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원래 강자를 미워하고 약자를 동정한다.

때문인지 지금 대한민국 국민들은 대한민국 건국을 위해 수 만의 자국 청년들을 희생시키고 대한민국 경제 건설을 위해 천문학적인 자국 재산을 무상으로 지원해 준 '강자' 미국에 대한 대대적인 타도 시위를 일으키고, 우리를 침공해 전쟁을 일으키고 수 건의 테러를 가하고 심지어 천문학적인 우리 세금을 지원하는 중도에 우리 젊은이들을 대낮에 서해상에서 살해하기까지 한 '약자' 북한을 동정하고 있다.

'지금 남조선에 김정일 열풍이 일고 있다'는 북한의 선전이 아주 틀린 것은 아닌 듯 하다.

아니, 지금 대한민국에 간접적인 김정일 열풍이 일고 있는 것이 분명한 듯 보인다. '미제 제국주의 타도' '우리민족끼리' '중국은 우리와 형제' '이명박 역도' 등등 김정일의 어록들이 그대로 대한민국에서 국민적 열광 속에 대대적인 실천에 옮겨지고 있다.

아니라고?

얼마 전 대낮에 서울 한 복판에서 유래 없는 집단 폭동사태를 일으킨 중국, 10년간의 막대한 원조에도 불구하고 서해교전과 태극기 및 애국가 금지로 보답한 북한, 심지어 우리 민족 역사의 영원한 난제인 일본에 대해서는 단 한 건의 촛불시위도 없이 그야말로 의아스러울 정도로 조용하지만, 유독 미국에 대해서만은 비난의 촛불집회가 국민적 연례 행사처럼 개최되어 그야말로 미친 듯이 몰아붙이고 있다.

그것도 여중생 두 명의 차량 사고 사망에 이어 이제는 아직 들어오지도 않은 쇠고기를 빌미로.

한 번 물어보자. 미국이 국가 차원에서 언제 중국이나 북한, 일본처럼 우리를 침공해 노략질 한 적이 있는가? 우리 영토를 빼앗은 적이 있는가? 우리 재산을 강탈한 적이 있는가? 우리 한민족의 존속을 위협한 적이 있는가?

중국과 북한, 일본에는 침묵하고 미국에만 미쳐 돌아가는 지금의 대한민국은 분명 제정신이 아니다.

게다가 광우병으로 사망자가 발생한 곳은 영국 등 유럽이고 미국은 아직 광우병 사망자가 한 명도 없다. 사망자가 있었지만 그도 영국에서 감염된 것으로 판명된 바 있다. 그런데 주요 방송사들과 언론사들과 적화통일 추종 집단들은 '닿기만 해도 감염돼 사망' '결국엔 국민 모두가 전멸' '한국인은 미국인에 비해 광우병에 취약' '미국 쇠고기는 개도 안 먹는다' 등등 확인되지 않은 유언비어를 사실처럼 날조하며 국민들을 선동하고 있다.

그런 논리라면 수십 년 간 '개도 안 먹는' 미국 쇠고기를 먹어 온 재미 교포들은 모두가 이미 오래 전에 사망했어야 마땅하다. 왜 그들은 아직도 멀쩡히 살아 웃고 담소하며 미국산 쇠고기를 먹고 있는가?

그리고 쇠고기 수입 협상을 거진 반 확정지은 것은 노무현 정부이지 이명박 정부가 아니다. 노 정부가 이미 미국과 거진 반 약속을 마무리 지은 것을 이명박 정부가 뒤집는다면 국가 신뢰도는 바닥으로 추락할 것은 분명하다.

따라서 노 전 대통령이 거진 반 협상을 마무리한 서류에 이 대통령이 도장을 찍자 그것을 우리민족끼리, 국가보안법폐지, 반미 집회 등을 주도해 온 한국진보연대 오종렬 대표 등이 앞장서 이 대통령의 책임처럼 몰아 붙임임으로서 이제는 국민 차원에서 탄핵 열풍까지 불고 있다.

