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에는 권력과 유착한 신흥부자 집단이 생성하고 있는 반면, 힘이 없이 도태된 약자들의 인권은 무방비 상태인 것으로 확인되고 있는데요,　이 과정에 가장 고통 받는 계층은 어린이들이라고 합니다.

북한에서는 세월이 점점 각박해지면서 공동체 정신도 와해되었고, 이웃이 굶고 있어도 외면하는 등 사회적 약자의 고통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해요. 특히, 가난한 부모의 이혼 증가와 양육 외면으로 ‘꽃제비’가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합니다.

그런 가운데 최근에는 90년대에 비교해 꽃제비가 더 많이 증가했다고 하는데요.　지금도 시장이나 역전 주변에서 꽃제비를 쉽게 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럼 오늘부터 북한을 상징하는 단어가 돼버린 꽃제비들의 생활을 어린 시절 북한에서 꽃제비 체험을 했던 탈북자 김영일씨가 “꽃제비의 노래‘라는 제목으로 들려드리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꽃제비는 말한다.” 시간, 진행을 맡게 된 김영일입니다.  

여러분 북한사람이라면 꽃제비라는 이름을 모르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이 꽃제비라는 용어는 러시아에서 방랑자들을 부르던 이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꽃제비가 북한을 상징하는 단어가 됐다는 것은 그만큼 북한 전 지역에 방랑청소년들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하겠죠.

장마당이나 기차역 같은 곳에 가면 꽃제비를 항상 볼 수 있었는데요. 이 꽃제비들이 어떻게 생겨났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저는 실제체험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말 안 해도 다 아시겠지만 이들은 부모를 잃고,  한쪽부모만 있거나, 양 부모가 다 있다고 해도 병을 앓고 있어 밖에서 구걸을 하지 않으면 먹고 살기 힘든 아이들이었습니다. 그것도 사회주의 국가에서 말이죠.  
어린이가 나라의 왕이라고 노래하는 북한에서 말입니다.

이런 가정형편 때문에 꽃제비들은 죽기보다는 장마당에 나가 도둑질해서 먹고 살아야한다는 마음으로 대합실이나, 장마당에서 처참하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나마 나이가 좀 있는 꽃제비는 힘이라도 있어서, 또 재빨리 훔쳐 먹으면서 산다지만 나이가 아주 어린 애들은 주어먹거나 그냥 굶어죽는 경우가 허다한 것을 많이 봤습니다.

더욱이 안타까운 것은 꽃제비의 존재가 외부로 알려 질까봐 숙박소나 구제소라는 감옥을 만들어서 가두어 놓는 다는 것입니다. 그 속에서 살다보면 죽는 것도 여러 가지 인데요, 맞아 죽고, 굶어죽고, 병 걸려 죽고, 얼어 죽고, 데 죽고, 참 다양하게 죽는 것들을 저는 집적 목격했습니다.

이들을 전문적으로 잡아넣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그들을 북한에서는 9,27 상무라고 부릅니다.

또한 더 이상 북에서 살수 없어 중국으로 건너온 꽃제비들이 굉장히 많은 데요 그들의 삶도 안타갑기는 하지만 북한의 꽃제비들보다는 훨씬 잘 살고 있습니다. 일단 먹을 것이 넘쳐나는 중국이다 보니 굶는 일이 없기 때문이고,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간에는 저의 꽃제비 생활경험과 대한민국에 와있는 꽃제비 생활을 했던 많은 친구들의 경험을 토대로 꽃제비들의 눈물겨운 사연들을 담아보려고 합니다.

첫 번째 이야기 : 불쌍한 혁철이.

첫 번째 시간에는 일곱 살 난 혁철이의 이야기입니다.

혁철이는 함경북도 온성에서 태어나 노동자의 가정에서 삼남매 중 막내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두 누나 중 큰 누나는 14살 이였고, 작은 누나는 10살 이였습니다. 혁철이는 8살이지만 작은 누나와 좀 많이 싸웠습니다. 그래도 제일 막내이고, 집안에서 아들이여서 가정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누구나 다 겪었던 95년 고난의 행군시기에 혁철이네 가정도 해체가 되었는데요.  

