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의 폐지는 ‘인과응보’ ‘사필귀정’ 이다. 그동안 그들이 해온 행태를 보면 백 번 그 조직이 없어져도 할 말이 없게됐다.

유엔에서 국제사회가 북한인권을 거론할 때 앞장서서 그것을 방해한 부서가 통일부다. 2003년 정치범 수용소 출신의 탈북자들이 ‘북한정치범해체운동본부’ 라는 통일부 산하 사단법인을 신청했을 때에도 이름이 너무 자극적이라며 트집을 걸어 끝내 단체 이름을 ‘북한민주화운동본부’로 바뀔 수밖에 없었다.

탈북여성 단체가 사단법인을 신청했는데 아예 취급조차 하지 않았다. 탈북자들의 중심단체인 북한민주화위원회의 법인 신청을 했지만 6개월이 지나도록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며 끌더니 “정권이 바뀌어야 가능하다”고 했다.

탈북자 단체의 이름 짓는 것도 김정일 정권을 반대하는 민주화 단체에는 마치 ‘적’을 대하는 싸늘한 통일부이지만 북한의 비유를 맞추는데는 조금도 손색이 없었다. 오죽했으면 북한 내부에서는 통일부가 통전부(북한의 대남공작부서)보다 일을 더 잘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종석ㆍ 정동영ㆍ 이재정 등 지난 10년간의 통일부 장관들은 김정일 개인과의 관계에만 신경을 쓰는 친 김정일 파였고, 북한인권이나 경제개혁, 등 북한의 비판적인 목소리는 아예 거론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온갖 못된 논리로 북한을 비호하고 북한주민들의 참상을 외면해온 통일부는 그 존재 가치를 잃어버렸다. 핵실험 이후 한국정부의 대북지원이 일시 중단됐을 때 한국을 방문한 북한측 대표단에게 연발 “미안하다”며 굽실거린 이재정 장관의 행태는 막가는 통일부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통일부의 기본 사명은 2300백만의 북한주민들의 민심을 흡수해 자유민주주의 가치로 남북한이 합치게 하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어느 부서보다 북한인권 문제에 앞장서야 하고, 경제원조 이전에 북한의 개혁개방을 먼저 거론해야 하는 곳이 바로 통일부가 할 역할이다.

국정원과 같은 정보조직에서는 할 수 없는 여러 가지 대북문제를 다루는데 통일부의 역할은 분명 있다. 때문에 분단국가 한국에서 통일부가 제 역할만 제대로 했다면 북한의 개혁개방과 통일의 길은 가까워졌겠지만 지난 10년간 정권의 시녀로 전락해 온갖 못된 짓으로 북한주민의 삶을 고달프게 만들고 통일을 더 멀게 만들었다.

하지만 통일부의 퇴장은 아쉬움이 남는다. 복잡한 남북관계와 양지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일부와 같은 역할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외교통일부가 앞으로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북한 문제를 어떻게 다 소화할지는 모르겠지만 통일부의 폐지에 앞서 통일부가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이 마련되고 방만한 기구를 축소하고 북한주민을 위해 진정한 남북 관계를 위해 거듭날 수 있다면 불필요한 부서는 절대로 아닐 것이다. 정권과 수장들의 그릇된 생각으로 파국위기를 맞은 통일부를 보면 안타깝고 속상하다.

강철환 북한민주화위원회 운영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