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세계식량계획(WFP)의 대북 식량지원 요구를 사실상 거부했다.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으로 국민 정서가 악화한 점이 큰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통일부 관계자는 24일 "북한의 식량 사정이 좋지 않다고는 하지만 연말까지는 견딜 수 있다고 판단된다"며 "대북 지원 결정을 내리더라도 최소한 이 달은 넘길 것 같다"고 말해 국민여론을 감안한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땅에 탈북자들이 들어오기 시작해서부터 지금까지 10년이 흘렀다. 그동안 1만 5천이되는 탈북자들이 들어왔고, 이들 대부분의 탈북자들은 하나원에서 실시하는 설문조사나 인터뷰 등을 통해 북한에 식량을 지원하지 말라고 강력하게 호소해오고 있다. 왜일까? 한두사람도 아니고 모든 탈북자들이 하나같이 같은 말을 할까?

나는 북한에서 몇십년을 살면서 굶어 죽을만큼 살기 힘들었어도 대한민국이나 국제기구에서 보내왔다는 쌀은 한톨도 구경한적 없고 혹여 들어왔다 할지라도 “대한민국”이라는 상표는 없어진채 시장에서 비싼 값에 거래되었을 것이다.

이것이 북한의 현실이다. 나 한사람의 증언이 아닌 모든 탈북자들의 증언이다. 이제까지 한국정부나 국제기구에서 북한에 지원한 쌀가마니는 몇톤이며 북한에서 굶어죽어간 백성의 수는 얼마인지 한국정부는 과연 모를까?

며칠전 발표된 감사원의 발표에 따르면 통일부가 북한이 지원받은 자재를 다른 용도에 쓰려 한다는 정황을 포착하고도 약 49억원의 남북협력기금을 묻지마식으로 제공했다고 한다. 탈북자들이나, 이 땅에 기초수급으로 하루를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49억이라는 엄청난 돈을 ‘밑빠진 독에 물 붓듯’이 김정일에게 바치다니?

정부는 탈북자들의 하나같은 증언은 들을 귀가 없는지 묻고 싶다. 그렇게 듣지도 않을거면서 탈북자들에게 설문조사는 왜 하는지? 아니, 이 모든 것은 다 그만두고라도 대한민국이 김정일의 식민지라도 되는지? 왜 김정일에게 조공을 바쳐야만 하는지를 묻고 싶다.

김정일은 백성들이 굶어 죽고 있는데도, 자존심을 세우면서 한국정부가 지원해주는 옥수수 5만톤은 받지 않겠다고 한다. 김정일은 백성의 굶주림보다 자신의 명예를 더 귀중히 여기며 백성들에겐 ‘독재자’로 군림하고, 국제무대에서는 ‘은든자’로 약한 자에겐 한없이 강하고, 강한 자 앞에서는 약한 비겁쟁이에 불과하다.

탈북자들의 증언을 통해 정부나 다른 단체들에서 북한에 지원하는 식량이나 물품들은 모두 김정일의 사리사욕을 채우는데 씌어진다는 사실이 확실히 드러나 있다. 그런데도 왜 한국정부나 국제기구는 북한에 계속 쌀을 지원해야 하는가?

한국정부는 북한과 관련된 모든 사건, 사고들을 처리할 때 탈북자들의 소리를 들을 귀를 열었으면 좋겠다. 김정일의 통치를 직접 받아왔고 북한백성의 현실을 탈북자만큼 아는 사람은 통일부도 아니요, 국제기구나, 미국정부도 아닌 탈북자들이다. 최소한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라면 국민의 소리를 들을 귀가 넓어야 할 것이다.

탈북자들을 도와주는 민간단체들의 주장처럼 북한을 꼭 도와줘야 한다면 차라리 탈북자들을 지원하는 것이 낫다. 그것은 탈북자들을 통해 북에 두고 온 가족들과 많게는 친척들까지는 확실하게 도움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탈북자 이샘(2006년 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