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장외투쟁을 선언했다. 장외투쟁이란 무엇인가? 다중의 위력으로 무엇을 강제하려는 것이다. 왜 장외투쟁인가? 달리 방법이 없다는 이유란다. 그러나 왜 꼭 민주당 뜻대로 돼야만 하는가? 여-야 간에 국회 안에서 안 되면 안 되는 것이다. 민주당이 하고자 하는 것은 반드시 돼야만 한다는 전제란 도대체 무엇에 근거하는 것인가?
장외투쟁은 혹시 제2의 광우병 소동이라도 기대하는 것인가? 다중이 도심을 점거하고 시위를 하고 공포감을 조성하고 치안을 마비시키고 청와대로 ‘진격’하고 공공건물과 시설물을 파손하고 경찰관을 두드려 패고 쌍욕 질을 해대고 아스팔트에 퍼질러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고 경찰관이 호루라기를 불면 “야, 시끄럽다, 우리 아기 깰라”고 야단치고... 해댄 게 광우병 난동이었다. 민주당이 만약 이런 걸 또 기대한다면 이번엔 그게 그렇게 호락호락 되지 않을 것이다.
민주화 이후에는 권력 악(惡)에 맞서 맨몸으로 싸우다가 순교하는 의로운 투사들의 성스러운 투쟁이란 개념은 사라졌다. 그런 건 이제 없다. 있다면 이익집단의 패거리 싸움밖엔 없다. 민주당과 운동권은 스스로 옛날의 민주화투쟁의 연장선상에서 싸우노라고 자처하겠지만 그건 웃기는 소리다.
그들은 그런 아우라(aura)의 세력이 아니다. 그냥 정치적 이익집단의 하나일 뿐이다. 그들은 민주와 정의를 독점적으로 대표하지 않는다. 이런 그들이 “나를 따르라” 한다 해서 우우 하고 나설 군중은 직업적 ‘꾼’과 ‘단골손님’밖엔 없을 것이다.
국민의식도 광우병 때에 비해 많이 성숙했다. 한 여론조사에 의하면 장외투쟁에 참여하겠다는 비율이 32%, 참여하지 않겠다는 비율이 67%였다. 선동선전이 미치는 영향력이 그 만큼 줄었다는 뜻이다.
그러나 헌법질서 수호 세력에겐 주의를 요하는 사항들이 있다. 우선 대통령이 겁먹지 말아야 한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광우병 때 어찌나 혼비백산 했던지 “아이고 나 죽는다” 백기투항을 했다. 이때부터 그는 권위를 잃고 얕잡아 보이기 시작했다.
박근혜 대통령은 그러지 않으리라 믿는다. 의연한 리더십으로 중우(衆愚)의 질서파괴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 새누리당도 광우병 때처럼 지네들 대통령이야 어떻게 되든 말든 “나는야 도망쳐 살리라”며 꼬랑지 사타구니에 팍 처박고 깨갱 소리를 내선 안 된다.
애국시민들도 각자 위치에서 각자 방법대로 용기 있게 맞불을 놓아야 한다. 난폭한 자는 가만 내버려두면 저를 무서워한다고 생각하고 더 위세를 부리는 법이다. 두 눈 똑바로 뜨고 “아니오” “무섭지 않아”라고 소리쳐야 한다. 선동에는 당당한 반론으로 맞받아 쳐야 한다.
동원력 있는 헌법질서 수호 단체들도 거리로 쏟아져 나와야 한다. 종교계 운동권에는 종교계 양식(良識)이 받아쳐야 한다. 지금까지처럼, 귀찮고 복잡해진다는 구실로 종교지도자 옷을 입은 종교계 운동권 행동대의 억지와 행패를 방치하는 비겁일랑 집어치워야 한다.
제2의 광우병 난동? 그런 건 없다, 없게 해야 한다.
류근일 2013/7/31
류근일의 탐미주의 클럽(cafe.daum.net/aestheticismclu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