 ‘이명박 정부의 출범과 국방외교안보 과제’ 포럼을 열고 차기 정부가 취해야 할 올바른 대북 노선을 토론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특히 이 날 포럼에서는 축사를 위해 참석한 제17대 대통령직 인수위의 박진 외교통일안보위 간사(한나라당 의원)가 “오늘 발표된 내용들을 인수위의 대북 정책에 반영토록 하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또한 박 의원은 “차기 정부는 국익을 위한 실용적인 국방정책을 펼칠 것이다”며 “국방개혁2020과 전시작전권환수를 재검토할 것이다”고 밝혀 앞서 지난 8일 동일한 내용을 언급한 인수위의 입장을 재확인시켰다.

‘북핵문제와 한미동맹, 남북관계 등 새 정부의 외교안보 분야 과제’라는 발제문으로 발표에 나선 고려대 국제대학원 김성한 교수는 지금까지 산재한 모든 남북 현안들을 풀어갈 실마리로서 북한 인권문제 해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김 교수는 “남북관계를 인간의 복지와 안위에 대한 위협 차원에서 접근할 경우 경협과 인도적 지원에서부터 재래식 및 대량살상무기에 이르는 모든 문제들을 포괄할 수 있다”며 “인간안보(Human Security)에 입각한 대북정책을 추진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한미 동맹의 규범적 기반은 자유민주주의이므로 양 국 정부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치가 결코 타협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명심해야한다”며 “이에 따라 한미 양 국은 북한 및 국제사회의 인권문제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으며 차기 정부는 보편적 차원에서 북한 인권문제에 대한 정책적 입장을 정립하고 대응할 준비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인간안보적 접근의 방안에 대해 “북한 내 식량배급의 투명성 제고 같은 비교적 용이한 이슈로부터 시작하여 점차 탈북자 보호 및 인권개선 등의 민감한 문제로 옮겨가는 점진적 접근법을 취해야한다”며 “UN 등의 국제기구에서 북한 인권에 대한 논의에 참여하고 이를 점차 지역기구 및 남북당국자 차원으로 확대시켜 나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교수는 차기 정부에 의해 전개될 대북 정책의 전반적인 골격에 대한 예상도 내놓았다.

그는 “북핵이 폐기되지 않는 한 남북협력 등은 한계를 지니게 되며 북한이 개방하지 않는 한 무조건적인 포용은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안보의 근간을 흔들 수밖에 없다”며 “햇볕 포용정책의 실패를 되돌아볼 때 차기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은 ‘비핵화’와 ‘개방’으로 압축 요약될 것이다”고 전망했다.

그리고 “이를 위해 한미동맹>북핵>평화체제 순으로 무게를 두게 될 것이다”며 그 이유에 대해 “한미동맹을 통한 공조체제를 강화해야 북핵 문제가 해결되고 북핵이 폐기되어야 한반도 평화체제가 비로소 확립되기 때문이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로 인해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이명박 당선인의 비핵개방3000 구상 또한 본격화 될 것이다”며 “이를 통해 남북한 경제공동체가 실현되면 최종목적지인 평화통일에 이를 수 있을 것이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정권 붕괴를 염려하는 김정일은 개혁을 원치 않을 수 있다”고 지적하며 “차기 정부는 협상을 너무 서두른 나머지 경제지원, 관계정상화, 평화체제 등이 북핵 폐기보다 먼저 이루어 사실상 북핵을 인정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하며 실패에 대한 대비책도 마련해야한다”고 촉구했다.

끝으로 그는 앞으로 한미동맹이 가져야 할 위치에 대해 “한반도의 선언적 평화가 아닌 실질적 평화 구축을 위해 북한의 위협이 상존하는 한 한미동맹의 골격은 유지되어야한다”며 “지금 한미동맹은 필요에 의해 맺고 끊는 전술동맹의 형식으로 변질되어가고 있는데 가치동맹, 신뢰동맹, 평화구축동맹으로 상징되는 전략적 동맹으로 전환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그 방안으로 “차기 정부는 2008년을 한미 전략동맹 원년(元年)으로 선언하고 양 국의 외교, 안보, 국방전문가, 언론인, 정치인, 경제인 등으로 구성되어 정부가 주도하는 ‘한미 동맹발전 위원회(ROK-US Council for Alliance Transformation)를 구성해야한다”고 제언하며 “위원회는 6~12개월간 한반도 등지에서의 한 미 양국의 구체적 협력 방안에 대해 연구하여 양 국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이 날 포럼에서 김 교수가 남북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 인권문제의 우선적인 해결을 강조하고 인수위 관계자도 정책 의사반영 의지를 밝힘에 따라 내달 25일 출범하게 될 이명박 정부가 장차 북한 인권문제 해결에 기울일 노력의 수위에 각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오주한 기자 ohjuha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