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서 자란 내 고향 저 멀리 남겨두고 현해 탄해 흘린 피 눈물 그 얼마이던가. 꿈결에도 그리운 아- 내 고향

나서 자란 내 고행은 산 좋고 물 맑은 참 살기 좋은 곳이다. 노란 개나리 꽃 활짝 피어 봄을 먼저 알리고 동이 트면 바다 저쪽 수평선에서 빨간 둥근 해가 솟아오르는 동해바다, 백사장과, 유원지, 거대한 기상을 자랑할 듯 우뚝 솟은 제철소가 자리 잡고 있다.

여기서 사람들은 보람과 행복을 누리며 하루가 시작된다. 잔잔한 파도 와 같이 순결한 마음을 안고 살아가던 내 고향은 언제부터 총소리가 울리고, 먹장구름이 뒤 덥혔는지... 은숙이도 한때는 하루하루 보람을 느끼며 제철소에서 일하였다. 그러던 그가 왜 고향을 버리고 부모님과 형제, 심지어 사랑하는 자식까지 남겨놓고 대한민국까지 오게 되었는지를 그 누구도 모를 것이다.

그러나 1992년부터 독재정치로 백성들이 굶주림과 추위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자본주의와 달리 배급이 공급되지 않으니, 시간이 지나면서 백성들은 굶어 죽고, 얼어 죽고, 총에 맞아 죽고, 기차에서 떨어져 죽고, 차마 눈 뜨고 보지 못할 일은은 계속 늘어만 갔다. 한창 재롱을 부려야할 어린나이에 차디찬 시체로 변하고 꽃다운 청춘을 활짝 나래 펴야 할 청년들도 얼마나 많이 무덤으로 땅에 묻혔는지 세상 사람들은 다는 모를 것이다.

행복한 웃음소리로 꽃피던 온 도시, 아니 온 나라가 울음의 메아리로 통곡 하는 소리는 산천이 알고 조용히 흐르는 강물만 알 것이다. 산천아 말해다오. 이 나라의 끝은 어딘지, 온 강산을 무덤으로 만드는 독재 체제는 언제면 무너지는지를 말하여 다오. 온 나라가 살기 위해 들끓고 있을 때 은숙이도 언니와 함께 온몸에 “동”을 숨기고 역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역전 안에는 발 들여 놓을 자리 없고 차가 역에 도착 하니 영화에서만 그려보던 한 장면을 보는 것만 같았다. 차 안에도 꽉 차고 360고압전기가 흐르는 지붕에도 해방을 맞아 고향으로 돌아오는 그 모습과도 같았다. 사람 위에 사람이다. 어떻게 하면 차를 탈까 근심하던 은숙 차바퀴 프레스에 앉아 가기로 했다. 아마 대한민국 사람들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기차 안 에와 지붕에는 몸단속이 심하다. 몸에“동”이 있으면 다 빼앗기기 때문이다.
“동“은 량강도 혜산으로부터 압록강을 넘어 중국으로 건너간다. 강냉이 가루와 바꾸기 위하여 온 나라가 누구 할 것 없이 생존을 위해 떨쳐나섰다. 평안도, 강원도, 황해도, 함남도, 함북도 온 나라 백성이 다 나섰다.

기차 지붕위에서 몸단속에 걸리면 목숨을 유지하려는 마지막 생존수단인“동”까지 안전원에게 빼앗기고 나면 차라리 죽기보다 못하다. “야 이 새끼야 오라” 한 남자는 안전원의 손을 쥐고 전기 고압이 흐르는 선을 잡고 “같이 죽자 니 새끼들에게 빼앗기는 것보다 같이 죽는 것이 좋다”며 스스로 목숨을 끊는 한 청년의 모습, 공장은 폐허가 되고, 모든 것이 망가지고 생산을 할 수 없는 형편이다.

“동” 때문에 총에 맞아 죽은 사람은 얼마나 많은지.... 배고픔을 견디다 못해 ,사람이 사람을 잡아먹는 사건이 일어났다 .총살당하는 모습도 은숙은 보았다. 기차 바퀴를 끌어안고 6시간 달린 은숙이 온몸은 굳어 진 것만 같았다. 그러나 역전에 도착하자마자 언니와 함께 언제 빼앗길지 모르는“동”을 안고 재빨리 빠져 나와 옥수수 가루라도 생겼으니 가족이 굶어 죽지 않겠다는 희망으로 마음 설레었다.

