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단련대 소장에게 바보 같은 이미지를 심어준 이유부터 나는 바보처럼 행동했다. 시도 때도 없이 춤을 질질 흘리기도 하고, 작은 일에도 큰 것 인양 화들짝 놀라면서 이렇게 행동하는 나 자신을 보며 언젠가 진짜 바보가 될 것 같다는 두려움도 생겼다.
 
3달 후.
내가 원하지 않았던 날이 오고야 말았다. 회령 노동단련대에서 청진 도(道)집결소로 이송한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청진 도(道)집결소의 경찰과 죄수들을 관리하는 반장들은 악명이 높기로 유명하고, 먹을 것을 제대로 주지 않는 것에 매일 굶어 죽어 나가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이다. 거기에 더하여 얼어 죽고, 맞아 죽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세 네 명씩 실려 나온다고 한다.
 
또한 청진에 있는 도(道)집결소는 함경북도 다른 지역에서 온 모든 죄수들을 수용하는 곳이기도 하고, 여기서 함경북도에 있는 각 시(市), 군(君)으로 이송한다. 이에 나는 청진 사람이므로 청진으로 이송되었고, 도(道)집결소에서 얼마간 있다가 내가 살고 있는 구역으로 이송될 것인지 아니면 어디로 갈 것인지 나도 모른다.
 
오늘 도(道)집결소로 이송되는 사람은 모두 20명, 하지만 우리가 착용해야 할 수갑이 부족한 상태이다.
 
“저기 김 동지 수갑이 부족한데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럼, 남자 새끼들은 모두 수갑을 채우고, 간나 새끼들은 중에 도망 칠 것 같다고 생각하는 놈들에게 수갑을 채워”
 
“김 동지 이 새끼는 어떻게 합니까?”
 
경찰은 나를 손짓하며 김 씨라는 경찰에게 이야기 했다.
 
“임마 걔 남자야? 머저리 같이 생겼구만, 그 새끼랑 멍청해 보이는 간나새끼들은 신발 끈으로 묶어 버려”
 
“네 알겠습니다.”
 
김씨의 명령 하에 여러 명의 경찰들은 우리에게 수갑을 채우고, 신발 끈을 풀게 하여 멍청해 보일 것 같은 여성들을 묶는다. 드디어 모든 것이 완료 되자 우리를 태우고 가는 10톤 정도 될 것 같은 트럭이 도착했다.
 
트럭으로 회령부터 청진까지 5시간 정도 걸릴 것이다. 우리를 후송하는 경찰은 6명이고, 그들도 우리와 함께 트럭에 탑승하여 우리를 감시하고 있었다.
 
5시간의 거리 그 사이 나를 포함한 모든 사람들은 탈출의 기회를 엿 볼 것이다. 하지만 트럭 앞쪽에 경찰 3명, 뒤쪽에 3명이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내 앞에 있는 두 명의 여성은 어디서 주었는지 작은 유리 조각으로 손목에 묶인 신발 끈을 자르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신발 끈을 자를 도구가 없다. 이에 나는 그들의 도구를 빌리기로 생각하고, 다 자르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신발 끈을 자르는 그들의 진도는 보이지 않았다.
 
하는 수 없이 나는 입으로 하여 끈을 풀려고 노력했지만 끈의 매듭은 밑으로 향해 있어 매듭을 풀려면 손을 들어야 되고, 그렇게 되면 경찰에게 발각 될 것이다.
 
한참을 생각하다 나는 이발을 이용하여 자르기로 마음먹었다. 먼저 신발 끈 한 가닥을 입에 물고, 춤을 이용하여 적셨다. 다음 어금니를 이용하여 몇 번이고 신발 끈을 씹었다.
 
그렇게 30분, 드디어 신발 끈이 끊어 졌다. 이번에는 매 사람들을 연결한 밧줄을 풀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연결 밧줄은 손을 뽑을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한 것으로 하여 도망칠 때 쉽게 뽑을 수 있다.
 