그런데 이 가운데에도 현재 전 세계 96개국이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해 단 한 건의 사고도 없이 저렴한 가격에 국민들을 먹이고 있다.

그야말로 전 국민이 '이명박 역도'를 잡기 위해 안달이 난 것 처럼 보인다.

[이처럼 전 국민이 기를 쓰고 들고 일어나 미국과 애국 진영을 유행처럼 죽이려드는 일은 일찍이 본 적이 없다]

심지어 반세기 동안 미국을 증오해 온 북한도 미국과 적극적인 관계 개선을 위해 대쉬를 하고 있는 이 마당에, 대한민국은 '미제를 몰아내고 남조선을 해방시키자'는 김정일의 주장 대로 전 국민이 일어나 미국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다.

'유행' 대한민국은 세계 유래가 없을 정도로 유행에 민감하다. 전 국민이 유행을 추종한다. 김정일의 간첩들은 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진보'라는 그럴듯한 포장 아래 언론몰이로 나아가니 국민들은 그것이 선진적인 트렌드인 줄 알고 쫓는다.

'물에서 건져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고 빰때리는 격'으로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을 위해 자국 청년 수 만 명의 귀중한 목숨들을 짚단처럼 희생하며 도와주었음에도, 도와준 친구로부터 이처럼 모멸감을 느끼고도 견딜 나라는 어디에도 없다.

배은망덕(背恩忘德). 입장을 바꿔 보면 누구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가족을 인질로 잡은 '김정일'이라는 이름의 강도에게 공격당해 거지가 된 친구를 위해 목숨 걸고 같이 싸우고 수 억의 돈을 그냥 줬는데 그 친구가 집도 사고 차도 사고 하더니 어느 날 나보고 '간섭하지 말라' '강도와 나는 한 가족'이라며 욕설을 퍼붓는다면..

지금 조금만 꼬투리가 잡혀도 '미제 반대' '우리민족끼리'를 외치는 우리 국민들과 김정일의 소망대로 미국은 지금 한반도에서 완전 철수를 준비 하고 있다. 그래도 친구에게 웃으면서 안심시키면서 놀라지 않게 천천히 물러나려 하고 있다. 소원대로 물러나 주겠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친구는 여전히 욕설을 멈추지 않고 있다. 이에 미국은 이제 친구와 결별하기로 완전히 마음을 굳힌 듯 하다.

'미국과 연대하여 남조선을 봉쇄하고 잡아먹는다' 통미봉남(通美封南)이라는 김정일의 전략이 성공하고 있다.

'이명박 역도'는 남조선 인민들이 자발적으로 일어나 처리를 해주고 있고, 더 나아가 미국을 철수시키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고, 김정일 자신의 뒤에는 중국이라는 든든한 종주국이 지켜주고 있고, 미국과는 핵 협박을 통해 관계가 개선되고 있고. 이것이 바로 명확한 작금의 한반도 현실이다.

[당한 후에 후회해도 소용 없다]

김정일이 왜 미국에 아첨하며 기를 쓰고 국교정상화를 노리는가? 유럽연합이 왜 미국을 수장으로 떠받들고 유명무실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아직도 유지하고 있는가? 전 세계 수십 개 국가들이 왜 자국 내 미군 주둔을 허용하고 있는가? 중국이, 일본이, 러시아 등 내노라하는 강대국들이 왜 자주 대신 미국과의 우호관계를 선택했는가?

미국과 국교가 단절되면 그 나라는 경제적으로 붕괴된다. 쿠바의 경우가 그렇고 파나마의 경우가 그렇다. 북한과 군사협정을 맺고 40년 넘게 반미 투쟁에 앞장섰던 리비아는 최근 미국과 국교를 정상화하고서야 비로소 경제 발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김정일의 소망대로 대대적인 반미 선동을 일으켜 미국을 자극해 한미동맹을 파탄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방도가 될 수 없으며 '자주'의 지름길이 아니라 '망조'이자 '공산주의 통일'의 지름길이다.