기차가 출발하려고 움직이는 순간, 한 40대 여성이 큰 배낭을 메고 “문 좀 열어 주세요.”
“문 좀 열어 주세요.”하며 애원을 했지만 차는 속력으로 달리고 사람위에 사람이니 누구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 여성은 그대로 온 몸이 차와 같이 말려 들어가고 말았다. 다음 역전에 차가 서자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죽은 시체가 배낭끈에 매달려 있었다. 차마 눈뜨고 그 광경을 볼 수가 없었다.

은숙은 동네 아주머니들과 같이 새벽부터 집을 나섰다. 산나물을 뜯기 위해서 가까운 산에는 풀도, 나무껍질도 다 벗겨 내여 먼 산에 가야만 했다. 한 30리 길을 걸어야 쑥도 있고 풀도 있다. 쑥을 뜯어 와야만 옥수수 가루와 섞어 먹기 때문이다. 그래도 쑥떡을 먹는 집은 잘 사는 집이다. 맨 풀에다 섞어 먹을 소금도 없어 바닷물에다 먹는 집도 대 다수다.

몸이 아픈 집은 움직이지 못하여 방법 없이 죽어야 한다. 은숙이 남편 친구 민성이가 찾아 왔다. “어떻게 오셨어요.” “큰일 났소.” 큰 사고가 발생한 것 같다. “소고기를 판 것이 밀고가 들어갔소. 일단 다른 근거는 없어 안심은 되지만 모르겠소.” 배고파서 소를 잡아먹은 것이다.

며칠 후 민성은 붙잡혔고 판결을 받았다. 7년 동안 감옥살이를 해야 된다. 감옥가지 않은 사람도 살기 어려운데 감옥에 간 사람들은 더하다 . 결국 민성이도 감옥에서 굶어 죽었다.
“밥, 밥, 밥, 한 숟가락만 먹....”말을 끝까지 남기지 못하고 민성이 아내는 어린 자식을 남겨 놓은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엄마 잃은 아이들은 거리를 헤맨다. 그러다 쓰러지면 목숨을 잃는다. 민성이가 사랑하는 아들도 홀로 언제 죽을지 모르고 거리를 헤맨다.

“빨리 모이시오”목이 터져라 부르는 인민반장의 목소리가 들린다. 모인 곳은 인민반장네 집 앞 마당, 안전원이 나와 한다는 소리 “비사회주의를 하는 자가 있으면 제때에 신고하시오”
얼마나 어처구니없는 일인가, 제 몸을 움직여 벌어들인 것도 어떻게 생긴 것인가? 이것은 어디서 났는가? 조사를 받아야만 하는 썩고 병든 세상...

장마당 입구에 사형을 처한다는 광고문이 붙었다. 시내 작은 강물이 흐르는 곳이다. 사람들이 모인 속을 헤집고 은숙 이도 갔다. “뭣 때문에 총살 한다오?”
“ 잘 모르겠소.” “만날 총소리만 내고 백성이 굶는 것은 생각 하지 않으니"
"또 물건을 도둑질 하지 않으면, 공장 기계를 뜯었겠지“　너무도 총을 쏘아대니 군중 속에서도 볼 부은 소리가 흘러 나왔다.

잠시 10명의 남자들이 차에서 내려, 앞을 가리고 몸은 말뚝에 맨다. 이게 어찌된 일인가 아는 동생 하나 있다. 철룡이다. 그는 분명 철룡이 맞다 .

사랑하는 아내와 어린 자식이 2명씩이나 있다. 마음도 착하고 여린 아이였는데 어찌 되어 사형을 당해야 하는지, 심장이 멎는 것 같고 입술이 바짝 바짝 타들어 간다. 이제 겨우 5살과 2살배기 어린 자식을 남겨 놓고 죽어야만 하는 그를 생각 하니 눈물이 흐른다.

“피고 리철룡 공장 용접기를 파손하였으므로 사형에 처한다.” 판사의 소리가 들려왔다.
억울한 저 마음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할 것이다. 30발의 총소리가 하늘땅을 뒤흔든다.
죽어서도 눈을 감지 못하고 사형에 처한 10명의 젊은이들 생각하면 지금도 눈가에 눈물이 맺힌다. 이렇게 좋은 세상을 만났으면 하는 마음 뿐이다.

“엄마 밥 한번만 먹어봤으면 원이 없겠어요.”몇 번이고 몇 번이고 외쳐봤지만 가난으로 조용히 눈을 감은 영숙이, 꽃다운 나이에 청춘시절을 펴지 못하고 싸늘한 시체로 가마니 짝에 몸을 감은 채 땅에 고이 잠든 청춘들.

