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라디오 방송에 대한 북한 당국의 방해전파 망령이 올 해 들어 다시 되살아나고 있다.

동북아방송연구회(NEABI)는 2009년 4월호 월보(月報)에서 북한 당국이 지난 2월 16일 미 국무부 산하 국제협력국이 운영하는 미국의 소리(VOA)의 대북 중파방송(AM 1188kHz)에 대한 방해전파 공세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연구회에 따르면 북한 당국은 또한 4월 15일 김일성 생일과 한국 정부의 대량살상무기확산방지구상(PSI) 참여 발표 예정일을 기점으로 미국의 소리 단파방송(5890kHz, 7225kHz) 및 자유북한방송(FNK) 등 민간 대북방송에 대해서도 방해전파 공세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4월부터 감행되고 있는 2차 방해전파 공세는 특히 자유북한방송을 주된 타깃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회의 방송 모니터링 결과에 의하면 4월 17일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을 기점으로 북한 당국은 자유북한방송의 심야 방송 전파(9990kHz)를 향해 자체로 제작한 방송 주파수를 맞송출하는 ‘혼신유발형’의 형태로 방해전파를 쏘아 보내기 시작했다.

또 하루 뒤인 18일 저녁에는 항공기 굉음과 같은 각종 잡음들을 맞송출하는 ‘단순잡음형’의 형태로 지난 2007년 1월 1일 폐지된 KBS 한민족방송에 가해지기도 했던 방해전파를 동일 송신기와 안테나를 이용해 자유북한방송 저녁 방송 전파(7460kHz)에 내보내기 시작했다.

연구회는 이러한 결과에 대해 “혼신유발형 신호가 강력할 경우 대북 방송과 뒤섞임에 따라 청취자들의 방송 내용을 파악하기 힘들게 된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실제로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내부 모니터링 결과 평양에서는 방해전파로 말미암아 방송 청취가 불가능한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연구회에 통보했다.

내부 통신원이 김 대표에게 알려온 내용에 따르면 타 지역과 달리 유독 평양만 국지적인 방해전파가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되었으며, 연구회는 “내부적으로는 국지적 방해전파를, 대외적으로는 강한 방해전파를 발사해 주민들의 청취를 원천 차단하려는 의도”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소리의 사정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전해졌다.

연구회 모니터링 결과에 의하면 2월부터 공격을 받고 있는 중파방송의 경우 서울에서는 계절 변화에 따른 영향으로 방해전파가 수신되지 않고 있지만 북중 국경지역에 인접한 심양(瀋陽)에서는 이달까지도 간헐적으로 방해전파가 포착되었다.

연구회는 “태양흑점의 밀도가 낮아져 원거리 전달이 어려워지는 춘하계 중파 주파수대의 특성상 미국의 소리의 자체 전파와 북한의 방해전파가 동시에 약화되고 있는 양상이지만 북한 내부에서는 아직 방해전파가 계속되고 있는 것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즉 북한의 방해전파가 해외에까지는 영향을 끼치지 못하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강하게 발산되어 주민들의 청취를 차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회는 이 밖에 자유조선방송과 시오카제(潮風) 등 기타 국내외 민간 대북방송들의 주파수에서도 방해전파로 추정되는 신호가 포착되었으나 다만 그 수준이 미약해 단순 잡음 여부를 확인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편 자유북한방송에 대한 국지적 방해전파와 미국의 소리 중파방송에 대한 방해전파가 송출되는 지점은 평양 근교인 것으로 추정되었다.

모니터링 추적 결과를 근거로 이 같이 밝힌 연구회는 이달 들어서 미국의 소리 단파방송에서도 중파방송과 흡사한 유형의 방해전파가 확인됨에 따라 북한의 전력난이 지금보다 심화되지 않은 한 공세가 한 층 거세질 것으로 예상했다.

최근 미국 국립민주주의기금(NED) 조사 결과 국내 대북방송 3사 중 가장 높은 청취율과 깨끗한 수신감도를 가진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던 자유북한방송은 여타 대북 방송들과는 달리 2005년 12월 단파방송 개시 직후부터 북한 당국의 강한 방해전파에 시달려왔다.

방송 개시 당시 방해전파를 발사했던 북한 당국은 자유북한방송의 주파수가 변경된 이듬해 4월과 방송시간이 확대된 2007년 5월 등 여러 차례에 걸쳐 강력한 방해전파를 송출해 주민들의 ‘알 권리’를 원천 봉쇄했다.

이후 전력난 등 내부사정으로 인해 한동안 방해전파 송출을 중단하기도 했으나, 지난달 5일 대륙간 탄도탄 발사와 한국 정부의 PSI 참여 가능성, 올 해 신년공동사설에서 언급된 ‘새로운 혁명적 대고조’에 따른 자본주의 유입 차단의 필요성 등이 맞물려 최근 다시 재개한 것으로 파악되었다.

북한 당국은 지난 4월 1일 모든 수입품을 비롯해 수산물, 의약품, 수제 식료품, 비포장 식품, 외국산 TV, 담배, 가구, 시계 등의 장마당 판매를 금지한다는 포고문을 북한 전역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주한 기자 ohjuhan@hotmail.com (북한정보센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