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6년 모택동이 죽었다. 10년간 집단광기로 상식을 불태우고 지식을 파묻고 양심을 물 고문하던 마왕이 죽었다. 그 다음 해 중국 전역에서 몰래 몰래 광동성으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보안현(宝安縣)으로 몰려들었다. 나방촌(羅芳村)으로 몰려들었다. 한 걸음만 내딛으면 지상낙원 홍콩, 2년만 거기서 막노동하면 대륙의 가족에게 돈을 보내 집 한 채를 살 수 있다더라. 저길 보라, 나방촌 맞은편의 새 나방촌을 보라. 저 휘황찬란한 불빛을 보라. 대륙의 떼거지들이 건너가서 2년 만에 지은 저 최신식 집들을 보라. 100배, 무슨 일을 하든 여기보다 무려 10배도 아닌 100배의 소득을 올릴 수 있다. 저기 생생한 증거가 있지 않느냐.
 
  광동성 공산당이 그들을 조국 반역자라며 불법 월경자라며 잡고 때리고 가둬도 죽여도 소용없었다. 1962년과는 달랐다. 그 때는 중국이 대약진하려다가 대추락하고 어쩔 수 없이 마왕이 잠시 물러나는 척하던 때였는데, 그를 틈타서 한꺼번에 10만 명이 목숨을 걸고 홍콩으로 몰려갔다. 하는 수 없이 총리 주은래가 직접 홍콩으로 날아갔다. 마왕이 살아 있는 한, 사태가 더 심각해지면 얼마나 많은 생목숨이 달아날지 몰랐던 것이다. 10만 명 중 6만 명을 데려오는 데 성공했다. 그 후 15년간 중국은 개미 한 마리 내보내지 않았다. 곧이어 문화혁명이 일어났기 때문에, 감히 누구도 샹그릴라로 달아날 생각을 못했다.
 
  1978년 광동성 제2서기에서 제1서기로 원로 공산당원 습중훈(習仲勳 차기 지도자 습근평의 아버지)이 임명되었다. 그는 대탈출을 위기가 아닌 중국 전체가 살아날 수 있는 호기로 보았다. 그래서 당시 주석 화국봉에게, 이어서 막 최고 실권자로 부상한 등소평에게 목숨을 걸고 개방을 건의했다. 등소평은 무릎을 치면서 희색이 만면하여 습중훈의 등을 힘차게 두드렸다.
  “(중국이 기사회생할) 혈로를 뚫으시오!”
  그렇게 하여 보안현과 나방촌은 심천(深圳 ‘심수’라고 읽어야 하지만, 관례상 심천이라 함. 중국 발음은 선전)경제특구가 탄생되었다. 한가한 농촌이었던 보안현은 현재 인구가
 1200만 명으로 인구도 면적도 경제도 홍콩을 능가하는 대도시로 발전했다.
 
  북한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벌어졌다. 또 다른 마왕 김일성이 죽고 나서, 자폐증 환자 북한은 인구의 15%가 무더기로 죽어가자,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 북한주민들이 대탈출을 감행했다. 10억 중국인은 사방이 가로막혀 그 넓은 대륙에 개구멍보다 작은 보안현 한 군데로밖에 달아날 길이 없었지만, 그래서 99.99% 아예 포기했지만, 북한은 아무리 철통같이 막아도 상대적으로 달아날 길이 매우 넓었던 점이 달랐다. 얼추 연인원 100만 명이 여권 없이 압록강이나 두만강을 건넜다. 그러나 그곳은 희망과 절망이 반반인 땅이었다. 잘 살긴 잘 살되, 홍콩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북한에는 인간 등소평이 아니라 2대 마왕 김정일이 들어섰다. 3대 마왕 김정은이 들어섰다. 반(反)자유민주 혈맹 중국과 북한은 한데 힘을 합쳐 탈북자를 이 잡듯이 잡아갔다. 중국 공안은 석탄과 목재를 받고 탈북자를 팔아넘겼다. 절망만 존재하는 땅으로 되돌려 보냈다.
 
  민족과 평화와 안정의 이름으로 2대 마왕을 살려 준 햇볕파가 대세를 장악한 한국도 사정이 어렵긴 마찬가지다. 메아리 없고 그림자 없는 북한인권운동가들이 아무리 외치고 길길이 뛰어도, UN에서 아무리 북한주민의 인권을 보호하라고 해마다 결의해도, 탈북자는 난민이 아니라며, 불법 월경자에 지나지 않는다며, 매년 중국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1500명 이상을 그들이 어떤 운명에 처하는지 뻔히 알면서, 문화혁명 시절을 처절하게 겪어 보아 누구보다 그들을 기다리는 운명이 어떠한지 잘 알면서, 사디스트의 미소를 음흉하게 지으며 넘겨주었다. 개인적으로 술좌석에서 추궁하면, 다수(그들의 말에 따르면)는 보고도 못 본 척하고 몽땅 넘겨주지 않고 일부만 넘겨주는 걸 감사하라며 도리어 생색내고 윽박지른다.
 
  중국은 미국에 이어 2대 경제대국으로 올라서자 더욱 기고만장해졌다. UN 안보리의 상임이사국으로서 중국은 아시아든 아프리카든 독재국가는 모조리 제 편으로 만들어 인도적 결의에는 모조리 반대표를 던지고 그들을 원료 공급지와 상품 시장으로 만든다. 압록강 건너에, 두만강 건너에, 북한의 심천, 북한의 주해(珠海), 북한의 하문(厦门)이 들어서면, 탈북자가 한 명도 없을 것이고 북한은 10년 안에 기사회생할 것이지만, 그것은 스스로의 경험에 비추어 보아 1대든 2대든 3대든 마왕이 존재하는 한 불가능하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아는 중국이 동아시아의 패권에만 눈이 어두워 반인권적인 작태를 자행한다.
 
  이번에 31명의 탈북자 강제송환이 들통 나면서 한국에도 처음으로 촛불 세력을 부끄럽게 할 인권의 새 바람이 불고 지구촌에도 처음으로 육모 방망이 세력을 부끄럽게 할 인권의 새 바람이 분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의 발목도 묶어 두는 인권 후진국답게, 홍콩으로 대탈출하던 올챙이 시절은 까마득 잊고, 19세기 중반부터 1세기 동안 제국주의에 시달리던 시절은 꿈인 듯 잊고, 중국은 시대착오적 제국주의의 오만방자함으로 세계의 지탄을 받고 있다. 지금은 중국이 상식이 통하고 인권이 보장된 세계국가로 탄생하느냐 마느냐 하는 역사적 순간인지도 모른다.
  (2012. 2.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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