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9월 13일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다루스만이 UN 총회에 보고서를 제출했다. 특별보고관은 올해도 예외 없이 북한에 한 발자국도 들여놓지 못했다고 한다. 인도네시아 사람 다루스만은 사상 처음으로, 2012년 3월 북한의 상전에게 UN 인권대표가 북한에 들어가게 힘 좀 써달라고 부탁했지만, 중국은 시치미 떼고 가타부타 말이 없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다루스만은 태국으로 가서 여러 UN 기구의 사람과 탈북자를 상대로 ‘조직적이고 광범위한(systematic and grave)' 김일성 3세의 인권유린을 조사했다고 한다. 김일성 2세 때보다 악화되었다고 한다. 이번에는 특별히 오길남 가족의 비극도 다뤘다.

전 세계가 인권의 보편성에 대해 광범위한 공감대를 형성하여 가장 장기적이고 가장 열악한 북한인권에 대해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막상 평화통일을 입에 달고 사는 한국은 아직 북한인권법 하나 제정하지 못하고 있다. 입만 떼면 민족을 울부짖고 인권을 개탄하고 독재에 치를 떠는 자들일수록 그러하다. 수업시간에 떠든다고 꾸중하는 선생님한테 욕하는 어린이에게 뇌세포가 전혀 다치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꿀밤을 한 대 주어도 비민주적이고 비교육적이고 야만적인 체벌이라며 동영상을 찍어 난리법석을 떠는 자들일수록 북한인권에 대해 데면데면하다. 부모가 굶어 죽어 하릴없이 떠돌아다니다가 빵 조각 하나 땅에 떨어지면 그걸 주워 먹으려고 다섯 시간이고 열 시간이고 붙박이로 기다리는 수십만 북한 꽃제비에 관한 얘기나 사진은 듣기만 하고 보기만 해도 불경죄를 저지르는 것인 양 데면데면 외면하고, 병에 걸린 수족관의 물고기 수술하는 TV 화면은 뚫어지게 보며 눈물을 글썽인다.

광주사태에 관한 온갖 유언비어와 날조는 영화나 드라마의 악의적 허구도 덮어 놓고 믿는 자들일수록, 민주화에 대해 특허권을 주장하는 자들일수록, 탈북자의 직접 체험은 데면데면 외면한다. 수만 리 길을 헤치고 한국에 천신만고 끝에 들어온 탈북자 2만 5천 명이 하는 말은 한 마디도 귀담아 듣지 않는다. 범죄자가 아닐까, 통일 방해꾼이 아닐까, 의심의 눈길을 쏘아 붙이거나 저들끼리 알아듣지 못할 말을 지껄이는 외국인 노동자를 아무 감정 없이 지나치듯이 데면데면 외면한다. 100년에 한 명 죽을까 말까 하는 질병에 대해서는 수백만 개의 촛불을 일시에 치켜드는 자들일수록 300만이 굶어 죽고 1000만 명이 영양실조에 시달린다는 말은 데면데면 외면한다. 이미 국가 보조로 한국에선 단 한 명도 점심을 굶는 학생이 없는데, 굳이 혈세로 모든 학생에게 공짜 점심을 먹여야 한다고 떠드는 천사연(然)하는 자들일수록, 북한 어린이들의 만성 영양실조와 강제 노동 동원에 대해서는 한 마디도 못한다. 도리어 한국과 미국이 조건 없이 인도적으로 도와 주지 않는다고 개탄한다. 오늘이라도 당장 이승만 방식으로 농지개혁하면 북한 주민이 1년 안에 거의 굶어 죽지 않는다는 말은 절대 못한다. 내정 간섭이라며! 눈뜬장님인지, 북한의 농지개혁은 훌륭했지만 한국의 농지개혁은 개탄스러웠다고 아직도 믿고 그렇게 한국의 학생들에게 거품을 물며 가르친다.

인권유린은 생명경시에서 오고 생명경시는 구조적 빈곤에서 온다. 그래서 UN에서도 이제는 인권보호와 경제개발을 함께 권고하고 충고한다. 권력 만만만세의 3대 세습 김씨왕조에서는 빈곤과 착취와 인권유린이 쇠사슬보다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다.

한국에선 총체적으로 보면 박정희가 인권개선에 가장 큰 공을 세운 지도자다. 시골에서 국민학교(초등학교)만 간신히 졸업하고 무작정 상경하여 운이 좋아 사창가로 안 팔리고 마음씨 좋은 사람을 만나 식모살이하게 되면 그저 밥만 먹여 주면 감지덕지하던 때에, 무슨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었던가. 누가 그들의 인권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던가. 공장에 취직시켜 준다는 조건으로 중소기업의 일개 반장이 1년 무보수로 부엌데기로 부려 먹어도 그저 밥만 먹여 주면 감지덕지하던 때에 무슨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었던가. 누가 그들의 인권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던가. 세탁소나 철공소에서 온갖 구박을 받으며 말 그대로 여차하면 뺨을 맞고 촛대뼈(정강이)를 걷어차이면서도 밥만 먹여 주면 1년이고 2년이고 기술 배운다며 꾹 참고 기다리던 때에, 무슨 인권을 이야기할 수 있었던가. 누가 그들의 인권을 위해 팔을 걷어 붙였던가.

친북좌파적 인권개념에 찌들은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은 갈등조장과 편 가르기와 증오 확산으로 오히려 인권을 퇴보시켰다. 마지못해 북한인권 노래를 부르는 척 입만 벙긋벙긋한 이명박도 마찬가지다. 미국 의회도 통과시키고 일본도 통과시킨 북한인권법을 이들은 제정하거나 통과시키려는 어떤 노력도 않았다. 대신 경제발전과 법의 지배로 인권이 반세기 만에 획기적으로 개선된 한국의 과거 일부 인권유린에 대해서는 집요하게 물고 늘어진다. 북한인권은 데면데면 외면하면서 한국의 다 아물어 희미한 인권 상처는 다시 쑤시고 소금을 뿌리는 자들에게는 이들 네 대통령이 비굴한 웃음을 짓거나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북한 독재자의 심기를 1초라도 불편하게 하는 것을 20여만 명이 종신토록 유태인수용소보다 열악한 수용소에서 99% 아무 죄 없이 인권을 유린당하는 것보다 훨씬 중요하게 생각하는 자들일수록 인권에 대해 이중 잣대를 들이댄다. 그러고도 밤에는 잠만 잘 자고 낮에는 기름진 음식만 잘 먹는다. 북한주민 2천만이 겪는 인권유린에 대해 그들이 느끼는 양심가책은 가을에 우수수 떨어지는 낙엽을 보고 느끼는 사춘기의 감상 정도밖에 안 된다. 대신 북한 독재자의 불편한 심기에 대해서 느끼는 양심가책은 옛날 서슬 퍼렇던 양반이 마당쇠에게 공연히 불벼락을 내릴 때마다, 마당쇠의 영혼이 혼비백산 달아나던 것과 비슷하다.

민통당과 통진당, 그리고 그 얼굴이 그 얼굴인 친북좌파 시민단체, 또한 새누리당의 이재오 원희룡 이준석 등 세작들, 너희들에게 언젠가 정의의 불벼락이 내리리라.

(2012. 11.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