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규가 공격당하는 이유
  
  원제 : 내가 죽더라도 내 이웃과 내 가족이 사는 세상은 즐거워야 한다
  
  방송인 이경규 씨가 비난 받고 있다 합니다. 세월호 사건으로 全國이 애도(哀悼) 분위기인데 골프를 쳐서 그렇다 합니다. 상당수의 인터넷 언론매체는 이경규 씨의 태도가 부적절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어떤 매체는 왜 사고현장과 가까운 전남 화순에서 골프를 쳤느냐는 식의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우리 사회는 문화전체주의(文化全體主義)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설익은 자들이 문화권력(文化權力)을 독점하고 앉아 온갖 사회문제에 마음대로 손가락질을 해댑니다. ‘이쪽이 옳다. 모두들 이리 가자. 노란 옷이 옳다. 다른 색 옷은 그르다’ 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다른 방향, 다른 색 옷 얘기라도 꺼내면 ‘대중(大衆)의 뜻을 거스르려는가? 반민주적 태도를 버려라.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태도다. 소통하라’고 합니다. 그러기 무섭게 그 편 대중은 문화권력자에게 아부하려는 듯, 집단에서 왕따가 되지 않으려는 듯 자유로운 시민을 비난합니다. ‘왜 노란색 옷을 입지 않는가? 옳은 여론을 무시하는가?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인가? 노란색 옷을 입지 않는 자는 특권층이다. 혼내야 한다’라고. 우리사회가 마치 운동권 학생들이 장악하고 있는 대학교정(大學校庭)이 된 것 같습니다.
  
  그러한 현상은 현대판 대자보(大字報)에 의해 고착화(固着化) 되었습니다. 각종 포털사이트 토론방, 댓글란, 이른바 SNS 등에 쏟아지는 글들이 바로 대자보입니다. 대중(大衆)의 자의적 결속(恣意的 結束), 밝고 자유스런 에너지로 보였던 문화경향(文化傾向)은 사실은 문화독재주의자들이 만든 무형적 작품이었다고 봅니다. 그 상징적인 것이 ‘촛불행사’라 할 것입니다.
  
  그러한 현상이 무르익었던 것은 2002년 월드컵 때였을 것입니다. 우리는 당시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경기가 있는 날 경기장을 찾은 우리시민들이 너나할 것 없이 빨간색 T셔츠를 입었다고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실은, 빨간색 상의를 입지 않은 시민이 경기장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막는 조직적인 움직임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막았던 젊은이들은 웃는 얼굴로 애국심을 외치며 폭력적인 태도를 취했습니다. 그 분위기에 시민들은 부랴부랴 경기장 부근에 파는 빨간 T셔츠를 구입해 입곤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빨간 T셔츠 입는 일’은 뿌리를 내리게 되었습니다.
  
  그런 식의 흐름은 盧武鉉을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MB에게는 광우병 시위로 애를 먹였습니다. 어느덧 우리사회는 적어도 문화적인 부분만큼은 동일한 생각, 동일한 행동, 동일한 말을 해야 옳은 사회가 되어버렸습니다. 특히 노란색이 만발(滿發)할 때에는 아무것도 해서는 안 되는 사회가 되어버린 것입니다.
  
  그런 현상이 문제인지 아는 기자, 지식인들은 침묵합니다. 젊은 기자들은 오히려 당연한 듯 받아들입니다. 어린시절부터보아 온 것이 그런 것이었기 때문입니다. 상당수 젊은 기자들은 포털사이트에서 쏟아지는 여론(댓글)에 맞추어 기사를 쓰고 대중(大衆)은 그 포털에 게재된 기사를 보고 댓글을 써댑니다. 모두들 자기 영혼(靈魂)대로가 아닌 짓을 하고 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설익은 문화독재자들이 가리킨 방향대로 흘러가던 것이 여태 동력을 잃지 않고 자가증식(自家增殖)하고 있는 것입니다.
  
  보이지 않는 힘이 언제까지 애도(哀悼)를 강요할 것인지, 6. 4.지방선거 때까지는 이 분위기를 끌고 가려는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지금 사회가 광기(狂氣) 어린 눈으로 애도를 강요하는 통에 여행업계, 숙박업계 등이 큰 타격을 입고 있다 합니다. 망하기 일보직전의 중소기업도 많다 합니다. 먼저 간 사람 애도하느라 이들도 죽게 생겼습니다.
  
  종교적(宗敎的) 관점에서의 논쟁(論爭)은 제쳐두고, 人間은 누구나 즐겁게 살기를 원합니다. 國家도 民族도 정치(政治)도 경제(經濟)도 결국 인간의 행복추구를 목적으로 존재하는 것입니다. 떠난 사람을 애도하는 것도 옳은 일이지만 남은 사람이 즐겁게 살고자 하는 것도 옳은 일인 것입니다. 애도를 제대로 하지 않는 것은 사람이 할 짓이 아니라면서 즐겁게 살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本性)을 억누른다면 이야말로 사람이 할 짓이 아닌 것입니다. 그런 짓이야말로 공산집단(共産集團), 저 김일성집단이 하는 짓입니다.
  
  널리 알려진 이야기입니다만, 코미디언 이주일 씨(본명 鄭周逸)는 외동아들을 교통사고로 먼저 떠나보냈습니다. 아들 장례를 치른 사흘 후 그는 SBS 개국특집 프로그램에 출연하였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주일 씨가 아들과 관련한 이야기를 꺼낸 후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자리를 떠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역시 이주일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여러분들에게 깊은 사과 말씀 하나 드리겠습니다.”
  
  장내(場內)는 잠시 고요해졌습니다. 이주일 씨가 입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김영삼 씨와 박철언 씨의 관계개선을 해내지 못해 정말 죄송합니다.”
  
  장내에 온통 폭소가 터져 나온 것은 물론입니다.
  
  이주일 씨는 아들을 잃은데 대해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이었다. 하지만 대중과의 약속을 한 무대에 서지 않을 수 없었다. 광대는 자신의 슬픔을 감추고 대중에게 웃음을 주는 숙명을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지 않는가”라고 했다 합니다. 이 일화는 프로는 어떠해야 하는가를 잘 보여주는 것이기도 합니다만 이번 이경규 씨 골프 논란과 관련하여 우리사회에 일러주는바 또한 있다고 봅니다.
  
  이주일 씨는 자신의 슬픔이 타인(他人)에게 전해지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자신은 슬프더라도 대중(大衆)은 즐겁기를 원한 것입니다. 아마 당시의 대중은 그의 말에 폭소를 터뜨리면서도 마음 속 깊이 애도의 마음을 보냈을 것입니다. 이주일 씨도 그것을 잘 알았을 것입니다.
  
  애도(哀悼)의 방법에 정답이란 없습니다. 어떤 이는 등산을 하거나 낚시를 하면서 먼저 간 사람들의 명복(冥福)을 빌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는 먼저 간 사람을 위해 성금(誠金)을 내어놓는 방법으로 애도의 마음을 표한 후 탁구를 칠 수도 있습니다. 등산이나 탁구는 괜찮고 골프는 안 된다는 법은 없습니다. 살아있는 사람은 즐겁게 살아야 합니다. 먼저 간 사람들도 남은 이들 모두가 슬픔에 젖어 살기만을 바라지는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내가 죽더라도 내 이웃과 내 가족이 사는 세상은 즐거워야 한다’는 마음을 가져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