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잠에서 깨여보니 그녀는 나를 고이 끌어안고 잠들어 있었다. 행복했다. 하지만 기쁨은 잠시 날이 밝으며 행복의 시간은 막을 내렸다.
그녀와 함께 집으로 오는 길, 알고 보니 그녀는 우리 집에서 멀지 않는 가까운 동네에 살고 있었다. 그녀의 집은 낮은 언덕에 위치한 아파트였으며 현재 오빠랑 함께 생활한다고 한다.
그녀의 그림자가 사라질 때까지 바라보다가 나도 집으로 달려갔다.
집에 도착하니 형은 어디에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아마도 직장으로 출근 한 것 같았다. 비록 직장에서 월급도 식량도 주지 않지만 내가 인신매매라는 나쁜 짓을 하기에 형까지도 출근 안하고 집에 있는 다면 우리 마을을 책임진 경찰의 조회가 들어올 수 있어 직장을 출근하며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경찰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이다.
형이 없는 방안은 쓸쓸하기만 하다. 나도 돈 벌러 간다고 며칠, 때로는 몇 달 동안 집을 비울 때가 많으므로 형을 만나본지도 꽤 오래 되었다.
저녁에 형이 들어왔다.
“너 요즘 집에도 잘 안 들어오고 뭐 하러 다니니?”
“응, 그냥 청진 역 다니면서 여자나 알아보고 있지”
나는 형에게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 것을 숨겼다. 나의 생각에서 형과 나 사이의 사적 문제에 대해서 형에게 말하고 싶지 않았다. 단지 나 혼자 알고 있는 것이 편했고 형이 안다고 하면 아마도 간섭을 하게 되고 그것이 싫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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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여인과 붙어 다니는 동안 나는 중국에 가고 싶은 생각을 모두 지워버리고 그녀를 그림자 처럼 따라 다녔다. 하지만 그녀에게 맛있는 것을 사주고 싶고 나도 먹고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 했다. 이때까지 벌어온 돈이 모두 바닥났던 것이다.
이에 하는 수없이 형과 토론하여 몇 달 전부터 우리 집을 사겠다는 사람에게 집을 팔기로 하였다.
우리 집은 45평의 독집이다. 앞에는 30평 정도의 땅이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이므로 개인집이 드물고 모두 국가 집으로 명시 되었지만 우리 집은 과거에 할아버지가 지주인 관계로 하여 땅은 모두 몰 수 당했지만 지금 살고 있는 작은 집만은 남아 있다고 한다.
우리 집은 튼튼하게 지운 집이라고 한다. 벽에는 쇠 구물을 쳐서 벽이 무너지는 것을 방지하여 여름이 되면 다른 집들이 물에 떠내려가도 우리 집만은 남아 있다고 한다.
우리 집은 일본이 조선을 강점했을 때 지운 집이라고 한다. 건축과 설계도 모두 일본인이 하고 집을 짓는 자재 또한 일본사람들이 선정한 고급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확한 증거는 없다. 단지 장롱 속에 숨어 있는 집문서에 보면 이전 청진시 법원에서 만들어 준 개인집으로 된 서류가 있다.
우리는 신기했다. 북한에는 개인집이 없고 모두 국가의 소유로 된 집들로 알았지만 우리 집만은 개인 소유이기에 신기했다. 하지만 개인소유이기에 팔고 사고하는 것은 용이했다. 또한 국가 소유라면 집을 팔 수 없지만 개인 소유이기에 집을 팔 수 있다.
우리 집을 구입하는 사람은 강원도에서 온 군인 장교이다. 그의 말에 의하면 가족과 함께 독집에서 살고 싶어 우리 집을 구입한다는 것이다. 그전에 우리와 함께 청진법원에서 집 명의를 변경해야 한다.
군인은 계급이 소위 정도 되는 높은 직급을 가져서인지 법원에서도 쉽게 명의를 변경 할 수 있었다.
명의 변경이 완료되자 군인은 우리에게 북한 돈 15000원을 주었다. 당시 15000원은 중국 돈 700원 정도였다. 집을 팔고 난후 큰돈을 얻게 되어 좋았지만 집이 없다는 것이 슬프기도 했다.
우리 집은 할아버지 유산에서 시작하여 아버지, 어머니가 물려준 유산이기도 하다.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 우리에게 물려준 것은 집 한 채 전부였다. 하지만 먹을 것이 없어 살아가기도 힘든 세월에 굶어 죽으면 집이 뭔 소용이 있는가? 하는 의미에서 집을 팔았다.
손에 쥐고 나닐 수 없고 몸에 지닐 수 없는 부모님의 유산인 우리 집은 그동안 많이 망가져 가고 있었다. 예전이 어머니가 계실 때면 벽이 조금씩 무너지면 어디서 얻어왔는지 시멘트와 모래를 섞어서 망가져 가는 집을 복원 했다.
