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평소에 늘 명언이나 사자성어를 즐겨 찾아 읽는 편입니다.

그 중 제가 좋아하는 명언이 하나 있는데요, 터키에 이런 명언이 있다고 합니다.

“부자가 넘어지면 재난이라고 말하고 가난한 자가 넘어지면 술에 취했다고 한다.”  

내가 가난할 때 떠돌이 하면서 여기저기 헤맬 때... 그때의 생각이 스며들어 내 머릿속에서 친구를 찾은 것처럼 이 명언을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연길을 떠나 중국의 중심을 향해 안쪽으로 들어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떻게 가야하나 생각하던 중 기차를 타고 가는 것이 가장 좋겠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그래서 일전한푼 없는 몸으로 기차역을 찾아 갔습니다.

돈 없이도 기차 타는 것은 제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북한에서 기차 위나 바퀴 밑에 앉아가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죠...

역에 도착했지만 표가 없어 객찰구로 나가지 못하고 철창으로 된 문틈을 통과해 무사히 열차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열차가 어디로 가는지 언제 떠나는지는 몰랐지만 사람들이 급하게 오르는 것을 보고 금방 떠난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기차를 살펴보니 북한 기차와 거의 똑 같았습니다.
위에 타면 남의 눈에 띌까 두려워 바퀴 쪽으로 들어가 자리를 잡고 앉았습니다.

어떻게 타냐구요??? 직접 기차 바퀴에 앉는건 아니구요, 열차 바퀴를 보면 레루 위에 놓여 굴러가는 바퀴 뒤쪽에는 제동기가 있습니다. 제동기 사이에 가로대가 있는데 그 가로대에 앉는거죠...

너비는 약 15센치미터정도 되고, 양 제동기 사이를 잇는 가로대의 길이는 1.5미터 정도 되거든요.. 위에는 손잡이처럼 잡을 수 있는 철판이 있습니다.

바로 거기에 쪼그리고 앉는 것이죠,...
제가 워낙 작아서 거기에 앉으면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밖에서 전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드디어 열차가 출발하고 속력을 내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거기에 앉으면 정신이 집중되고, 정신없이 지나가는 바닥 때문에 밑으로는 볼 수가 없습니다. 기차가 설 때는 불꽃이 튀면서 바퀴가 달아올라 겨울에도 온천처럼 온기를 느낄 수 있는 것이 참 신기 허더군요...

그렇게 온기를 느끼면서 가던 도중 갑자기 기차에서 증기가 뿜어져 나오더니 내 앞을 감싸는 것입니다. 내 주위는 온통 증기로 가득 차 한치 앞도 볼 수 없었습니다.

정신을 번쩍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고 있는데 갑자기 누군가 내게로 다가오더니 목을 붙잡고 놔 주질 않는 것입니다. 왜 그러냐고 엉엉 울면서 놔 달라고 사정하고 있는데 그 사람이 크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눈 떠!”

깜짝 놀라서 눈을 떠보니 위에 있는 넒은 철판 한쪽에 내 손이 걸려있고 몸은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것이었습니다. 게다가 목은 한쪽으로 쏠린 채 땅 바닥에 닿기 직전이었습니다.  너무 놀라서 자세를 바로하고 두 손으로 철판을 꽉 잡았습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달리는 기차바퀴 위에서 깜빡 졸았던 것입니다.

참 드라마 같고 거짓말 같은 저의 실화입니다.

제가 만약 그 기차에서 떨어져 죽었다면 재난이라고 할까요??? 술에 취했다고 할까요.???

나는 그렇게 타향에서 개죽음을 당한 채 이름 모를 산속에 땅속에 묻혔겠죠...

그렇게 한 10시간 정도를 달려오니 얼굴은 내 자신도 알아볼 수 없을 만큼 검정색으로 뒤덮여 있더군요...  엄청 크고 넓어 보이는 기차역 한 구석에 고여 있는 물 사이로 비치는 나의 모습이었습니다.

그 역에서 기차는 더 이상 가지 않더군요. 그곳은 瀋陽 (선양)이라는 곳이었습니다.

탈북자 김경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