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개울을 따라 우리는 어둠을 헤치고 걸었다. 주위에 들러오는 것은 시내 물 소리와 밤 벌레 소리뿐 아무런 소리도 들려오지 않는다. 가끔 반딧불만이 우리의 길을 비쳐 주려 우리 앞을 왔다 갔다 하지만 자신들의 빛만으로 우리를 밝히는 것이 부족한 듯 어디론가 날아 가버렸다.
우리는 숨소리를 죽여 가며 두만강으로 다가가 갔다. 10 메터 앞에는 철길, 철길을 건너 3미터만 지나면 두만강이다. 우리는 철길 밑으로 해서 두만강으로 나갔다. 주위는 어둠속에 죽어 있고, 우리는 손으로 서로의 몸을 어루만져서야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두만강에 기슭에 닿자, 거세찬 물소리가 우리를 두렵게 만들었다. 하지만 우리는 용기를 가지고 강을 건너기로 하였다. 예전처럼 우리는 약수통을 준비 하지 않았다. 수영을 잘하는 형이 있어 나는 모든 것을 형에게 의지하기로 하였다.
형이 가운데 서고, 그녀와 나는 양쪽에서 형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물속으로 들어갔다. 처음에는 허벅지까지 오던 물이 점차 중간으로 가면서 어느새 우리 가슴 위를 넘었다. 하지만 물살은 빨라도 물은 그다지 깊지 않아 우리는 무사히 중국까지 도착 할 수 있었다.
중국 땅에 도착하자, 북한가도 다른 하얀 모래밭이 펼쳐졌다. 그리고 산을 향해 올라가자 사과나무가 보였다. 우리는 사과를 한 손에 하나씩 들고, 사과를 뜯으며 산으로 올라갔다. 산 정산에 올라가 나무 수풀에 몸을 숨기니 그때서야 비로소 안도의 숨이 흘러 나왔다.
긴장을 풀었던 탓인지 우리와 함께 했던 여자가 갑자기 어쩔 바를 몰라 두 다리를 빌빌 꼬며 서 있었다.
“누나 소변이 급해요? 소변이 급하면 풀숲에 들어가 보면 되잖아요”
나는 그녀가 소변이 급한 것으로 알고 숲으로 가서 보기를 권했다. 하지만 소변이 급한 것은 아니였다. 이미 강을 거너면서 바지고 속옷도 모두 흠 벅 젖은 것으로 하여 얼마든지 소변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그녀의 고통은 어제부터 지금까지 계속 지속 되고 있는 생리 현상이었다.
그녀는 형에게 뭔가를 이야기 하고 있었다. 잠시 후 형이 나에게 다가와 나도 해결 할 수 없는 부탁을 하는 것이다.
“야 너 어디 가서 두툼한 천 같은 거 얻어와, 저 여자가 피가 많이 나와서 천이 필요해”
“ 천이 어디 있다고 그래, 내가 입고 있는 옷밖에 없는데”
나에게 있는 것이란 현재 입고 있는 옷 한 벌이다. 하지만 매우 급해하는 그녀 모습이 안쓰러워 나는 입고 있던 양복의 밑단을 한 뽐 정도 돌려가면서 찢었다. 그것을 그녀에게 주니 그녀는 매우 고마운 표정을 지었다.
이제부터는 우리가 가야할 집으로 간다. 하지만 여기서 걸어서 갈려면 2시간 정도는 걸리고, 가는 길에 국경을 지키는 중국 공안들이 있을 것이다. 우리는 걸어가기고 싫고, 공안에 걸리기도 싫었다. 새벽이 되기를 기다려 세발달린 오토바이를 타고 가리고 마음먹었다.
온 밤 산속에서 불도 피우지 않고, 하늘을 이불삼아 새벽이 되기를 기다렸다. 사방에서 들려오는 것은 낯익은 산 짐승소리, 공포는 더해가고 있었다. 하지만 산 짐승보다 무서운 것은 중국 공안에 걸리지 않는 것이고, 북한으로 잡혀 나가지 않는 것이다.
산 짐승소리를 무시하고, 우리는 귀를 곤두세우고, 조용히 앉아있었다. 하지만 산짐승소리는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 같았고, 우리의 공포도 극에 달했다. 그녀도 무서워하고 나도 형도 무서웠다.
“야 여기 있지 말고, 마을로 내려가서 숨자”
형도 산짐승 소리가 무서웠던지 나에게 내려가 있기를 권했다. 마침 나도 산짐승 소리가 무서워 형의 의견에 맡겼다.
산을 내려와 마을 어느 집 담벼락 밑에 앉아있었다. 주위는 어두워서 후레쉬 불을 비치지 않는 한 잡힐 위험은 없다. 그렇게 4시간을 기다리자 날이 밝으면서 저 멀리에서 오토바이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길가로 달려 나가 무작정 오토바이를 가로 막았다.
“어디로 가오?”
40대 초반으로 보이는 오토바이 운전사는 우리의 아래위를 흝어 보며 어디로 가는가고 물었다.
“길은 아는데 마을 이름 몰라요 가면서 알려줄게요.”
나는 주머니에 돈이 없었다. 하지만 목적지에 도착하면 예전에 만났던 주인집 사람이 돈을 쥐불 할 것이라 생각하고 무작정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오토바이를 타고 예전 주인집에 도착했다. 문을 두드렸다.