“여보 정신 차려요. 죽으면 안 돼, 여보” 조용한 밤공기를 깨며 들려오는 구슬픈 울음소리 정신없이 밥 한 숟가락을 빌어 가지고 남편 입에 떠 넣지만 이미 눈을 감은 뒤다.
“여보 우리 어떻게 살아요? 여보”목 놓아 울어 보지만 한번 가면 영영 돌아오지 못한 길

“엄마 배고파”피기 없는 입술을 떨며 “엄마 배고파” 초들초들 바짝 바짝 타 들어가는 입을 겨우 열며 말하는 애처로운 소리 또 한 번 울린다. “엄마 배고파.” 엄마인들 어떻게 하랴 퉁퉁 부은 몸으로 맥없이 움직일 수 없는 몸 안간힘을 다하여 조용히 딸을 껴안았다.
9살 어린 나이에 배고픈 한을 못 풀고 엄마 품에서 조용히 눈을 감은 은경이.

동네가 떨쳐 나와 가마니 짝에 몸을 감싼다. 하늘이 울고 땅이 통곡 할 일이 아닌가 한 독재주의 자로 얼마나 많은 이 나라의 어린 생명이 땅에 묻혀야만 하는가를 온 세계가 알아야 한다. 폭풍아 몰아쳐라. “아유 내 새끼 , 이를 어쩌나, 이를 어쩌나” 땅을 치며 통곡하여도 먹지 못하여 정신이 나간 할머니 귀여운 제 손자를 끓는 가마에 안쳐 먹은 뒤에 정신을 차린들 무슨 소용이 있으랴...

죽어도 관에 들어가지 못하고 가마니 짝에 잠겨 차디찬 땅에 묻혀 죽은 이 나라의 백성들은 얼마인가 강산은 죽음의 묘지로 뒤 덥힌다. 부모 잃은 아이들 가족 잃은 노인들 장마당에 나와 훔쳐 먹고 목숨은 겨우 유지 하지만 강한 추위 속에 얼어 죽은 아이들과 어른들 , 온몸이 퉁퉁 붇고 쓰러져 조용히 눈을 감은 사람은 그 얼마나 많으랴.
백성들의 가냘픈 숨소리만 들린다. 아- 밝은 세상은 과연 언제면 올까? 통일은 언제면 올까?


은숙은 남편과 사랑하는 자식이 2명이 있다. 먹고 살기 위해 나서야만 했다. 이북에서는 기차를 타자면 증명서가 있어야 한다. 증명서가 없으면 가던 도중 벌금을 하지 않으면 강제 노동소로 간다. 남편이 종이 한 장 가져 왔다. 6.25 전쟁 때 이북에 두고 온 5살 딸을 찾고 있는 종이다. 중국 조선동포가 사람을 찾으면 돈을 주겠다고 한다. 은숙이와 남편은 기차를 타고 함남도 작은 마을을 찾았다. 6.25때 헤어진 이산가족을 찾기 위해 서이다.

다행이도 그때 헤어진 5살 딸은 량강도에서 산단다. 은숙은 량강도 가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헤어진 딸을 애타게 찾고 있는 부모의 메모지를 드렸다. “아버지 어머니는 살아 계십니까?” 엉엉 우는 딸, 5살 때 헤어진 딸도 이제는 쉰 살을 넘었다. 아버지가 중국에서 만나자고 하자 딸은 커가는 자식들에게 영향이 미치지 않을가 걱정하며 50년 만에 헤어진 부모님을 만나기조차 꺼려한다. 아무리 부모라 해도 남조선 사람을 만나면 정치적으로 매장 당하는 나라이니 누군들 그런 생각을 하지 않겠는가.

은숙은 말한다. “어머니, 그래도 50년 만에 만나는 부모님을 만납시다.”
“이보게 나라고 왜 부모님을 만나고 싶지 않겠는가? 자식 때문에 그러지 아버지 , 어머니 이 불효자식을 용서 하십시오 글로 인사를 올립니다.” 라고 말하며 편지와 사진을 주었다. 은숙은 편지와 사진을 받아들고 무거운 발걸음을 옮겼다.

은숙과 남편은 편지를 가지고 회령에 왔다. 회령은 김정일 생모 고향이자 두만강 하나를 사이에 둔 국경 지대이다. 회령에는 중국 동포가 나와 장사하는 곳이기 때문에 직접 교섭을 할 수 있다. 강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는 회령시에는 백살구 꽃이 만발하고 김정일의 생모 사적관과 동상이 있다. 백성이 사는 집에는 전기가 잘 공급되지 않지만 죽은 빈껍데기만 서 있는 김정일 생모의 동상에는 1년 365일 동안 밝은 빛줄기가 흘러넘친다.
그래도 억울함을 하소연 하지 못하는 백성들...

탈북자 김성희(2006년 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