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 김정일의 시찰은 북한주민들에게 불안과 고통만을 가져다준다. 오늘은 어느 군부대요, 내일은 어느 제철소, 협동농장, 이렇게 다녀도 별다른 성과는 없다. 다녀봐야 북한주민들만 고달플 뿐이다.

알지도 못하면 우에 앉아서 보고나 들으며 주민들을 고달프게만 안 해도 좀 낮다. 그런데 경제를 모르는 사람이 경제에 대해 논하니 하나 박에 없는 북한 정권을 갈취한 도둑놈의 본성 그대로이다. 또 살아생전 김일성은 김정일에게 경제에 대해서는 참견하지 말라고 말했다고 한다. 김정일이 어느 해인가 고위관료들을 모여 놓고 이와 같은 말을 지껄이기도 했다.

그러나 말과 행동은 다르다.
지난 2000년 초에 김정일은 량강도대홍단군을 시찰했다. 대홍단은 북한에서도 해발고가 제일 높은 북쪽 산간지대에 위치하고 있다. 김일성이 항일무장시기 이 지역에서 전투를 벌였다 하여 지금은 혁명전적지로 불리고 있다.

당시 김정일은 수원들에게 이 넓은 땅을 왜 묵이냐며 욕을 퍼부었다고 한다. 간부들은 전에 거주하고 있던 사람들은 거의 이곳을 떠나가고 몇 명의 젊은이들과 늙은이만 살고 있다 보니 농사를 지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김정일은 제대군인들은 뒀다 뭣하냐고 군인들을 집단배치 하도록 명령했다.

이 명령에 따라 제대군인들이 부모 형제가 기다리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대홍단 협동농장에 집단적으로 차출되어 갔다. 이러한 행위는 이리 보고, 저리 봐도 분명한 인권유린행위이다. 어떻게 13년간 죽도록 노동착취를 강요하고, 사람 죽이는 연습만 시키다가 산골 오지로 보내 평생고역살이를 시킬 수 있는가?

북한의 군 생활은 남한의 14개월 군 생활과 질적으로 다르다. 젊음의 꿈과 희망이 송두리째 빼앗기고 로봇인간이 되어 살아가는 지옥살이이다. 그나마 위와 같은 지옥살이를 마치고 고향에 돌아간다면 좀 낳은 편이다.

김정일의 명령에 의하여 대홍단 과 같은 산간오지에 집단 배치되면 가정을 이르는데도 여러 가지 지장이 있다. 어느 여성이 그런 산중에 와서 감자농사를 지으며 함께 살겠다 하겠는가?

당시 독재자 김정일의 발언은 단순한 명령으로 끝나지 않았다. 김정일이 감자혁명을 부르짖자 량강도뿐 아니라 다른 지역까지 감자농사를 지으라면 옥수수 밭까지 뒤집고 감자를 심었다. 주체농법 타령을 해온 김정일이 즉흥적인 지시가 온 나라를 뒤집어 놓았다. 감자농사가 안 되는 함경남도나 평안북도, 평안남도까지 많은 옥수수 밭을 감자밭으로 전환했다.

그리고 감자밭마다 김정일의 말씀이라고 ‘감자는 곧 흰 쌀과 같다’라는 구호까지 내걸도록 했다. 농사를 전문으로 하는 협동농장 뿐만 아니라 공장, 기업소의 부업지(북한에는 2급 기업소 이상 해당 공장에서 운영하는 농장부지 가 있다) 밭에도 감자를 심도록 했다. 감자가 흰 쌀로 될 수 없다는 것은 극히 지당하다. 그런데도 김정일은 막무가내로 밀어 붙였다.

그 후과는 고스란히 북한주민들의 굶주림으로 이어졌다. 당시 함경남도와 평안남도에서는 적은 감자 수확량 때문에 농장에서 수확고를 높이지 못했다. 원래 북한에서 감자농사는 량강도와 같은 고산지대에서나 가능하다. 함경남도나 평안도 내륙지역은 감자농사를 해도 주식으로 될 수 없다. 량강도에서 생산된 감자에 비해 내륙지방에서 생산한 감자는 전분을 비롯한 필수영양소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나오는 감자는 부식물로 취급한다.

또 그뿐만 아니다. 김정일은 메기를 길러 맛좋고 영양가 있는 고기를 많이 길러야 한다며 전국에 양어장을 건설하도록 지시했다. 군부대를 비롯한 공장, 기업소들에서는 양어장 건설로 주야간 이사업을 진행했다. 기일을 맞추느라 주야 전투를 벌여서 비가 억수로 쏟아지는 속에서도 맞들이(들것) 들고 흙을 절토해내고 돌을 등짐으로 날라다가 석축을 하여 완성하여 양어장을 만들었다.

그러나 그것이 완성되고 일이년 삼년이 지나도 양어장에서 양식된 메기가 나오지 않는다. 지금까지 양어장 메기가 군부대 군인들에게 급식된 적이 없다. 훈련소 지휘부에서 간부들이 내려오거나 일이 생기면 거기서 고기를 잡아 대접하는 것이 고작이다. 김정일의 양어장 건설지시가 일반주민들이나 군인들을 위해 세워진 것이 아니라 고위관료들을 위해 건설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로 인해 바닷가마을에서도 산간지대조건에 맞게 양어장을 건설해한다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참으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수산부분에서는 바다 양식을 잘 이용해도 수십 종의 물고기를 양식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북한주민들은 김정일이 바다로 하면 바다로, 산으로 하면 산으로, 그 한사람 독재자의 즉흥적인 말에 전문가들이 기를 펴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과학기술 중시사상을 떠벌리고 있으니, 과연 이것이 말이나 되는가?

지금 북한주민들은 그 김정일 한 사람 때문에 온갖 고통을 다 겪으며 죽지못해 살아가고 있다. 따라서 북한주민들은 새로운 신조어를 만들어 냈다.

“길고 얇게 사는 것보다 굵고 짧게 사는 방법을 찾자!”

이 말의 뜻은 김정일의 지시나 노동당 조직의 강요에 시달려 비틀거리며 사는 것보다 자기운명의 주인은 자기 자신이라는 자각을 가지고 최대한 김정일의 지시나 당의 강요를 해피하면서 독자적인 생존권을 가지고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김정일에게 자기 삶을 맡겼다가는 잘 먹고 잘사는 방식을 모두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굶주림과 고통 속에 오래 사는 것보다 도둑질을 하던 뭐를 하던 단 한순간만이라도 배불리 먹고, 풍요한 삶을 살다 죽자는 말이다. 그래서 북한에 김정일 한사람만 없으면 주민들은 잘 살 수 있다는 말이 된다.


탈북자 백명옥 (2007년 입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