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을 두고 사람들은 전체주의 국가, 병영국가, “거대한 감옥에 다름없는 나라”라고 평하고 있다. 이에 대해 탈북자들은 전자는 맞을지 몰라도 후자는 틀린 말 이라고 목소리를 합친다. 북한의 감옥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라는 뜻이다. 18일, 일본 동경지국의 사무실에서 만난 탈북자 이길룡(48살, 가명)씨는 북한의 감옥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북한이 지옥인 것은 맞지만, 감옥생활은 그 지옥 같은 북한 생활에 비할 수 없다. 오죽하면 재일교포로서, 또 지방의 혁명사적지 관리원으로 나름대로의 행복을 누리던 내가 감옥생활 6개월에 탈북까지 결심했겠는가?” 이길룡씨는 북한에서 잘 나가던 재일교포 출신이다. 그의 어머니는 1960년 중반에 조총련의 꼬임에 빠져 두 자녀와 함께 북한으로 왔고, 북한행을 거부한 부친은 일본에 그냥 남아있었다고 한다. 한편 북한에서 성장한 이씨와 이씨의 동생은 대학까지 졸업하고 사적관리소 지도원으로 일 하는 등, 북한사회에 제대로 적응해 왔고, 어느 해에는 사적지 관리를 잘한 공로로 김정일의 감사장도 받았다고 한다. 그러던 이씨의 가족에게 일본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가 날아들었다. 일본에 남아있던 아버지의 사망통지서였다. 부득이한 사정으로 어머니와 갈라서고, 이혼까지 한 아버지였지만 핏줄만큼은 속일 수가 없었을 터, 아버지의 사망통지서를 가슴에 품고 있던 이씨는 일본에 남아있던 친척들과 연계를 가졌고, 중국을 거쳐 아버지의 유해를 북한에 모시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는 두만강을 건너자 마자 중국공안에 붙잡혔고, 이후 강제 북송 되었으며 2004년 2월, 불법도강 죄로 함경북도 청진의 도 집결소에 갇히는 신세가 되었다. 죽은 남편이나마 곁에 두고 싶었더라는 어머니의 소원도, 평생을 꿈에 그리던 아버지의 시신을 가슴에 품고 싶었다는 자식의 효성도 북한 보위원들 앞에서는 무자비한 탄압의 구실일 뿐이었다. 함경북도의 온성 감옥에서 형 집행을 기다리며 한달, 청진 집결소에서 다섯 달…그리 긴 시간은 아니었지만 이씨에게는 천년 맞잡이로 다가서던 지옥의 6개월이라고 한다. 하루 한시도 떨어지지 않던 욕설과 매질, 낮과 밤이 따로 없이 인간을 괴롭히던 벌레(이와 벼룩)들의 행진… 밤새 용변기에서 나오는 한방울 두방울의 물을 받아 감방 사람 전체가 세수와 양치를 해야 했던 고달픔에 이어, 무엇보다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화장실도 마음대로 못가게 하던 감옥 측의 비인간적 행태라고 했다. 형기를 채우기도 전에 이씨는 죽음에 박두한 영양실조에 걸렸고, 끝내는 산송장과 다음 없는 상태로 집결소를 나오게 되었다고 한다. 집결소 생활을 통해 북한사회에 대한 환멸을 느낄대로 느낀 이씨는 일본을 목표로 탈북을 결심했지만 가족들은 이에 반대했다. 특히 사적지 강사로 일하던 이씨의 아내가 결사적으로 반대했고, 어머니마저 반대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결국 이씨는 두 자식만을 데리고 북한을 탈출했고, 2004년 일본땅을 밟을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씨가 자식들을 데리고 탈북했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된 보위부 관계자들이 매일처럼 집안을 뒤지고 난리를 피우더니 끝내는 이씨의 부인 김영실(46살, 가명)씨를 보위부로 압송, 예심이라는 미명하에 2개월 동안이나 가두어 두었던 것이다. 재일교포 가정의 며느리로 들어가 고생이란 것을 별로 모르고 살던 김씨가 감옥생활 두 달 만에 파파 늙은 노인네처럼 머리가 희어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시어머니 앞에서 목노아 울며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누구도 몰라요. 제가 두 달 동안 생활한 곳은 감옥이 아니라 사람이 살 수 없는 생지옥입니다. 왜 애 아빠가 고향을 떠날 생각을 했는지 이제 알 것 같습니다.” 50도 안되어 늙은이가 되어버린 며느리를 바라보며 이씨의 어머니마저 탈북을 결심, 그해 12월 두 여인도 눈물의 두만강을 건너 일본 행을 택했다고 한다. 이씨 부부는 지금도 북한의 감옥을 생각하면 이가 갈린다고 한다. 보위부 계호원들의 주먹질에 이가 다 부러져 일본에 와서 틀 이를 해 넣었다는 그들… 그들은 백주 대낮에 조사의 명목으로 여성들을 발가 벗기고, 누이들의 수치스런 몸 짖을 구경거리로 삼는 천하의 망나니들이 북한의 보위원과 보안원들이라고 단죄하고 있다. 또 “중국 놈의 종자를 차고 왔다”며 임산부의 배를 걷어차는 것은 일쑤이고, “남조선 놈들을 만났으면 간첩임무를 받고 온 것이 당연한 것 아니냐”며 열여섯 밖에 안되는 소년을 몽둥이로 때려 죽였다는 청진 집결소의 계호원들을 눈에 흙이 들어가도 못 잊을 민족 반역자라고 단죄하고 있다. 혹시 “감옥생활을 경험하지 않았으면 탈북하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가?”고 묻는 필자에게 그들 부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럴수도 있죠. 북한에서 감옥에 가 보지 못한 사람은 김정일 정권의 악랄함을 다 모른다고 봐야 겠죠?” 박미영 기자 (도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