“저기 지금 오토바이 타고 왔는데 돈이 없어요. 차비 좀 쥐불 해주세요”
주인은 우리가 데려온 여자를 보고 얼굴에 웃음을 띄우며 오토바이 주인더러 얼마인가고 물었다.
“10원입니다. 얘 네들이 저기 개산툰 산기슭에서 탔습니다.”
주인은 돈을 쥐불하며 우리더러 빨리 집안으로 들어가라고 손짓한다. 주인의 손짓에 집안에 들어가니, 안주인은 한 창 밥을 하고 있었다.
잠시 후, 주인이 들어오더니 고함을 지른다.
“야~이 미친놈아 시퍼런 대낮에 이렇게 오면 어쩐다는 거니?”
주인은 좀 전에 지불 한 돈이 아까운 것인지, 아니면 우리가 잡히는 것이 두려워서 인지 한참을 욕하다가 이번에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고 욕을 한다.
“야 너 보름 후에 온다고 약속 해놓고, 왜 약속을 어긴 거야? 우리가 얼마나 기다렸는데”
“아무리 보름이라도, 조선에 기차가 제대로 다니지 않아 약속을 지킬 수 없습니다. 한 번 기차를 타려면 열흘은 걸리는데 어떻게 약속을 지켜요”
주인은 내말에 이해가 되는 듯 알았다고, 대답하고 우리를 작은 방으로 인도 했다.
아직도 우리 와 함께 한 여자는 생리 통증으로 아파한다. 하지만 주인한데 말하기가 부끄러운지 방문열고 나가 안주인에게 이르는 것 같았다.
그러자 안주인이 밖에 나갔다가 들어오더니, 약과 비닐 주머니에 담긴 뭔가를 건네준다. 그러고 자신이 안 입는 옷을 갈아입으라고 던져준다.
여인이 옷을 입으로 바깥 창고로 나가자 주인은 우리더러 얼마를 주면 되겠는가고 물어본다.
“예전에 500원 주겠다고 했으니 500원 주세요”
나의 말에 주인은 알았다고 머리를 끄덕이며 또 다른 요구조건을 내건다.
“이번에 데려온 여자는 곱네, 나중에 저런 여자들로 데려와야 돈을 500원씩 제대로 쳐 준다 알았지?”
“네”
나는 확실하지 않는 대답으로 마무리를 지었다.
그녀와 형 그리고 나는 2평도 안 되는 방에 있으면서 주인이 돈 주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주인은 돈 줄 생각을 하지 않고 어딘가 계속 중국어로 전화를 하는 것이다.
함께 있던 여자가 우리에게 갑자기 이런 물음을 제기 하는 것이다.
“저 사람 나를 데려 오는 조건으로 얼마를 주는데?”
“500원 주지 왜”
나의 대답에 그녀는 입을 하 벌리며 놀라는 기색이다.
“싫은 내가 있잖아 예전에 중국 와서 5년 살다가 잡혀 나갔거든 그래서 중국어 알아들어, 지금 저사람 있잖아 전화로 뭐라고 말하는 줄 알어”
내가 모른다고 머리를 흔들자 그녀는 말을 이었다.
“지금 북한에서 넘어온 나이어리고 예쁜 여자가 있는데 1만원에 데려가래, 그래 놓고선 너희 한데는 그 절반도 아닌 500원 주는 거야 믿어지지 않아, 실은 너희가 더 고생하는 거잖아”
그녀는 우리가 500 받는다는 말을 믿지 않고 있었다.
“500원 받아도 할 수 없지, 칼자루 진 놈이 이기지 날 진 놈이 이기나”
나는 그녀가 듣겠으면, 듣고 말겠으면 말고, 혼자 소리로 이야기 했다.
그녀는 나의 이야기를 들으며 다른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 놓는다.
“나는 예전에 있잖아 시집가서 남자가 마음 안 들면 계속 도망쳤어, 이번에도 남자가 마음 안 들면 도망치려고, 실지로 팔려가도 마음드는 애들이 하나도 없어, 모두 농촌 사람들이고, 어디가 불구던가 머저리 들이야, 그리고 남편이 계속 때리는데 어떻게 안 도망칠 수 있어. 너희는 그냥 여기서 돈 받으면 그만이지,”
그녀의 이야기에 우리는 머리만 끄덕일 뿐이다. 이어서 그녀는 예전에 중국에서 살다가 잡혀나간 이야기를 풀어 놓는다.
“예전에 내가 중국에 시집왔다가 마음 안 들어서 도망치고, 떠돌이 생활하고 그러다가 공안에 잡혀서 북한으로 이송됐어, 노동단련대에서 3달 있다가 예물 주고 나왔어, 단련대 나와도 딱히 할 일 없어서, 중국 데려가는 사람 없나 하다가 너희들을 만난 거야”
나는 신나서 이야기 하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가 소변을 보려고 방문을 열었다. 그런데 문 틈으로 우리 방을 엿보고 있던 주인이 머리를 맞은 것이다.
주인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나만 욕을 하더니 밖으로 나갔다.
다음날,
몇 명의 남자들이 택시를 타고 와서 주인에게 돈 같은 것을 주고, 그녀를 데려간다. 그녀는 예전에도 이런 일을 겪은 듯 편안한 마음으로 택시타고 온 사람들을 따라간다. (계속)
등록일 : 2009-08-16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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