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지점은 측면이다.

호텔 CCTV에서 확인된 박 씨의 출발시각은 오전 4시25분이고 북측이 밝힌 사건 발생시각은 오전 4시50분이다. 호텔을 나선지 25분 만에 사건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다.

북측 설명에 따르면 박 씨가 그 사이 이동한 거리는 총 3.3㎞로 호텔에서 백사장 입구까지 706m, 해수욕장 입구에서 군사통제구역 펜스까지가 428m, 거기서 북한 초병에게 발견된 기생바위 부근까지가 1.2㎞다. 여기서 북한 초병에게 발견돼 다시 1㎞를 되돌아 달려오다 펜스를 200m 남겨둔 지점에서 총격을 받아 쓰러졌다는 것이 북측의 주장이지만, 틀렸다.

북한군의 해안경비와 철책선 근무는 철저히 잠복(매복)근무로 이루어진다. 대낮에, 눈에 보이는 경비초소에 서있는 哨兵들은 허수아비에 불과하다. 3인 1조로 구성된 북한의 잠복근무 요원들은 날이 어두워질 때를 기다려(계절에 따라 시간이 다르다)잠복초소에 진입하며 동틀 무렵을 기하여 은밀히 철수한다.

“잠복초소의 위치가 적들의 감시망에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한 것”임을 軍출신 탈북자들은 강조한다.

조장은 분대장이 맡게 되며 상황이 발생할 경우 잠복조원들은 대상을 정 조준한 채 초소에 구비된 유선전화를 통해 나타난 상황을 상부에 直報(직보)한다. 直報라 함은 기존의 보고체계가 무시되는 경우를 일컫는 말이다. 잠복조장과 대기 중인 초소장(소대장)은 중대장을 생략하고 대대지휘부에 이를 보고하며 대대지휘관은 연대 혹은 여단을 뛰어넘어 사단과 군단으로부터 명령을 받는다.

유선전화를 통한 보고내용이지만 “적들의 도청을 방지하고 신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비밀스럽고 함축된 용어를 사용한다. 예를 들어 “人跡(인적)이 발견되었을 때 ‘까마귀 하나 발견’으로, 국적이 확실치 않은 선박 등이 발견되었을 때는 ‘물개’가 출현했다”는 식이다.

박왕자 씨가 군사통제구역이라는 펜스를 넘어선 시각이 동틀 무렵이라면 잠복초의 철수가 임박한 시간임으로 군인들의 정신상태가 가장 또렷한 순간이다. 오발의 가능성은 0%. 검정색 옷을 입었다지만 형체를 분간할 시점에서 관광객을 가려보지 못할 이유가 없음에도 군인들은 ‘까마귀 하나 발견’으로 상부에 보고했을 확률이 높다.

잠복조장과 초소장, 대대지휘부와 사단, 군단을 거치고 역으로 명령이 내려오는 시간은 2분에서 5분, 북한 軍당국은 남한 관광객임을 알면서도 남북관계의 새로운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 발사명령을 내렸을 것으로 보인다. 그 시간동안 박 씨는 펜스를 넘어서서 약 2~300m, 즉 총격을 당한 지점까지 걸어갔고...총격을 당했을 것이라고 軍출신 탈북자들은 강변한다.

이들의 증언이 사실이라면 박 씨가 25분 동안 걸었다는 3.3㎞에서 보초소가 있는 기생바위 부근까지의 1㎞와 되돌아 달렸다는 또 하나의 1㎞가 사라짐으로 박 씨가 소요한 소풍시간은 25분, 소풍거리는 총 1.3㎞가 된다. 거리와 시간이 대략 맞아 떨어지고 북측의 억지가 드러나는 대목이다.

결국 북한의 ‘금강산 경비대’군인들은 상급의 명령을 받은 즉시 박 씨를 향해 조준, 발사했고 발사지점은 펜스가 설치된 1차 차단 지역이나 기생바위초소에서부터의 추격지점이 아니라 바다를 정면으로 하고, 펜스에서 약 200m 떨어진 곳에 위치한 잠복초소다.

잠복초소는 바닷가를 마주한 산기슭이나 둔덕에 위치해 있을 가능성이 높으며 바닷가와의 직선거리는 100m미만으로 조준사격이 가능하다. “박 씨에 대한 부검결과, 총탄이 우측 흉부를 거쳐 간 부위를 통과해” 장기를 손상시켰다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발표와 “비명과 총성이 난 쪽으로 가보니 한 사람이 쓰러져 있었고 곧이어 숲속에서 군인 3명이 뛰어나왔다”는 목격자의 증언은 사건의 경과를 확실케 한다.

