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아득히 거슬러 올라가면 그때.... 생각조차 하기 싫은 고난의 시기가 보인다.
지금 현대인들은 상상도 할수없는 굶주림....기아....추위...

이런 꿈찍한 일들이 멀리도 아닌 내 나라 한반도북쪽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그 현장의 피해자이지만 꿈찍한 현실을 숙명으로 받아들이며 나는.....그리고 우리들은 죽어가고 있었다.

1994년 여름....어버이로 불리우던 김일성이 사망했다. 영원히 지지 않는다는 태양이 하루아침에 꺼지고 말았다.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아래 여기저기 끌려다니며 추모행사 참가하여 방성대곡? 하고나서 우리는 익사병으로 쓰러졌다.

남들 눈에는 어버이를 사모하는 뜨거운 마음이 우리를 질식시켰다고 보여졌다.

그렇다. 김일성은 백성에게 어버이였고 장군이였고 신이였다. 그렇게 배웠다. 태여나서 처음 배운 말이 ‘김일성 원수님 고맙습니다’ 였고 ‘우리의 아버진 김일성 원수님 ........세상에 부럼 없어라’ 였다.

학교에서 처음 배우는 과목도 ‘김일성 원수님 어린시절 따라배우기’를 처음 배웠고 국어시간 처음으로 배운 글이 김일성과 김정일, 그리고 "꼬마땅크 나간다 우리땅크 나간다 미국놈을 쳐부시러 달려나간다"였다.

우리는 이렇게 철저하게 길들여져 갔다. 어른이 되여 사고의 자유를 가졌을 때에도 총대로 김정일을 옹위해야 되고.....

굶어죽더라도 전쟁을 해서 통일을 해야되고 당의 유일사상체계 10대원칙을 외워야 되고 당이 결심하면 우리는 한다는 구호를 웨쳐야 하고 고난의 행군시기 허리띠를 졸라매고 당을 옹위하고 최고 사령부를 지켜야한다고 배웠고 매주 생활총화를 통해 나를 반성하고 친구를 비판하고 새 삶을 결심하고 김정일을 옹위해야했다.

그렇게 우리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꼭두각시로 잘 훈련 받아나갔다. 세계는 역사시간에.....그리고 지리시간에 책에서 배운 그림같은 이야기가 전부이고 남한은 불쌍하고 못사는 나라이고 지주와 자본가가 백성들을 억압하고 착취하는 지옥같은 곳이라고 배웠다.

또 온 세계에서 북한만이 유일무이하게 사회주의 낙원을 고수하고 지켜나가고 있다고 배웠다. 우리는 사회주의를 지켜야 되고 당과 김정일을 옹호보위 해야 된다고 배웠고 실지 그렇게 살았다.

국가에서 주는 배급이 끊어진지도 오래..... 통강냉이 한 알을 세여서 먹을 때는 그래도 행복했다. 엄마가 하루 종일 시장통에서 벌어오는 멀건 죽 한 그릇을 물처럼 들이키며 허기진 배를 달래며 사회주의를 지켜야 했다.

내 옆에서 굶주려 죽은 할아버지를 보고, 굶주림에 뒤틀려 거리를 헤메이는 어린아이들을 보았고 지난밤 어느 온가족이 굶어서 죽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도 그래도 우리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사회주의를 지켜야 했고 나만큼은, 우리가족만큼은 굶어죽지 말아야겠다고 몸부림치며 목숨을 연명했다.

그것이 지금부터 10년전의 북한의 현실이고 나의 삶이였다.

이런 이야기 들었다. 한 엄마가 북한엔 먹을 것이 없다고 어린 자식에게 말하니까 그 꼬마의 대답 "엄마 먹을 게 없으면 라면 먹으면 되잖아요"....

참 서글퍼진다. 사회주의라는 정치 난봉꾼들의 꼭두각시에 놀아나 가난과 굶주림을 숙명인줄 알고 있는 북녘의 불쌍한 백성들의 죽음이 눈물겹도록 서럽고 아프다.

라면? 먹을 게 없으면 라면 먹으면 된다는 걸 어린 꼬마도 다 아는 사실인데.... 사회주의는 그 간단한 사실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또 이런 이야기 가끔 듣는다. 남한엔 사회주의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한번 가보시라...

그리고 당신이 얼마나 축복 받은땅에서 태여나 살고 있는가를 감사하시라. (계속)


탈북자 이새미 (2006년 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