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처럼 ‘대한민국이 흔들리고 있다’는 인상을 짙게 받기는 6·25 이후 처음인 것 같다. 그래도 김대중, 노무현 정권 땐 나라를 지키자는 국민의 산 목소리가 좌파세력의 專橫(전횡)을 어느 정도 막아주었다. 이명박 정부를 거치면서 국민정신이 약해지나 싶더니 요즘 들어 그 도가 지나쳐 편하고 즐겁게만 살자는 생물학적 속물근성이 다시금 발호하고 있다.
 
 일선 교육현장에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가 사실상 퇴출당하는 참담한 현실에도 별다른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趙全赫(조전혁) 교수가 주축이 돼 ‘교학사 한국사교과서 살리기 운동’을 펼치고 있지만, 근 한 달이 된 현재 1만 여권의 주문을 받은 게 거의 전부이다.
 
 5000만 국민에게서 1만 여 권이면 5000명에 한 권 꼴이다. 사실 말이 안된다. “국가정체성은 그 국가의 탄생(건국)의 역사적 배경이 먼저 고려돼야 한다”는 말처럼, 바른 역사교육은 국가정체성 확립의 기본 요소이다. 즉, 진정한 애국심은 국가정체성에서 나온단 뜻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제주 4·3 무장폭동을 ‘제주 4·3 국가추념일’로 지정해 국가차원에서 기념행사를 치르겠다는 정부방침은, 이념혼란을 더 혼란하게, 국민갈등의 골을 더 깊게 만들고 있다. 그런데도 국민들은 조용하기만 하다.
 
 정부가 할 일은 ‘제주 4·3 국가추념일’ 지정이 아니라 左派(좌파)정권이 악의적으로 왜곡한 제주 4·3 무장폭동의 진상을 바로 잡는 것이다. 4·3 무장폭동의 성격부터 분명하게 규명해야 한다.
 
 1948년 4월3일, 남로당 제주도당 책임자겸 인민유격대 사령관인 김달삼이 북한의 지령에 따라 ‘5.10 선거반대’, ‘적화통일’, ‘反美투쟁’ 등을 내걸고 제주도 內 13개 경찰支署(지서) 습격을 시작으로 발생한 게 4·3 무장폭동이다. 분명한 국가전복 공산혁명사업이었다. 이런 사실을 사실대로 국민에게 알리지 않고 ‘국가추념일’로 정한다면 그 후유증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 이를 ‘국가추념일’로 지정한다면 대한민국 建國(건국)이념과 국가의 정통성을 부정하는 것이 되며, 자칫 종북세력에게 이념적 오해를 제공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
 
 규모가 크든 작든, 전쟁에는 억울한 죽음이 따르기 마련이다. 민간인의 희생이 컸던 건 폭도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위해 良民(양민)들을 총알받이로 삼았기 때문이다. 폭도와 양민을 구별할 수 없게 만든 상황에서 양민들의 희생이 발생한 것이다. 이 자리를 빌어 그들의 명복을 빈다.
 
 ‘제주 4·3 국가추념일’을 막무가내로 지정해버리면 무장폭도들을 추념하겠다는 것인지, 무고한 영령들을 추념하겠다는 것인지 국민에게 혼란만 더해줄 수도 있다. 대한민국이 공산 무장폭도들까지 싸잡아 추념할 수는 없다.
 
 4·3사건을 국가추념일을 지정하려면 제주 4·3 무장폭동 사건이 대한민국을 전복하고 북한식 공산정부를 세우기 위해 김일성의 지령에 따라 일으킨 ‘공산 무장폭동’이었다는 성격규정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무장 폭도들을 추념하기 위한 게 아닌, 억울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추념하기 위한 것이란 사실도 분명히 밝혀야 한다.
 
 대한민국의 건국절도 없는 마당에 4·3사건을 국가추모일로 제정한다면, 국가에 대한 존경심도 약해질 것이다. 국민이 국가의 정체성과 정통성을 인정하고 충성심을 가지기 바란다면 국가의 생일부터 챙겨야 한다. 다시 말해 ‘건국절’을 제정하고 대한민국 탄생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일을 정부가 先行(선행)해야 한다.
 
 세계 최빈국으로 전락한 북한도 1945년 8월15일의 광복일과 1948년 9월9일의 건국일을 구분해 ‘공화국 창건의 날’ 또는 ‘건국절’이라고 해서 대대적인 축하행사를 벌인다. 세계 一流(일류)국가로 발돋움한 성공한 대한민국에 ‘건국절’이 없다는 건 말도 안된다.
 
 언제 태어난 지도 모르는 나라, 어떻게 태어난 지도 모르는 나라를 직접 목도하지 못한 젊은이들에게, 국가에 대한 존경과 애정을 갖길 바라는 건 우리 기성세대의 염치없는 주문일 수도 있다. 간접 경험자에게 진실을 전해주기 위해선 可視的(가시적) 효과를 낼 수 있는 방법(수단)을 택해야 한다. 건국의 기쁨과 가치를 제대로 느끼고 고마움을 가지게 하려면 그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무언가가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미국에선 매년 7월4일이 되면 美 전체가 축제분위기로 변모한다. 건국을 경축하며 국민에게 애국심을 심어준다. 200년 전 건국의 기쁨을 직접 경험한 자가 누가 있겠는가. 하지만 매년 열리는 건국 경축행사는 건국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게 하고 국민을 하나로 묶어주는 역할을 한다. 세계를 지배하는 막강한 미국의 힘이 바로 여기서 나온다. 대한민국 ‘건국절’의 중요성, 더 말할 필요 있을까.
 
 대한민국의 가치와 정신을 되새기며 국민들 마음에 애국심과 존경심을 심어주는 축제일, 바로 ‘건국절’을 제정해 그날의 감동을 직접 느끼게 한다면, 그 축제를 통해 국가와 국민의 마음은 하나가 되고 국가의 정체성과 정통성은 제자리를 찾게 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건국절’을 제창하는 이유다.
 
 2014. 2. 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