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다 무너져 가는 독재정권을 어떻게든 유지해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지난해 북한은 전단지살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이를 남북경색으로까지 몰고 가는 행위를 서슴치 않았다.

이는 북한주민들이 김정일 독재체제의 반인민적 본질을 알아가는 것이 무서워 악을 쓰는 한갓 비명소리에 지나지 않는다.

북한에서 삐라가 살포되는 지역은 대체로 전연지대와 산이 적고 바다를 낀 서해지역이다. 기구가 들어오면 먼저 발견한 사람이 국가안전보위부에 신고를 한다. 그러면 담담지역 보위원이 현장에 나와 주민들의 접근을 금지시키고 현장을 보존한다.

하지만 보위원들이 오기 전에 이미 사람들은 삐라를 주워 재빨리 읽어 보거나 깊숙이 감추어 집에 가져가 숨겨두고 꺼내 보군한다. 특히 5월 달에 삐라가 살포되면 농촌지원기간이라 사람들이 다 들에 나가 있기 때문에 그 효과는 대단히 크다.

서울에 살고 있는 탈북자 김영훈(37)씨는 “군복무기간 삐라를 수없이 보아왔다. 처음에는 거부감이 느껴졌으나 점차 호기심으로 변하고 그 다음에는 좀 더 자주 떨어졌으면 하고 기다리게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전연지대에서 군복무를 한 손세천(43)씨는 “잠복근무에 나가거나 산에 땔나무를 하러 갈 때면 기구가 떨어지지 않나 하고 하늘만 쳐다보군 했다. 남한이 보내주는 통조림으로 배고픔을 달랬으며 허약에 걸리지 않고 군복무를 할 수 있었다.”며 그 시절을 회상했다.

북한 주민들은 외부소식에 철저히 차단되어 있기 때문에 그만큼 외부소식에 목말라 있다. 외국의 것이 보여도 호기심으로 다가간다. 더구나 삐라는 북한 주민들이 선호하는 소식통의 하나이다.

북한에서 주민들이 외부세계에 접하는 루트로서 라디오와 전단지는 최적의 수단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 당국이 그처럼 삐라살포 중단을 요구하는 데는 주민들의 동요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잘 보여주는 것이다.

국가안전보위부에서 근무하다가 탈북하여 남한에 입국한 오상민씨와 최정현씨는 북한에서 삐라가 살포되면 보위부에 비상이 걸린다면서 어떤 때는 주민들이 몰래 감추어 살포된 전단지의 60%도 걷지 못할 때가 있다고 증언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북한에서는 삐라를 ‘적지물’이라고 부른다. 북한은 남한에서 보내는 삐라가 평안남도를 비롯한 중부지역까지 날아오자 기업소마다 ‘적지물’ 회수함을 만들어 놓고 삐라를 줍는 즉시 보지 말고, ‘적지물’함에 넣도록 강요했다. 손에 쥔 삐라를 보지 말고 ‘적지물’함에 넣으란 말은 반대로 풀이하면 그 삐라 내용을 보고 적지함에 넣으라는 말과 같다.

그러면 북한에 살포된 삐라나 대북방송은 주민들에게 어떤 영양을 줄까?

앞서 이야기 한바와 같이 김정일 독재정권의 반인민성에 대하여 잘 알게 된다. 또 독재사회와 민주주의 사회의 본질적 차이에 대하여, 국제사회가 지향하는 발전방향에 대한 다양한 소식들을 접하게 된다.

“아는 것만큼 앞을 볼 수 있다”는 말이 있듯이 북한주민들은 그 정보를 통하여 국제사회의 흐름과 김정일 독재정권의 반인륜적 행위를 알고, 북한사회에서 자기 자신이 차지하는 지위와 역할에 따라 자주적인 활동을 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민주주의 사상으로 의식화된다는 말이다. 한편 남한에 대한 동경심으로 주민들의 의식이 변화된다. 잘 먹고 잘사는 사회를 동경하는 것은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두려워 김정일 독재정권은 2004년 남한 정부에 대남, 대북비난 방송중단을 요구했다. 방송이나 전단과 같은 사상전으로는 오히려 북한주민들이 민주주의 사상으로 의식화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김정일 독재정권의 최고의 약점이다.

북한주민들이 민주주의 사상으로 의식화된다는 것은 반민주주의자 김정일 독재정권에 대한 증오심으로 돌변하게 되기 때문이다. 당시 노무현 정권은 김정일 정권의 요구에 끌려 다니며 방송중단을 허용했다.

그러나 김정일 독재정권의 희생물인 탈북자들이 민주주의 사상으로 의식화되면서 북한주민들을 구원하기 위한 활동을 전개해야 했다. 2천3백만 북한주민들을 구원하는 것은 남한을 비롯한 전 세계 양심인들의 사명이기도 하지만, 탈북자들에게는 보다 큰 사명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내 부모, 내 형제, 내 가족을 구원하는 1차적 사명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을 어떻게 하나 막아보려고 김정일 독재정권은 외부의 소식이 전해지지 못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중국 국경지역 주민들의 휴대폰전화를 막기 위해 값비싼 독일제 탐지기를 수입해오고, 대북방송청취를 막기 위해 라디오 채널을 고정하고, 삐라살포에 신경을 곤두세운다.

북한이 남한정부에 “삐라살포 중지”를 요구한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분명히 짚고 넘어갈 것은 정의를 추구하는 민주주의 사회에서 정의를 위해 활동하는 탈북자단체들의 활동을 공권력으로 탄압하는 것은 민주주의 법과 원칙에 어긋난다. 남한은 북한처럼 김정일 우상화독재사회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어이없는 헛소리가 되는 것이다. 따라서 세계의 웃음거리가 될 수밖에 없다.

이금룡 기자 krlee2006@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