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노동신문은 지난 11월 6일 “제국주의자들의 《인권옹호》, 《민주주의》타령은 궤변이다”라는 논설을 냈다.

노동신문은 논설에서 “제국주의자들이(미국이) 《인권옹호》와 《민주주의》를 부르짖는 것은 다른 나라들에 대한 저들의 간섭과 지배주의책동을 가리우기 위한 궤변이다”며 “세상에 참다운 민주주의는 오직하나 사회주의적민주주의이다”고 주장했다.

또한 신문은 “인권과 자주권은 불가분리적관계에 있다”며 “오늘의 현실은 인권이자 곧 국권이며 국권이자 곧 인권이라는 귀중한 진리를 사람들에게 똑똑히 새겨주고있다”고 역설했다.

이러한 주장과 역설은 한마디로 북한식 사회주의적민주주의 제도라는 국가주권에 의하여 인권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 체제의 본질인 수령절대주의가 진정한 민주주의이며, 그 수령절대주의에 의하여 북한주민들의 인권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한편 이와 같은 주장과 역설은 자유민주주의 우월성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못하고 있는 반미주의자들을 비롯한 일부 남한주민들을 겨냥하고 있다는데 그 위험성이 있다.

남한과 북한주민들의 인권 인식의 차이점

남한의 일부 사람들은 “김정일 독재정권 청산이 어떻게 인권운동으로 되는가?”질문을 던진다. 남한에서 인권문제와 북한에서의 인권문제에 대한 인식이 다르다는 증거이다.

남한을 비롯한 발전된 민주주의 사회에서 인권문제란 대개 “인간적 차별과 편견에 관한 문제”로 인식한다. 피부색이 다르고 취학이나 취업에서 차별을 받거나, 국적과 인종이 서로 다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따돌림을 당하거나, 장애인을 배려한 시설이 마련되지 않았다거나 하는 등 대개 “소수자(少數者)의 권익 보호”를 인권운동의 주요테마로 하고 있다.

문제는 차별과 편견은 대개 체제 자체의 본질적인 문제에 기인하기보다는 “사회적 인식의 부족”에 의한 문제로 보는 경우가 많다. 또 그것이 체제의 문제에 기인한다 하더라도 대개는 체제의 전면적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그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도와 체제 자체를 청산할 필요성이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인권문제는 정치적이고, 제도적, 나아가 체제의 본질적이고 전면적인 모순에 기인하지 않는 것이 없다. 공개처형의 문제, 정치범 수용소, 학살과 고문, 통행증제도, 선거의 자유 부재, 집회·결사·언론 등 일체의 자유 부재 등...

이러한 문제들은 북한 사회의 주류(主流)를 점하고 있는 사람들의 인식이 부족해서 생겨난 문제들이 아니다. 또 북한의 소외된 일부 계층만이 당하는 고통이 아니다. 수령 한 사람에 의한 2천 3백만 전체 인민들이 다 함께 겪는 고통이다. 이것은 인민대중이 수령에게 절대복종해야 한다는 수령 우상화 절대주의 사상과 체제, 독재 권력에 의하여 생겨난 것이다. 따라서 북한인권운동의 궁극적 목표는 수령우상화 체제를 강요하는 김정일 독재정권을 무너뜨려야만 가능하다.

김정일 독재정권 청산은 북한의 인권운동이자, 민주화운동

지금 일부 남한주민들을 비롯한 민주주의 나라들에서는 북한에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민주주의체제를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지 김정일 독재정권 붕괴를 주장하는 것은 극단적인 행동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이것은 북한사회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부족한데로부터 비롯된다. 김정일 독재정권은 국제사회가 인정하는 최고의 수준에 도달한 자유민주주의나 유럽사회의 조류로 등장한 사회민주주의를 정면 부정한다. 김정일 독재정권이 인정하는 민주주의는 이번 노동신문 논설에서 보듯이 “사회주의적민주주의”라는 것이다.

노동신문은 사회주의적민주주의는“ 인민대중을 국가와 사회의 주인으로 내세우고 그들이 사회생활의 모든 분야에서 주인으로서의 권리를 마음껏 행사할 수 있게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의 현실은 정반대이다. 앞서 말했듯이 북한은 김정일이 내놓은 수령절대주의 논리에 따라 수령 한사람이 당과 국가, 인민을 지배하는 주인이다. 군대는 수령 독재 실현을 위한 폭력적 도구가 되어 인민들을 탄압한다. 여기에 인민대중이 사회의 진정한 주인이라는 말은 거짓이다.

북한에서 낮은 단계의 민주주의가 실현되자면 최소한 이동의 자유, 선거의 자유는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은 이런 초보적인 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 이것이 인민대중을 주인으로 한 민주주의라고 말할 수 있는가?

이러한 초보적인 민주주의절차 조차 김정일 독재정권이 제도적으로, 체제유지의 통치수단으로 탄압하고 있다. 김정일 독재정권은 북한주민들이 민주주의의 기본원칙조차 모르도록하기 위해 남한을 비롯한 발전된 민주주의나라들과의 정보교환을 금지하고 탄압한다. 심지어 이것이 당국에 발각될 경우 공개총살, 정치범 수용소에 감금한다.

이와 같은 북한의 최악의 조건은 김정일 독재정권에 의하여 세워진 수령우상화 독제체제 청산이 곧 북한인권운동이며, 민주화운동으로 된다는 것을 확인시켜준다.

이주일 논설위원 lijuil@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