그렇게 5시간이 흘러 우리는 청진에 도착하게 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또다시 다른 차를 이용하여야 했다. 하지만 다른 차를 기다리는 동안 나에게 탈출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앞의 여자들도 아직 끈을 자르지 못한 것 같다.
 
보통 탈출을 하려면 여러 명이 한꺼번에 도망을 쳐야 경찰의 주의를 분산시킬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의 상태에서는 나 혼자 끈을 풀었다고 하여도 도망칠 수 없는 것이다.
 
한참 후, 우리가 타고 가야될 차가 도착하고, 우리는 30분을 달려서야 도(道)집결소 부근에 도착했다.
 
그곳은 마침 라남시장이 있어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곳 이였고, 시간도 퇴근 시간이라 퇴근길에 시장을 들리는 사람들이 많았다.
 
차가 멈추고 경찰들이 먼저 내렸다.
 
“좀 있다. 차에서 내리자마자 도망치자”
 
앞에 있던 여성 두 명이 소곤소곤 이야기 하고 있었다.
 
“우리도 차에서 내리자 마자 도망쳐요”
 
나도 옆에 있던 여자에게 말했다.
 
먼저 앞에 있던 남자 죄수들이 내리고, 이어서 여자 죄수들이 차에서 내렸다. 그 순간 앞에 있던 여성 두 명이 대열에서 이탈하여 도망쳤다.
 
“잡아라!”
 
경찰들과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하나 같이 도망치고 있는 두 여성에게로 쏠렸고, 두 명의 경찰이 추격하고 있었다.
 
그 순간 나도 연결 포승에서 손을 빼며 앞으로 냅다 뛰었다. 뒤에서는 경찰들의 고함 소리가 들렸다. 하지만 나는 돌아보지 않고, 죽을힘을 다해 달려 붐비는 사람들의 무리 속에 끼어들었다.
 
성공이다. 이젠 자유인이다. 지옥 같은 북한에서 이젠 더는 살고 싶지 않다. 이 북한 땅에는 내가 있을 곳은 그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가자! 중국으로. 다시는 북한으로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끝)
 
그 동안 제가 쓴 ‘탈북과 인신매매’를 보아주신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 소개를 하자면 저는 28살의 젊은 청춘입니다. 학교는 외대 중국어과를 졸업하여 문학하고는 관계가 먼 것으로 하여 제가 쓰는 글에 있어서 어설픈 점, 부족한 점, 고쳐야 할 점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북한에서 18년을 살면서 책을 보는 것으로 취미로 삼고, 한국에 와서도 문학에 관심이 있었지만 선뜻 발을 내딛지 못하다가 이번에 우연히 제 경험을 살려 ‘탈북과 인신매매’라는 글을 쓰기로 용기를 가졌습니다.
 
‘탈북과 인신매매’의 내용은 모두 제가 소장하고 있던 예전의 일기장을 기초로 하여 더하지도 덜지도 않은 제 경험 그대로를 담은 진실의 이야기입니다.
 
또한 한국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중국으로 가는 탈북 여성들, 왜서 이들은 중국을 선택했는가? 왜서 팔려 가는가? 인신매매를 하고 있는 자의 운명은 과연 어떤 것인가? 북한은 죄인을 어떻게 처벌하고, 어떤 방식으로 사상 무장을 시키는가? 북한은 죄인에 대한 대우는 어떠한가? 왜서 북한을 탈출하는가? 등의 이야기를 통화여 북한의 실상을 알리고자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재미없는 제 글을 읽어 주신 여러분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다음번에는 북한사람들의 일상생활과 북한 사회주의 체제에서 피 끓는 젊은 청춘들이 어떻게 사랑을 하고, 그들이 생각하는 첫사랑이란 개념은 무엇인가? 북한 사람들은 사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등의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탈북자 장성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