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간이 흘러 좀 전에 밖에 나갔던 장교가 들어왔다.
 
“야 너 이 주변에 친척이 있다고 했지? 너의 친척집이 어디야?”
 
그 순간 나는 나 한사람으로 인하여 우리 친척 모두에게 화가 미치는 것이 두려웠다. 하지만 내가 말하지 않는다고 하여도 여기는 작은 동네이므로 금방 알아챌 것이다. 이에 하는 수 없이 친척집을 이야기 하고, 마지막으로 되든 안 되든 이 순간을 모면하기로 했다.
 
“아까 중대장 동지 아저씨가 가지고 나간 돈은 중국에 있는 저의 친척이 어제 조선으로 넘어와서 나에게 주고 간 돈입니다. 주세요”
 
나의 갑작스러운 이야기에 장교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옆에 있던 군인에게 이야기 한다.
 
“우리 이거 잘못 짚은거 아니야”
 
“그럼 이놈의 친척집에 가서 확인하면 될 거 아닙니까?”
 
“그야 그렇지”
 
“야! 임마 가자! 앞장서”
 
장교는 나를 앞장세워 친척집으로 내몰았다.
 
다섯 명의 총을 든 군인들과 나는 무거운 걸음으로 친척집으로 향했다. 친척집에 도착하자 장교는 몇 명의 부하들에게 나를 감시하게 하고, 친척집으로 들어갔다. 마음속에는 오직 근심으로 가득했다. 장교가 들어간 후 10분이 되어서야 나왔다.
 
“야 이 새끼 덜 맞았구나? 아직도 거짓말을 하고 있어”
 
장교는 나한데 속은 것이 괘씸하여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한다.
 
이어 군인들과 함께 다시 초소로 돌아왔다. 그들은 초소에 들어서자 바람으로 또다시 나를 때리면서 사실을 이야기 하라는 것이다. 그들의 고문에 나는 나 한명으로 인하여 친척들 모두를 감옥에 보내고 싶지 않았고, 죽어도 나 혼자 죽으리라 결심했다.
 
“실은 제가 어제 중국에 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친척들은 제가 중국에 간 것도 모르고 저를 보지 못했습니다. 어제 밤에 중국에서 넘어와서 친척집에도 들어가지 못하고 뒤뜰에서 자다가 오늘 이렇게 기차를 타려고 나온 것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기차 시간 알아보러 나온 사람이 짐까지 가지고 나오겠습니까? 그리고 저의 친척들하고 사이가 좋지 않아 친척들도 저희가 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이 새끼 또 거짓말 하네. 하여튼 도시 놈들은 대단해, 맞으면서 끝까지 거짓말 하니깐 말이야. 농촌 놈들이라면 금방 불어버리는데”
 
장교는 나의 이야기에 설득력을 얻었는지 매질을 멈추면서 옆에 군인에게 웃으면서 이야기 한다.
 
그들은 나를 어딘가 모를 방에 가두었다. 그리고 밤이 되자 그들은 한두 명씩 교대로 내가 있는 방에 들어와서 나를 감시하는 것인지? 나와 함께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나갔다.
 
어떤 군인은 들어와서 맨주먹으로 바닥을 치고 있었다. 아마도 보초를 서는 시간에도 주먹을 단련하는 하는 것 같았다.
 
다음 날 새벽이 되자 군인 일곱 명이 나를 그들의 본부로 이송한다는 것이다. 나 한명을 이송하는데 총을 멘 일곱 명의 군인들이 이송하는 것이 이상해 한 군인이 중대장에게 질문을 던진다.
 
“아니 중대장 동지 이 새끼가 뭐 홍길동 입니까? 아니면 태권도 유단자입니까? 왜서 이 새끼 한 명 이송하는데 이렇게 많은 인원이 가야 되는 겁니까?”
 
“이 새끼야! 너희들이 심심해 할까봐 그런 거야. 그러니깐 잔말 말고 갔다 오기나 해!”
 
군인들은 나를 앞에 세우고 뒤를 따라 걸었다. 내가 걷고 있는 길은 두만강 연선이다. 옆에는 두만강 물이 흐르고 있다. 용기와 힘이 있다면 이들을 물리치고 다시 중국으로 넘어가고 싶다. 하지만 총을 든 이들이 무서워 말없이 걷고 있을 따름이다.
 
어느덧 7시간을 걸었을까? 그들의 본부에 도착했다. 생각보다 그들의 본부는 꽤 커보였다. 단층 건물들이 5~6개는 있었고, 면적도 많이 넓어 보였다. 여기서 모든 국경군인들을 관리 하는 것 같았다.
 
나와 함께 있던 군인들은 나를 어느 군인에게 이송하고, 이송 받은 군인은 나를 이끌고 반병밖에 되지 않는 방에 가두었다. 그 방은 앉아 있고 서 있을 공간밖에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방이었고, 유리도 없이 쇠살창만 있는 창문 사이로 들어오는 바깥의 추위가 가득해 방에 있는 것이나 바깥에 있는 것이나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또다시 두 시간이 흘렀다. 문이 열리며 나를 방에 가두었던 군인이 다가와 자신의 장교 방으로 안내한다.
 
장교 방이라 그런지 갖추어 질 것은 다 갖추어 진 것 같다. TV도 있고, 전화기도 있고, 난로도 있어 방안은 훈훈하여 9시간 동안의 추위에서 언 나의 몸을 녹일 수 있었다.
 
잠시 후, 장교로 보이는 사람이 들어오더니 나더러 옷을 벗으라는 것이다. 옷을 벗자 옷 의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하면서 다정한 목소리로 이야기 한다.
 
“다른 사람들은 중국에서 올 때 돈을 삼키거나 뒷구멍으로 넣는데 너는 그러지 않았어?”
 
“전 그런 거 모릅니다”
 
“그래 알았어” 
 
중국에서 오는 사람들 대부분은 남자는 돈을 삼키거나 뒷구멍으로 넣고, 여자들도 삼키거나 음부에 넣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로서 보통 잡혀 들어온 사람들은 앉았다 일어 섰다를 백번에서 오백 번 정도를 반복하면 안에서 돈이 튀어 나온다고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그런 훈련을 시키지 않았다.
 
내가 옷을 주어입고 자리에 앉자 장교는 조사를 실시한다.
 
“이 사진속의 사람은 누구야?”
 
그는 남한에서 찍었다던 우리 큰아버지의 사진이 궁금했다.
 
“그 사람은 중국에서 알게 된 사람입니다. 중국에 간 기념을 남기려고 사진을 가져오게 되었습니다”
 
“너 그럼 미국 돈 300원하고 중국 돈 1,500원은 어디서 난거야?”
 
“중국 사람들이 준 돈입니다. 조선에서 왔다고 불쌍하다고 준 것입니다”
 
“그런 것 같지 않는데? 너 좋게 말할 때 사실대로 말해, 안 말하면 죽는다”
 
장교의 질문, 웃음 모두는 간사함이 묻어 있었다. 그는 어린애를 얼리듯 상냥한 음성으로 나에게 이야기 하였지만 아무런 대답도 듣지 못하자 수화기를 들어 보초병을 불렀다.
 
“어이! 보초병, 여기 쓰레기 치워”
 
쓰레기라는 소리에 나는 방안을 둘러보았다. 방안은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어 쓰레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쓰레기가 없는데 뭔 쓰레기지?” 
 
내가 혼자 말로 중얼거리며 호기심에 쌓여 있을 때, 보초병이 들어와 나를 데리고 나가는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장교가 말하던 쓰레기가 나 자신이라는 것을 알았다.
 
(다음호에 계속)
 
탈북자 장성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