이처럼 북측의 의도된 도발이 자행되고 있을 때 남한의 이명박 대통령은 “북과의 새로운 관계개선을 촉구”하는 코미디를 연출했다.

북한이 주장하는 공포사격은 없었다.

북한군 총격사건의 유일한 목격자 이인복 씨는 “박 씨가 모래언덕 쪽으로 걸어간 뒤 10~20분이 지나서 5∼10초 간격으로 두 방의 총성이 아주 가까이에서 크게 들렸다”며 “두 방 이외에 다른 총성은 들리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이씨는 또 “여성의 비명소리도 들렸는데 그것이 두 번의 총성 사이였는지, 두 번째 총성 이후였는지는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씨의 증언은 “공포탄을 쏜 뒤에도 박 씨가 계속 달아나 실탄으로 두 차례 사격했다”는 북쪽의 설명과 다르다. 실지로 북한의 軍당국은 해안초병이나 분계선(철책선)지역의 경비병들에게 공탄(공포탄)을 공급하지 않는다. “적들의 침투를 막아야 하는 경계병들이 실지 상황에서 공탄을 발사할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실탄사격에서 실패할 경우 ‘강구지뢰’를 폭파시키는 것이 전연초병의 임무다”고 탈북자들은 말한다. (이명선 씨의 증언, 2001년 입국)

문제의 ‘강구지뢰’에는 1.5㎝의 직경을 가진 무쇠 알 230개가 들어있다. 잠복초의 은밀한 곳에 숨겨놓았다가 “불시에 다가오는 적들을 향해” 스위치를 누르면 전방 102도 방향으로 무쇠알들이 튀어 나간다. 살상거리는 80~100m로 1997년경에 북한군 전연부대들에 전진 배치된 살인 무기이다. (편집자 주)

이처럼 박 씨를 향해 공탄이 아닌 실탄을 쏘아댄 북한군 군인들은 쓰러진 박 씨가 계속 움직이자 약 10초 후, 또 한방의 조준사격으로 확인사살까지 한 셈이다.

금강산 관광에 나섰던 또 다른 증언자들의 말처럼 세방의 총성이 울렸다면 한발은 목표에서 빗나간 것이다. 북한이 남한당국의 현지조사를 극력 배제하는 것은 이러한 사실들을 은폐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은 그래서 더 설득력을 얻는다.

국민이 나서야 한다

이처럼 중무장한 북한군 경계지역에 펜스하나 달랑 쳐 놓고 진행되어 온 것이 금강산 관광이고, 지난정권의 대북정책이었다면 이명박 정권으로서는 전면 再검토가 必修不可缺(필수불가결)의 조건이었다. 하지만 청와대는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식의 대북정책을 표방해 오다가 비참하게도 남한국민을 향한 북한군인의 총격사건이 벌어진 시점에서 남북관계의 새로운 전망을 발표해 버렸다.

한편 북한은 저들을 상대로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에 더 이상의 미련을 접고 미국과 소통하고 남한을 배제한다는 “通美封南”(통미봉남)의 정책을 구사하기 시작했다. 개성공단에 있던 남측 실무자들과 금강산 이산가족 면회소 건설 현장의 조달청 직원을 강제로 철수시킨 것이 그 전조곡이라면 벌써부터 북한을 방문하는 남측인원들에 대한 통관시간을 한시간이나 더 연장시킴으로 이번 사건의 전제를 마련한 형국이다.

뺨을 때려도 잔인한 방법으로 때려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에서는 신기한 일이 또 벌어지고 있다. 무고한 남한 관광객을 죽이면서까지 저들의 목적을 달성한 김정일 독재정권의 포악성이 눈에 보이는데 1/99999999의 확률이 될까 말까한 광우병 파동에 2개월이나 몸살을 앓던 대한민국 서울은, 사건이 벌어진지 사흘 만에 백성의 죽음보다 “더 중요한”문제를 떠올리고 있다.

“독도문제”는 국가의 존엄과 연계되는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김정일 정권의 기획된 대남전략에 의해 억울하게 숨져간 한 여인의 운명이 “독도문제”에 가려질수는 없다. 최근 들어 초불시위를 거들며 남한의 민심을 극찬해온 북한당국이 남한정부의 그 어떤 대응보다 국민의 힘과 여론을 더 두려워한다는 것이 북한 내부소식통들의 진언인데, 민심을 따돌리려는 심보가 곳곳에서 비쳐지고 있다.

억울한 죽음을 당한 여인을 위해 추모의 꽃 한 송이를 든 백만, 천만의 애국지사가 그래서 필요한 시점이다. (끝)

FNK 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