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김정일은 “인민들의 먹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우선이다”며 식량난으로 사납게 변한 민심 달래기에 나섰다. 90년대 중반 대량아사시 “나에게는 인민군대와 평양시민만 있으면 된다”고 300만 주민의 아사를 조장하고 방치했던 희대의 살인마가 주민들의 먹는 문제를 공식 거론하며 민심달래기에 나선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식량부족과 가격 폭등으로 북한의 민심이 사납게 변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최근 살인적인 식량가격의 폭등으로 먹고 살기 힘들어 지자 북한내부에서는 강력범죄가 늘고 소요사태가 발생하는 등 민심이 험악해 지고 있다.

북한내부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1일 함북 회령시에서는 청진에서 식량을 구입하기 위해 올라온 상인들과 화교들간의 싸움이 벌어져 여러명이 죽고 다치는 사건이 발생했다. 비싼가격을 제시해도 식량을 팔지 않겠다고 우기는 화교들의 태도에 화가 난 청진상인들이 참지 못하고 화교들에게 폭행을 가하면서 사건이 터진 것이다.

지난 4월 중순 함경남도 덕성군 상립석리에서는 먹을 것이 떨어진 한 농민이 훈련나온 군인3명을 집안으로 유인해 독살하고, 그들의 배낭에 있던 식량과 군복을 강탈한 사건이 발생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5월 초에는 황해남도 린산군 읍에서 3명의 청년이 자전거에 배급쌀을 싣고 집에 가던 보안원을 습격해 살인하고, 자전거와 쌀, 권총을 훔쳐가는 사건이 발생했다.

또한 농번기를 맞아 북한당국이 주민들을 각종 노력사업에 동원하는 사업도 차질을 빚고 있다. 주민들이 먹을 것이 떨어졌다는 이유로 노력동원을 대놓고 거부하기 때문에 북한당국이 고민을 하고 있는 형편이다. 함경북도 무산군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인민반장들이 주민들에게 노력동원에 나오라는 말을 아주 조심스럽게 해보지만 전혀 먹히지 않는다”며 험악해진 분위기를 전했다.

북한민심이 이렇게 험악하게 변한 것은 두 가지 요인으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우선 국제곡물가격의 상승과 여러가지 요인으로 외부의 식량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이 증폭된데다 쓰촨성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은 행여 중국에서 쌀이 들어 올 것이라던 희망마저 무너뜨렸다. 그동안 북한 주민들은 평양에서 진행된 베이징 올림픽 성화봉송행사를 통해 중국이 식량을 지원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었다. 실제로 북한주민들속에서는 중국이 올림픽 성화봉송을 성공적으로 마치도록 협조한데 감사해 대량의 식량지원을 해줄 것이라는 소문이 나있었다.

그러나 중국에서 지진이 발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식량가격이 하루에 무려 500원씩 폭등해 쌀1kg에 4500원, 옥수수 1kg에 1500원을 넘으면서 주민들의 불안감이 증폭된 것이다.

다음으로 현재의 북한주민들은 과거의 처참했던 대기근 속에서 살아남은 각성된 사람들이라는데 있다. 북한주민들은 90년대 중반 발생했던 대기근시 굶어 죽은 300만의 사람들은 “순한 노루”이고, 살아남은 사람들은 여우와 승냥이들뿐이라고 말한다. “순한 노루”는 굶어 죽어도 소리 한번 못 지르고 죽지만 여우와 승냥이는 굶으면 사람이라도 물어 뜯는다. 어떻게든 앉아서 굶어 죽지 않으려고 필사의 노력을 다 하는 것이다. 주민들의 강한 생존본능은 무능한 독재정권에 대한 불만과 항의로 이어져 폭동이나 소요사태 등 정치적 불안정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대해 앤드루 나초스 전 미국 국제개발처(USAID) 국장도 최근 북한에서 진행되고 있는 식량난은 90년대 중반에 발생했던 `도시형 기근' 양상과 비슷하며 정치적 폭발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결국 김정일이 직접 나서서 민심을 달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북한민심이 험악하게 변한 것이다.

그러나 김정일이 주민들의 먹는 문제를 우선 해결해야 한다는 말에는 진정성이 없고 실현 가능성 또한 적어 보인다. 북한이 먹는 문제를 해결하려면 집단농장체제를 개인농으로 전환하고 국방비와 150만의 군대를 절반이상으로 줄여야 한다. 이 말은 선군정치를 버리지 않고 근본적인 개혁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북한주민들의 먹는 문제 해결은 그 앞길이 요원할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이 모든 것은 김정일 독재정권이 존재하는 한 절대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들이다

김대성 기자 lstarki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