하지만 형과 나만이 현재 살고 있는 집은 누구의 손길도 가지 않아 며칠에 한번 씩 집에 들어와 보면 벽이 조금씩 허물어지고 있었다. 오래된 건물이라 지금에야 비로소 수명을 다하는 것 같았다. 허나 우리의 능력으로는 보수 할 수 없어 계속 방치 상태에 놓이다가 이번에 집을 팔게 된 것이다.
집을 팔고 난 후, 나는 사촌형네 집에서 의존하기로 하고 형은 친구 집에서 머물면서 장사를 해보겠다며 집을 판돈에서 7000원을 들고 평안도로 갔다. 평안도 지역에서 쌀을 가져다가 함북도에서 팔면 수입이 짭짤하다는 것이다.
한 달 후, 돈을 벌겠다는 큰 욕망으로 집을 나갔던 형은 빈 털털이로 돌아왔다. 결론인 즉 쌀을 기차에 싣고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 열차 내에 있는 경찰에게 잡혀 신분증이 없고 여행증이 없다는 이유로 쌀을 모두 뺏겼다는 것이다.
청진으로 돌아오려고 해도 나를 볼 면목이 없어 형은 쌀을 다시 찾겠다고 경찰을 찾아 다녔지만 이미 경찰들이 우리의 쌀을 모두 팔아서 술로 배를 채운 상태였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형은 평안도 지역에서 한 달 동안 꽃제비 생활을 하며 다른 사람들의 쌀 배낭을 훔치려고 노력했다. 하지만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고 낯선 고장에서의 생활이 고통스러워 다시 청진으로 돌아 온 것이다.
고향인 청진으로 돌아와도 이제는 집도 없다. 그러기에 형은 나를 만나러 오지 못하고 친구 집으로 가서 그쪽에서 생활 했다.
하루는 형이 술을 조금 마시고 사촌형의 집으로 찾아 왔다. 그 동안 나는 사촌형의 집에서 머물면서 매달 얼마간의 돈을 주고 살았고 사촌형 또한 그러기를 바랬다.
형은 사촌형을 불러내서 말했다.
“형 내 친구들은 며칠 밤을 재워져도 아무소리도 안하고 돈도 안 받는데 사촌형이 되가지고 왜 남보다 못하게 돈을 받는 거 에요?”
“내가 돈을 받아서 너 친구보다 못하다고 생각해도 이 말만은 명심해라! 너의 친구들이 너희가 인신매매 한다는 것을 알고 또한 무슨 일이 생겼을 때는 자신부터 살려고 경찰에 신고하지만 나는 신고하지 않는다. 친척이라는 이유를 떠나서 같은 사촌이기에 우리한데도 화가 오기에 어쩔 수 없이 너희들의 모든 것을 방어 해줄 수 있다. 하지만 친구는 방어하지 못한다.”
형은 사촌형의 이야기에 반박하며 나를 다그쳤다.
“야~너 사촌형하고 같이 살래? 아니면 나랑 같이 살래?”
나는 어떻게 할지 몰랐다. 형을 따라가면 다른 사람의 집에서 사는 것이 부담스러웠고, 사촌형의 집에서 살려고 해도 형을 외면하는 것이 되었다.
“야~너 그냥 우리 집에서 살아라! 돈 적게 내고 같은 친척집에서 사는 것이 편할 거고 너의 신변도 보호 해줄 수 있잖니?”
사촌형이 나의 생각에 끼어들었다. 그러자 형이 사촌형에게 고함을 질렀다.
“형이 뭔데? 내 동생 신변 보호해줄 수 있어요?”
“니 동생이 니 친구들 집에서 살다가 인신매매하는 일이 탈로나면 니 친구들은 자신의 안전을 위해서 신고하지만 나는 나 자신을 보호하기에 신고하지 않아, 너 네가 잘못하면 우리도 같이 처벌 받을거야”
사촌형의 이야기에 형은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고 내 손을 무작정 잡아끌었다.
“너 형제간의 의리 깨버릴래? 아니면 사촌형의 집에 있을래?”
“형제간 의리야 깨졌어도 다시 붙을 수 있지만, 만약에 내가 형 따라 갔다가 인신매매가 탈로나면 죽게 되고 그러면 영영 원망만 살 것 같아, 나 그냥 여기 사촌형네 집에 머물래”
나의 대답에 형은 미친 새끼라 욕을 하며 울면서 가벼렸다. 내가 형제간의 의리를 깨버리고 사촌형의 편에 선 것이 몹시 서운했던 것이다.
예전 북한에 이런 말이 있었다. <부모를 팔아 친구를 산다.> 이 이야기는 친구의 의리를 중요시 여기고 친구의 위험에는 자신의 부모를 버릴 줄 알아야 한다며 북한에서 선전했던 말이다. 또한 <죽어도 같이 죽고 살아도 같이 살자!>라는 이야기가 있듯이 친구의 의리는 함께 죽는 것이라 선전했다.
이에 형은 친구를 중요시 여겼다. 하지만 나는 친구를 중요시 여기지 않았다. 함께 고통을 나누고, 피를 나눈다면 중요시 여길 수 있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친구가 없었다.
(다음호에 계속)
탈북자 장성근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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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09-09-13 (08:5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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