우리가 나아가야 할 길은 미국과의 동맹을 격상시키며 강인한 외교력으로 미국과의 협상에서 더 많은 이익을 얻어내는 것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어떻게하면 더 유리하게 이끌어낼까 노력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주한미군을 활용해 유사시에 더 많은 미국의 군사력을 얻어낼까 궁리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미국을 이용해 자유민주주의 남북 한민족 통일을 이끌어낼까 고심해야 한다.

우리는 약소국가가 아니다. 2008년 현재 우리 민족은 대한민국을 통해 세계 11위 경제력을 가진 강대국의 국민이 되었다. 반만년의 역사상 우리 한민족이 이토록 대국의 백성이라는 위치에 선 적은 일찍이 없었다. 우리는 미국과의 관계에 있어서 우리의 이익을 미국에 당당히 요구할 위치에 있고, 해 낼 능력이 있는 것이다.

미국이 떠나고 나면 경제도, 국방도, 통일도 물거품이 된다. 중국이라는 강력한 스폰서를 등에 업은 김정일에게 대한민국은 고립되고 만다. 그야말로 아무도 도와주는 친구 하나 없는 가운데 노동 미사일에 핵탄두를 싣고 서울을 겨냥한 채 주한미군 철수 시기인 2012년에 '강성대국 건설'을 올 해 초에 이미 천명한 김정일의 처분만 기다리는 신세가 되어야 한다.

[또 하나 덧붙이자면 애국 진영도 변해야 한다]

무엇보다 활동적으로 변해야 하고, 단합해야 한다. 김정일 추종 단체들의 사이트를 가 보라. '만국의 노동자는 단결하라!' 공산주의자들의 목적은 단결 그 자체라는 황장엽 선생의 설명처럼 국가보안법 철폐 단체부터 해서 한미동맹 파탄 단체, 한미 자유무역협정 반대 단체, 심지어 김정일을 민족의 태양으로 숭배하는 노골적인 친북좌파 단체들까지 하나로 똘똘 뭉쳐 있다.

애국 진영도 단결은 물론 기존의 허물을 벗고 구시대적 단순한 애국적 호소보다 21세기 트렌드에 맞는 애국을 외쳐야 한다. 그래야 젊은 층이 외면하지 않고, 국민이 외면하지 않는다. 애국 운동을 하나의 문화적 아이템으로 만들어야 한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신세대들의 눈높이에 맞는 문화적 애국 운동을 펼쳐야 한다. 얼마 전 북경올림픽성화봉송저지시민행동의 전야제에서의 비보이 댄스 퍼레이드가 그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언론을 변화시켜야 한다. 문화적 아이템이 범사회적으로 자리잡아 유행에 민감한 대한민국 국민들을 사로잡으려면 무엇보다 앞서 언론을 통해 홍보가 되어야 한다. 언론의 힘은 크다 할 수 있다. 우리 언론들도 망국(亡國)적 유행을 선동할 것이 아니라 진정한 애국적 유행을 선도해야 할 것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우리는 자랑스럽게 '오! 필승 코리아!' '대한민국!'을 외쳤다. 이렇게 전 국민이 김정일의 농간에 놀아나다 종래에는 국제적으로 고립된 쓸쓸한 대한민국에 태극기 대신 인공기가 하나둘 씩 꽂히고 '민족의 태양, 김정일 장군 만세'라는 구호가 터져나오지 않을까 심히 걱정되는 2008년의 5월이지만, 필자 또래의 대한민국 젊은 세대들의 가슴 속에는 아직 정의가 살아 있음을 믿기에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필자 또래의 수백만 대한민국 젊은 세대들과 함께 다시 한 번 그 날의 함성을 외쳐본다.

대-한민국! 대-한민국!

오주한 기자 ohjuha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