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를 타고 연길로 가는 동안 우리의 마음은 후회로 가득했다. 편지 봉투에 쓰인 주소지를 그대로 믿고 찾아간 것도 잘못이고, 누나 또한 거짓 주소를 알려졌던 것이다.
연길에 도착하니 우리 주머니에는 현금 250원 남았다. 그 돈으로 연길역 근처 여관에서 하루 밤을 보내고, 다음날 우리가 건너다니는 두만강으로 향했다. 하지만 정작 두만강에 도착하고 보니 다시 북한으로 가기가 싫어졌다. 조선으로 넘어간다고 하여도 남은 돈은 얼마 없었다. 이에 우리는 예전 주인집을 찾아가 거짓말을 하기로 하였다.
주인집에 가니 주인은 여느 때와 같이 TV를 즐기다가 우리의 방문에 얼굴에 웃음을 피었다.
“엉~ 너네 왔구나. 얼른 들어와.”
“저희 조선 넘어갔다가 여자 없어서 그냥 돌아왔습니다.”
우리의 이야기에 주인은 고함을 질렀다.
“임마 여자 데리고 오지 못하면 오지 말아야지 왜 오는 거야? 오늘 하루는 우리 집에서 자고 내일 다시 건너가서 여자를 데려 오란 말야.”
주인의 눈에는 우리가 여자를 공급하는 자신의 돈 맥과도 같은 존재이다. 하지만 우리의 빈손 방문에 주인은 방가 을 수가 없다.
다음날 저녁, 우리는 주인의 욕설을 이기지 못하고 조선으로 넘어갔다. 조선에서의 삶은 중국보다 못한 삶이고, 마음속에는 언제나 중국이 그리웠다. 하지만 빈손으로 중국에 가면 있을 곳도 없기에 하는 수없이 여자 찾으러 나섰다.
이번에 알게 된 여자 두 명은 청진역에서 몸 파는(꽃 사세요)이었다. 그녀들과 함께 중국 국경까지 오는 동안 그녀들의 삶에 대해 듣게 되었다.
평양에서 온 여자는 두 부모님이 계시지만 청진에 장사하러 나왔다가 사기를 당하여 청진역에 머물게 되었고, 함흥에서 온 여자는 양부모님 다 잃고 역전에서 장사를 하면서 두 사람이 알게 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들의 이야기가 거짓으로 말하는지 모르지만 진실로 듣고 싶었다.
그들과 함께 두만강 목적지에 도착하여 형은 산언덕에서 우리가 도강을 하는 것을 지켜보고, 나와 그 여자 두 명이 강을 건넜다.
처음 두만강을 접해보는 여자들이라 물에 들어서는 순간 갑자기 겁을 먹고 고함질렀다.
“엄마야~ 나 중국으로 안 갈래”
그녀들의 소리에 나는 다급히 그녀들의 입을 막았다. 하지만 나의 작은 손으로 그녀들의 소리를 제압하지 못했다.
이에 나도 모르게 나도 소리를 지르며 욕을 하였다.
“아니 미쳤어요? 다 죽으려고 고함을 지르는 거에요? 우리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아야 되요. 그냥 물이 깊어도 내가 있으니깐 걱정 말고 따라 건너요”
주위에는 고요한 적막을 깨뜨리는 나의 소리로 가득했다. 하지만 운이 좋은 탓인지 우리를 쫓는 그 어떤 발자국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의 이야기가 효과를 보았는지, 그녀들은 숨소리를 죽이고 나를 따라 나섰다.
강을 건너자마자 나는 후레쉬 불로서 조선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는 형에게 무사히 왔다는 신호를 보내고, 주인집으로 향했다.
주인집 문을 두드리자, 주인은 내가 데려온 여자를 보며 입이 찢어지게 기뻐하며 우리를 집안으로 안내하고, 우리의 허름한 옷차림을 보고 이야기 한다.
“우리 아내가 논에 일하러 갔어, 옷이 없어 그러는데 그 동안 이 옷을 갈아입어”
주인은 옷장에서 아내가 입던 팬티와 브레지어를 여자들에게 내주며 창고에 가서 갈아입으라고 한다.
먼저 나와 함께 있던 조금 나이어린 여자가 밖으로 나가자 몇 초가 안 되여 집주인이 따라 나갔다가 들어올 때는 같이 들어오면서 논에 일하러 갈 테니 밖에 나가지 말고 여기 세면대에서 물을 떠놓고 몸을 씻으라고 한다.
집주인이 나가고 난 후, 좀 전에 주인과 같이 들어온 여자가 주인과 함께 있었던 사실 이야기를 한다.
“나 아까 창고에서 팬티를 갈아입으려고 하는데, 주인새끼가 문틈으로 들여다봤는지 갑자기 문을 열고 들어와서 뒤에서 강간했어.”
이에 옆에 있던 여자가 충고의 말을 해준다.
“너 강간당한 거 주인집 아내가 와도 이야기 하지 마! 가제도 게 편이라고, 너가 사실을 이야기 하면 오히려 너 머리채를 잡고 욕할 거야 그러니깐 절대로 이야기 하지마!”
그녀는 알았다고 머리를 끄떡이지만 억울했다. 낯선 중국 땅에서, 낯선 중국 사람과의 첫 대면에서 강간을 당한 것이다. 하지만 참아야 했다. 여기는 중국 땅이고, 우리에게는 아무런 권한도 없다. 단지 이들에게 복종해야 할 따름이고, 복종하지 않으면 우리 또한 어떻게 될지 담보를 하지 못한다.
반시간을 그 여자들과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들은 갑자기 사워를 한다고 대야에 물을 받는다. 나는 피해주고 싶었지만 방이 부엌과 거실이 딸린 방이라 피할 곳도 없고, 사람들이 눈이 있어 밖으로 나갈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녀들은 내가 있는 것을 모르는 것인지? 아니면 나를 남자로 보지 않은 것인지? 부끄러운 신경을 무시한 것인지? 나를 옆에 두고 몸에 실오리 하나 걸치지 않고 몸을 씻고 있다.
조선에서 중국까지 오는 몇 일간의 피로, 그리고 좀 전에 강간당한 사건, 이 모든 것은 그녀들에게 부끄러운 신경을 마비시키고, 보이지 말아야 할 것을 보이며 시원스레 몸을 씻으며 외치고 있다.
“어휴~시원해라”
그녀들은 홀딱 벗었다
자그마한 대야에서 물장구를 친다
말라비틀어진 젓꼭지가 그녀들도 여성임을 증명 한다
하지만 축 처진 가슴은 그녀들은 여성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그녀들은 한바가지 물에 피로를 씻는다.
그녀들은 한바가지 물에 강간당한 슬픔을 씻는다.
그녀들은 한바가지 물에 부끄러운 신경을 마비시켰다.
그녀들은 한바가지 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는 우리 조선 여성이다.
(다음호에 계속)
탈북자 장성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