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량 상황이 최악으로 치닫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세계식량계획(WFP)과 세계식량농업기구(FAO)가 공동으로 지난 6월 3주동안 북한 8개도 53개군에서 375가구 주민을 대상으로 식량 상태를 조사해 ‘긴급 북한 식량상황 평가’ 보고서를 작성했다.

조사 결과 평양 인근을 제외한 지역의 주민 60%는 하루 두끼 이하의 식사를 하고 있었고 주민 1인당 하루 배급량도 150g 이하로 급감했다. 밥 두 공기(180g)에도 미치지 못하는 양이다. 2007년 조사에서 하루 배급량은 500g이었다.

식량이 부족해지자 평양 곡물교환 시장에서 쌀과 옥수수 가격은 1년 전보다 3∼4배씩 상승했다. 이 때문에 배급으로 생활하는 도시 하층민의 80%가 시골에 있는 친지에게 식량 도움을 받고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농촌 역시 심각한 식량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특히 함경도와 양강도 등 북동지역에서는 이미 아사자가 발생하고 있고, 질 나쁜 음식 탓에 설사나 영양실조 등에 시달리는 사람도 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최근 도시지역의 식량부족이 심해지면서 공무원이나 공장노동자도 야생식물 채취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배급에 의존하는 사람들 중 야생식물 채집에 나서는 사람 비율이 급증했다. 2003∼05년 50%였던 이들의 비율은 2008년 70%까지 치솟았다.

협동농장에서 일하는 농부들은 대부분 올 들어 임금이 줄어 한가구 연간 수입이 북한 돈으로 7만5000원이라고 밝혔다. 1인당 매달 3125원(약 1달러)을 버는 셈이다.

북한의 식량 수급 상황은 엎친 데 덮친 격이 되여 외부적으론 한국, 중국의 식량지원이 중단되거나 급감했고 부족한 비료와 날씨 탓에 올해 곡물 수확량도 크게 줄었다. 한국은 2000년 이후 북한 1년 식량 부족분의 3분의 1 수준인 40만∼50만t을 꾸준히 지원해 왔다. 2007년에는 북한 전체 수입 식량 중 남한이 제공한 식량 비율이 63%에 달했다.

그러나 올해 한국정부의 대북 식량 지원은 전면 중단됐고 북한에 매년 20만∼40만t의 식량을 지원해 오던 중국도 올해에는 약 6만6000t만 지원했다. 이런 이유로 북한이 올해 수입한 곡물량은 2005년 전체 수입량의 7%에 불과한 약 8만5000t에 불과했다.

북한 내부 사정도 악화일로다. 남한의 비료 지원이 끊기면서 전국 협동농장은 필요한 비료량의 25∼53%를 확보하는데 그쳤고 날씨도 좋지 않아 7∼8월에는 집중호우가 내려 밀, 감자 등 봄 작물 수확량은 예년보다 25∼30% 줄어든 것으로 알려졌다.

WFP 관계자는 “향후 15개월 이내에 북한의 식량부족 상황이 개선되지 않을 경우 점점 악화돼 최악의 수준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북한주민들에게 악몽 같은 ‘고난의 행군’이 다시 올수도 있다는 뜻이다.

지난 90년대 300만이 아사한 ‘고난의 행군’은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굶주림에 뒤틀려 생사의 기로에 선 백성들의 생존을 위한 피의 전쟁이었다.

아침마다 장마당(시장)에서 풀죽을 벌기위해 아줌마 부대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면 그 틈에서 주린 창자를 달래보려는 꽃제비들의 꼬질꼬질한 손들이 풀죽감을 노리고 있었고 ‘단속반’이라는 정부를 등에 업은 도적떼들이 장군님을 거론하며 한 가정의 하루 풀죽감을 빼앗아 자기배를 채우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의 전쟁터였다.

공장들은 이미 문을 닫은지 오래됐고 유일한 교통수단인 기차마저 전기가 끊겨 움직이지 않았고 50kg, 80kg 무거운 쌀 배낭, 석탄배낭을 멘 무리들이 몇십리 길을 오가며 生을 위한 전쟁에 뼈를 갈아야만 했다.

언제올지 모를 기차를 기다려 역 대합실에서 지샌 밤들이 얼마인지 모르고 추운 겨울날 집 없는 꽃제비들의 보금자리로 대합실만한 곳이 없었다. 그것도 매일 아침 대합실에서 죽어나가는 방랑자들의 죽음이 늘어나면서 대합실 문 옆에서는 방랑자로 보이는 객은 들어오지 못하도록 규찰대가 세워졌다. 하여 죽으면서도 추운 한지에서 누구를 원망해야 되는지도 모른 채 300만은 고통스럽게 죽음을 맞이해야만 했다.

오곡五穀이 풍성한 가을날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옥수수 한 자루 따다가 총에 맞아 죽은 영혼은 더 이상 고통 없는 곳에 갔으니 행복하다 하겠다. 하지만 많은 이들이 너무도 배고파 농장 옥수수 한자루 따다가 도적이라는 죄명을 쓰고 몇 달동안 ‘노동 단련대’에서 옥수수 몇천자루의 값을 치뤄야만 했다.

그렇게 굶주림이 극심한 와중에도 김정일의 유흥을 위한 전용 도로건설에 수많은 인력들이 내 몰려 죽고, 부러지고, 굶주렸지만 김정일에게 백성의 굶주림 따윈 앞발을 내밀고 열심히 빌고 있는 파리의 애원으로밖에 느끼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고난의 행군’은 북한 인민들에게 총소리 없는 전쟁이였고 ‘죽음을 강요한 행군’이였다.

이런 김정일의 악덕을 모르는 바가 아니지만 300만의 아사자로 모자라 다시 전 인민을 그사지판으로 내몰고 있다니? 300만의 죽음을 외면해 오던 김정일이 자기아들의 교통사고 소식에 뇌졸중으로 쓰러졌다는 보도에 만감이 교차한다.

같은 땅 같은 하늘을 이고 사는 남과 북이 어쩌면 이렇게도 다를 수 있을까? 쌀이며 비료며 모두 외부의 지원이 없으면 살 수 없는 나라, 그러나 세계 앞에 핵무기를 휘두르며 위협하는 독재자 김정일, 이제 다시 나라를 10년 전으로 퇴보시켜 백성들에게 고난을 강요 하려는가?

탈북자의 한 사람으로써 ‘고난의 행군’을 겪은 희생자로써 식량기구(WFP)를 비롯한 남한과 세계의 식량지원이 지금 북한 인민들에게 얼마나 절실한가를 너무도 잘 알고 있지만 그 귀한 식량이 백성의 주린 창자는 채워주지 못하고 김정일의 살집을 불리는 짓밖에 되지 않음을 다시 고발할 수밖에 없음이 참 아이러니하다.

탈북자 이샘(2006년 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