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세계 식량계획은 북한이 1990년대 후반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식량위기를 맞고 있다고 밝혔다.

장 피에르 드 마저리 WFP 평양사무소장은 이날 베이징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 주민 500∼600만명이 식량난으로 인해 끼니를 제대로 채우지 못하거나 야생 과일이나 초근목피로 목숨을 연명하는 등 기아 수준으로 전락할 위험에 빠지고 있다"며 대북식량지원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그는 한국과 북한이 대화를 재재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경우를 두고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지난 27일 북한의 식량 사정이 오는 8-9월이면 아사직전 단계에 이를 것이라는 세계식량계획의 조사 결과 보고서가 발표되고 김하중 통일부장관이 금강산 총격사건으로 악화된 국민감정 때문에 대북식량지원문제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는 언론뉴스가 나간 시점이어서 마치도 한국정부에 대북식량지원의 명분을 주려는 의도처럼 보인다는 말이다.

탈북자들은 세계 식량계획이 3주간 북한의 8개 도 53개 군에서 진행했다는 식량조사 결과에 대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의 식량사정이 어려운 것은 사실이지만 굶어죽을만큼 심각한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에서 6월 중순 정확히 22일하지가 되면 량강도 북부지역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햇감자를 수확한다. 그리고 여름이면 채소도 많이 나오고 조금 더 있으면 옥수수도 먹을 수 있다.

특히 올해는 날씨가 좋은 탓에 햇감자 수확이 예년에 비해 크게 늘었다고 한다. 북한소식통에 따르면 올해 감자농사 대풍(大豊)으로 7월 중순부터 햇감자 가격이 300원 아래로 떨어졌다고 한다. 대체로 보릿고개라 불리는 3~6월까지만 넘기면 북한주민들은 위험한 고비를 넘겼다고 말한다.

그러면 왜 90년대 중반에는 3백만이 굶어 죽었냐고 물을 것이다. 당시는 배급에만 익숙했던 사람들이 장사하는 방법을 몰랐고, 북한당국이 개인경작지와 시장을 공식적으로 허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소위 당에서 시키는 대로 고지식하게 살다가 굶어 죽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기운명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라는 진정한 주체철학의 의미를 깨달은 주민들이 자체로 일군 소토지에 곡식을 심어 먹고 시장을 통해 먹고 살기 때문에 앉아서 굶어죽던 1990년대 중반과는 사정이 많이 다르다.

현재 북한에서 식량배급에 의지해 살아가는 사람들은 일반주민들이 아니라 권력계층과 평양시민, 군인, 공무원, 군수산업부문의 노동자들, 각종 명목의 돌격대원 들이다. 기본적으로 배급에 의존해 사는 이들은 식량위기가 닥치면 제일먼저 타격을 입는 계층이다. 한마디로 북한체제를 지키는 골간들인 셈이다.

북한이 식량위기를 사회주의 운명과 관련된 심각한 정치적 문제라고 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더 이상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의 백성임을 포기하고 알아서 자체로 살아가는 백성들보다 김정일이 베푸는 식량배급에 의존해 살던 권력계층과 국가의 중추를 이루는 기득권 세력들이 식량배급이 중단되고 생사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면 어떤 변란을 일을키게 될지 짐작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소위 ‘고난의 행군’시기에도 식량배급을 받는 특전을 누렸던 그들에게 식량배급의 중단은 더 이상 김정일 독재체제와 운명을 함께 해야 할 필요성을 상실하게 만든다. 김정일이 간부들에게 “빈 밥그릇을 앞에 놓고 사회주의제도가 좋다고 한다면 누가 믿겠는가?”라며 식량증산을 독려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에서다.

그러나 식량증산을 위해 그가 내놓은 방법이란 이미 아버지가 써먹다 실패한 주체농법의 신화를 계속 이어나가는 것이고, 밥숟가락 드는 사람은 모두 농촌으로 내모는 인해전술이었다. 결과 해마다 농사를 망치고, 식량부족으로 3백만이 아사하는 참사까지 발생했다.

아마도 솔방울로 폭탄을 만들고, 가랑잎으로 강을 건너는 신출귀몰한 재주를 지녔다는 전설의 영웅 김일성은 아들에게 권력세습은 해주면서도 가장 중요한 빈 쌀독을 채우는 마술은 제대로 가르쳐주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지구를 움직인다는 위대한 21세기의 태양께서 공식등극한지도 어언 13년이 되어오지만 아직까지 먹는 문제 하나 해결하지 못해 사람을 굶겨 죽이고 있으니 그 미친 태양이 한번만 더 뜬다면 북한 땅에 사람의 씨가 남아날 것 같지 않다.

북한의 식량난은 결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만성적인 북한의 식량난이 독재정권 유지에 환장한 김정일 정권의 개혁개방 거부에 있음은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일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식량부족의 원인을 자신들에게서 찾는 것이 아니라 믿지도 않는 하느님을 탓하고, 스스로 자초한 국제적 고립을 탓하고 있다.

이와 같은 사실은 우리에게 다음과 같은 교훈을 준다. 김정일 정권은 스스로 개혁개방 할 의지가 전혀 없으며 만일 북한 땅에 김정일 정권이 지속된다면 북한의 식량위기는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는 것이다.

저들에게 중요한 것은 나라의 발전과 인민의 행복이 아니라 썩어서 무너져가는 독재정권의 잔명을 유지하는 것뿐이다. 독재 권력의 유지를 위해 인민의 고통과 희생만을 강요하는 김정일 독재정권을 하루라도 빨리 타도해야 북한이 살고 인민이 산다. 무원칙한 식량지원으로 독재정권의 수명을 연장시켜서는 안 된다. 북한에 필요한 것은 식량지원이 아니라 인민의 고통과 희생을 강요하는 김정일 정권 타도에 국제적인 역량을 집중해 지원해 주는 것이다.

김대성 기자 lstarkim@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