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여름이면 제트스키, 겨울이면 스노보드를 타며 즐겁게 지내지만 일반인민은 어떻게 살까?” 2001년 당시 18세의 청년이던 정운왕자가 원산의 특각에서 김정일의 요리사였던 일본인 후지모토에게 건넨 말이라고 한다.

오늘 동아일보에 실린 이 기사를 보니 문득 마크 트웨인의 소설 ‘왕자와 거지’가 떠올랐다. 이야기에 나오는 거지 소년 톰은 늘 왕자가 되는 꿈을 꾸었다. 으리으리한 궁궐에서 화려한 옷을 입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사는 멋진 꿈이었다. 반대로 에드워드 왕자는 톰처럼 자유롭게 살고 싶어 했다.

어쨌든 왕자는 거추장스러운 옷을 벗어 버리고 마음껏 뒹굴고 뛰노는 게 소원이었다. 거지 소년 톰과 에드워드 왕자는 옷을 바꿔 입음으로써 간단히 그 꿈을 실현한다. 그러나 톰이 생각했던 것처럼 궁궐 생활은 멋지고 편안한 것만은 아니었다. 또 왕자가 생각했던 것처럼 밖의 생활은 자유롭고 재미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톰은 왕자로 지내면서 궁궐 생활이 얼마나 불편한 것인지 알게 되었다. 에드워드 왕자 역시 가난한 사람들의 생활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백성들이 얼마나 힘들게 사는지 알게 된다. 왕궁의 화려함과는 너무 틀린 밑바닥 인생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백성들이 가난하게 살게 된 원인이 바로 왕인 아버지의 잘못된 정치 때문이라는 사실도 알게 된다.

불편하고 힘들었던 생활을 통해서 폭넓게 세상을 알게 되고 그만큼 지혜로워 지게 된 에드워드 왕자는 왕이 된 후 어진정치를 펼쳐 백성들이 마음 편히 살 수 있었다는 내용이다. 소설의 배후에는 권력자(權力者)의 횡포를 미워하고 민중(民衆)의 편을 드는 마크 트웨인의 비판정신이 강하게 흐르고 있어서 ‘데모크라시(민주주의)의 우화’라고 일컬어진다.

유럽이나 도쿄 디즈니랜드 여행도 마음대로 다니고 스위스 학교에 유학을 하는 등 북한의 일반주민이 상상도 할 수 없는 특권과 초호화판 생활을 누리는 정운의 일반주민들의 생활에 대한 궁금증이 과연 소설 속 왕자의 호기심과 비슷한 것이었을까?

톰처럼 왕자가 되는 화려한 꿈은 감히 못 꾸지만 하루세끼 밥이라도 배불리 먹고 따뜻한 집에서 잠이라도 편하게 잘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박한 꿈을 지닌 꽃제비 소년들이 있다는 것을 정운은 알기나 할까?

왕인 아버지 덕에 세상의 부귀영화는 다 누리고 대를 이어 왕위까지 계승하게 된 행운의 왕자 정운이 아버지가 다스리는 나라에 굶어죽은 수백만의 주민과 수십만의 꽃제비가 있다는 기막힌 사실을 알면 어떤 생각이 들까?

그가 정말로 일반주민들의 생활이 궁금하다면 오늘이라도 당장 왕자의 옷을 벗고 구중궁궐을 벗어나와 꽃제비 생활을 해보는 것이다. 꿰지고 땟국 물이 줄줄 흐르는 옷을 걸치고 모기와 파리가 들끓는 시궁창 같은 지저분한 길거리와 시장에서 땅에 떨어진 음식찌꺼기를 주어먹으며 다리 밑에서 새우잠을 자 보아야 한다. 꽃제비 생활을 하루만 해보면 자기 아버지의 썩은 독재정치로 인해 그 땅의 주민들이 얼마나 짐승 같은 생활을 하는지 주지육림의 호화궁궐에서 살아온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김정운에게서 소설 속 에드워드 왕자 같은 그런 의인다운 기질은 찾아보기 힘들다. 왜냐하면 김정운이 자기 아버지 김정일과 붕어빵처럼 닮은 판박이기 때문이다. 후지모토의 증언에 따르면 김정운은 미성년자인데도 술,담배를 하는 등 파격과 위반을 거침없이 하고 김정일이 여는 연회에도 자주 참가했다고 한다.

당시 벌어진 연회에서는 평소 한잔 마실 때마다 100달러로 시작해 100달러씩 올라가던 하사금이 처음부터 200∼300달러로 시작했다고 후지모토씨는 증언했다. 어릴 때부터 이런 연회에 참가해 타락한 권력의 추악함만을 보고 자란 김정운이 뭘 배웠겠는가?

김정운은 술이 세서 10대 중반부터 주종을 막론하고 한 번에 4, 5잔은 들이켰고 영화도 좋아해 할리우드 액션영화는 거의 다 봤다고 한다. 또 초대소 안에서 국가대표팀 선수들을 불러놓고 농구경기를 하게 하는 등 어려서부터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려왔다.

권력욕도 강해서 후계자로 확정되기 전인 2004년 강력한 라이벌인 이복형 김정남을 암살하려고 했다. 후계자로 확정된 최근에는 권력승계에 방해가 되는 세력에 대한 피의 숙청을 시작했다는 소식도 들려오고 있다. 정남의 측근들을 체포하고 정철은 조만간 유럽지역 국가의 북한대사관에 파견된다는 소문도 있다.

정운은 에드워드 왕자처럼 백성의 아픔을 헤아리고 편안케 하는 성군이 아니라 아버지를 능가하는 폭군이 될 가능성이 크다. 적어도 그가 “일반주민들은 어떻게 살까”라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그 주민들의 소중한 자식들이 길가에 버려져 꽃제비의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그 애환을 한번만이라도 체험해봤다면 성군은 아닐지라도 제 애비 같은 폭군은 되지 않을 것이다.

탈북자 김대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