어느 날 갑자기 어머니가 쌀을 얻으러 친정집이 있는 황해도 사리원에 갔다 오던 중 불의의 사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사망 이유는 혁철이 엄마가 기차 승강장에 겨우 몸을 싣고 가던 중 많은 사람들의 힘에 밀려서 떨어져 사망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가뜩이나 몇 년 전 아버지가 산에서 나무를 베다가 다리가 잘려나가 제대로 걷지 못하는 형편이었고, 그래서 어머니만 고대 믿고 있었는데 이런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어머니를 기다리며 굶다시피 풀죽을 써먹던 혁철이네 집 식구들은 억이 막히고 앞이 캄캄했습니다.  

두 누나가 그래도 어머니를 대신해 산에서 풀을 뜯어 묻혀 먹으면서 하루하루를 살았지만 식량이 없어 네 식구의 몸은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졌습니다. 학교 가는 것은 꿈도 꾸지 못 했죠.

속상한 마음 뿐 자식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던 아버지는 많은 빚을 지면서까지 밤낮 술로 살았습니다. 늘 집에 들어오면 혁철이를 끌어안고 말없이 눈물을 흘렸는데요. 아버지가 입버릇처럼 세 식구에게 하는 말이 있었습니다.

“너희들이 부모를 잘 못 만나 고생을 하지만, 그래도 혁철이는 잘 돌봐줘라.”

이 말은 유언이 되어버리고 아버지는 결국 세상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혁철이와 누나들은 동네 사람들의 도움으로 아버지를 산에 안장하고 ‘이젠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으로 멍하니 먼 산을 바라보았습니다.
눈물도 그런 그들의 마음을 아는지 조용히 흘러내렸습니다.

제사를 마치고 며칠 후 큰 누나는 사리원 할머니네 집에 가서 집안 사정을 다 알리고 쌀을 얻어 오겠다고 짐을 싸고 떠났습니다.

이제 작은 누나와 혁철이만 남았는데요, 둘은 큰 누나가 올 때까지 하루하루를 기다렸습니다.  하지만 한 달이 지나고, 2달, 3달이 지나도 오지 않는 큰 누나를 더 이상 기다릴 수가 없어 꽃제비 생활을 하는데요, 장마당에 나가 주어먹기도 하고 빌어먹으면서 살았습니다.
그나마 목숨은 유지 할 수 있다는 것이 참 다행 이였죠.

혁철 이는 작은 누나에게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았고, 작은 누나도 혁철 이를 떨어지지 않게 챙기면서 살았습니다.

두부 밥이나, 골뱅이 튀김, 속도전 떡 같은 음식을 얻으면 바로 서로에게 달려가 둘이서 나누어 먹고, 따뜻한 마대 자루나, 옷가지들을 얻으면 서로 덮어주면서 따뜻하게 살았습니다. 남들은 더럽다고 욕하고 손가락질해도 누나가 매일아침 강가에 데리고 가서 여기저기 깨끗이 씻어주었고, 동생은 누나의 그런 마음에 늘 온화함을 느꼈습니다.  

어느 날 혁철이는 작은 누나에게 물었습니다. (누나 큰 누나는 왜 안 올 까? 혹시 엄마처럼 죽었나?) 하고 물으면 작은 누나는 (이 아새끼야~ 그런 재수 없는 소리 하지 말라!) 면서 혁철이의 머리를 때리기도 했습니다.

혁철이는 히죽히죽 웃으면서 (그래도 난 작은 누나가 있으니까 너무 좋다.) 하고 말을 돌렸습니다. 작은 누나도 (언니 올 거야. 여기 두 동생이 있기 때문에 꼭 온다.)라고 하면서 받아쳤습니다.

그러면서 작은 누나는 (혁철이는 큰 누나 오면 뭘 할 거야?) 하고 물었습니다. (응 큰누나 산나물 잘 묻힌다. 나물 좀 많이 묻혀달라고 해서 먹어야지.) 하고 혁철이가 대답했습니다. 그렇게 두 남매는 장마당에서 꽃제비 시절을 보내면서 자라고 있었습니다.

네, 그럼 오늘의 이야기는 여기서 마치구요, 다음 이야기는 “꽃제비의 노래”2부에서 계속 이어지겠습니다. 다음 주를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