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인에게 북한은 우상숭배에 미친 이상한 나라"북한에는 도처에 김일성 동상 있지만, 쿠바에는 카스트로 동상 하나도 없다"얼마 전 조선일보에 소개된 쿠바전직 외교관의 말이다.

김일성종합대학을 졸업한 이 스페인계(系) 백인은 전직외교관으로 평양에서 7년이나 살았다고 한다. 그의 발언의 뜻은 아무리 낙후한 쿠바도 지도자에 대한 우상숭배는 하지 않으며 북한보다는 더 개방적이고 생활이 낫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자칫 “카스트로나 김일성이나 같은 장기집권독재자인데 뭐가 다를 게 있다고”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지만 그의 말은 사실이다.

피델 카스트로(82)는 1959년 혁명 이후 세계 최장기 집권 기록을 갖고 있는 독재자이지만 쿠바에는 그의 동상이나 우상숭배물이 하나도 없다. 독재정권이면서도 독재자에 대한 우상화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오히려 다른 혁명 동지나 체 게바라의 동상은 곳곳에 설치되어 있다.

하지만 북한은 계속되는 식량난에도 불구하고 국가예산의 거의 40%를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 우상화에 지출하는 비정상적인 국가다.

작년 미국의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신문은 북한은 국제적인 고립과 홍수 등으로 식량난이 악화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막대한 국가예산을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의 우상화에 사용하고 있다고 보도한바 있다.

이 신문은 서울에 소재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 정부는 주민들이 기근과 가난으로 고통받고 있는 와중에도 김일성과 김정일의 신격화를 위해 국가예산의 40% 가량을 지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신문이 전한데 따르면 북한의 우상화 관련 부문은 북한 예산 가운데 유일하게 증가한 것으로 심지어 북한의 국방, 복지, 관료 부문 예산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김일성 부자 우상화와 관련한 예산은 구체적으로 주체사상 학교, 전국의 3만개에 이르는 김일성 동상(석고상 포함), 체육축전, 영화 제작과 저서, 광고게시판과 벽화, 4만개의 연구소, 역사 유적지, 서커스 극장, 바위조각, 훈련 프로그램과 숭배 행사 등 체제강화를 위해 지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일성의 동상은 평양을 비롯한 북한 주요 도시 70여 곳에 모두 있다. 이들 김일성 우상화물은 유사시 전쟁이 터지면 지하에 '긴급대피소'까지 준비돼 있다. 만수대창작사에서 김일성 동상이 생산돼 나오면 이를 호위하는 호위병들은 동상에 '경례'를 붙이고, 동상이 세워지는 목적지까지 살아있는 김일성에게 하는 것처럼 '경호'해야 한다. 이 때문에 집에 불이 나면 방에 걸려있는 김일성 초상화부터 '구조'하는 것이 주민들의 의식에 박혀 있다.

1970년대 김정일이 후계자로 등장하며 본격화된 우상화 건설은 불과 10년 사이에 북한 전역을 뒤덮었으며,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우상화 선전물은 김일성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기념궁전으로 8억 9천만 달러가 소요됐다. 북한에 수백 만 명의 아사자가 발생했던 1990년대 중반 당시 이 돈은 옥수수 600만 톤을 살 수 있는 액수였다.

기념궁전 이외에도 김일성, 김정일을 숭배하는 각종 동상, 혁명사상 연구실, 사적지, 전적지, 현지지도 기념비, 영생탑, 구호나무 및 구호글발과 그 일가족들의 우상화 선전물까지 합하면 약 14만개에 달하는 우상화 선전물이 있다고 추정된다.

영국의 미술사학자 제인 포털은 “김일성의 찬양 허기증은 스탈린과 마오쩌둥도 두 손을 들 정도”라며 김부자(父子)에 대한 개인우상화를 세계 최고 수준으로 평가했다.

한편 북한사람들은 북한 내에서의 여행도 자유롭지 못하지만 쿠바인들은 여행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다만 외국여행 허가를 얻는 것은 어렵다. 80년대 말부터 북한에는 경제적인 어려움으로 꽃제비들이 횡행하고 평양이외의 지역에 거지들이 많으나 쿠바에는 거지들이 거의 없다고 한다.

이러니 사회주의 나라인 쿠바인들에게 북한은 수령우상숭배에 미친 이상한 나라, 쿠바보다 낙후한 나라로 비쳐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최동혁 기자 choiddd@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