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진 역에서의 하루가 흐른다. 나의 시선에는 왜서인지 한 여자만 계속 잡혀있다. 어제도 그제도 계속 그 여자만 바라보는 것이 기쁘고, 행복하고, 때로는 저절로 웃음이 나오는 것 같았다. 그때 내 나이 17살, 아마도 누군가가 말하는 짝사랑에 빠진 것이다.

그녀는 나와 동갑이지만 나이에 비해 그리고 나 자신에 비해 꽤 숙성해 있었고 키 160정도 얼굴은 계란형, 눈은 크고, 코가 뾰족하고, 머리는 생머리,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이 정해지지 않아 이상형이라 말할 수 없어도 그녀의 모든 행동, 얼굴, 몸매, 말 한마디는 나의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그녀는 청진 역에서 사탕을 파는 여인이었다. 그 당시 왕사탕 절반크기의 사탕은 북한 돈 1원이었다. 그녀는 생수통 절반을 잘라놓은 것 같은 통에 사탕을 담아가지고 지나가는 여행객들에게 팔고 있었다.

나는 매일같이 그녀에게서 사탕을 사먹었다. 한 시간에 한 알, 두 시간에 두알, 사탕이 먹고 싶어 매번 그녀에게서 사탕을 사는 것은 아니었다. 목적은 그녀를 보기 위해서였다. 두 알을 살 때는 한 알은 그녀에게 주고 한 알은 내가 먹었다.

그녀의 사탕은 어느 누구의 사탕보다 맛있었다. 하지만 매번 사탕을 먹는 것이 질렸지만  그녀가 보고 싶어 매일같이 사탕을 사러 그녀에게 갔다.

그녀에게는 인신매매라는 목적으로 접근하고 싶지 않았다. 아마도 이여자도 나와 함께 중국으로 가자고 하면 갈 것 같았다. 하지만 중국에서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모습이 보기 싫었고 내가 짝사랑하는 여자를 누구에게 뺏기고 싶지 않았다.

가끔 그녀의 주위로 군인들과 꽃제비 애들이 맴 돌때가 있다. 군인들은 그녀가 좋아서 농담도 하고 작업을 거는 것인지 그녀에게 접근하며 손을 잡는다. 그녀는 군인들의 손을 뿌려 친다. 그러면 군인들은 재수 없다고 따귀를 날릴 때가 있다.

그것을 보고 있으며 지금이라도 당장 달려가서 군인을 멱살을 잡고 마구 패주고 싶었다. 하지만 어리고 허약하기에 군인을 이길 수 없어 먼발치에서 지켜보며 군인을 욕하며 마음속으로 몇 번이고 군인들을 죽였다.

꽃제비 애들은 그녀의 주위를 돌며 그녀의 손에서 사탕을 낚아채려고 한다. 나보다 더 허약한 꽃제비 애들은 때려져서 그녀의 보디가드가 되고 싶었다. 주위를 맴도는 꽃제비에게 다가가 고함을 질렀다.

“야~꽃제비 새끼들아, 저리가지 못하겠어.”

나이어리고 나보다 체격이 작은 꽃제비들은 비실비실 뒷걸음치며 물러나고 그래도 체격이 없어도 용기 있는 꽃제비들은 나의 고함소리에 한마디 한다.

“야 개새끼야, 너 가 뭔데 가라말라야 ”

그럼 나도 주먹을 들어 때리는 시늉을 하면 꽃제비들은 저 멀리 도망쳐 버리며 메롱 메롱 하며 나를 조롱한다. 하지만 그들의 뒤를 쫓지 않고 그녀의 옆에서 그녀를 지켜주었다.

어느 날 나와 체격이 비슷한 꽃제비 하나가 그녀에게 다가 왔다. 나는 여느 때와 같이 고함을 질렀다.

“야~ 종 간나 꽃제비 새끼야, 저리 가지 못 하겠어”

나의 고함소리에 그는 다른 꽃제비들과 다르게 맞받아 대응하는 것이다.

“야~ 간나 새끼야, 너 뭔데 나보고 가라말라야, 나 이 누나 좋아 한단 말이야”

보잘 것 없는 꽃제비가 이 여자를 좋아한다고 마음속으로 생각하니 열불이 터져 올랐다.

“야~간나새끼 너 죽고 싶어?”

“야 이 새끼야 한판 붙어보자”

꽃제비 애는 나에게 도전을 걸어왔다. 함부로 사람을 얕잡아 보지 말아야 했는데 괜히 얕잡아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꽃제비의 도전을 거부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 너 이 개새끼 조용한 곳으로 가서 붙어보자.”

나는 꽃제비 애와 함께 역전의 구석진 골목으로 가고 있었다. 그녀는 우리들의 싸우는 것이 두려운지 계속 따라오며 싸우지 말라고 이른다. 하지만 구석진 곳에 가서 꽃제비 애를 한바탕 패주는 것으로 그녀에게 나의 용기 있는 마음을 보여주고 싶었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자마자 나는 두 주먹을 불끈 쥐고 꽃제비를 마구 패주었다. 하지만 상대편 꽃제비도 생각지 않게 반격하는 것에 나도 꽃제비가 휘두르는 주먹에 맞고 있었다. 나는 바닥에서 주먹 두 배의 돌멩이를 들어 꽃제비 애의 머리를 때렸다.

꽃제비 애는 머리에서 피를 흘리며 계속 대응하고 있었다. 한 번 더 머리를 때렸다. 좀 전보다 피가 더 많이 나오자 꽃제비는 악을 쓰고 달려들었다. 나도 꽃제비의 반격에 굴하지 않고 마구 패주며 돌멩이로 여러 번 머리를 때렸다.

차츰 시간이 흐르고 꽃제비도 자신의 머리에서 흐르는 피를 보며 두려움에 지쳤는지 싸움을 포기하려는 의도를 표시하고 있었다. 나는 그에게 앞으로 이 여자 옆에 오지 말라고 따끔하게 일러주고 쫓아버렸다.

꽃제비가 가자 그녀는 내가 너무 우둔하게 돌멩이로 때렸다고 욕을 하지만 크게 실망은 하지 않은 것 같다.  그날은 그렇게 꽃제비와의 결투를 그녀에게 보여주고 헤어졌다.

다음 날, 그녀를 찾아갔지만 그녀의 주위에는 예전에 보던 꽃제비들이 없어졌다. 이제는 내가 혼자 그녀를 차지 할 수 있었고 꽃제비 적수의 용기 있는 놈을 제거하였기에 그녀의 보디가드로 활동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체격이 큰 성인들은 상대하지 못하기에 사탕을 사지 않는 낯모를 성인이 그녀에게 와서 말을 걸때면 좋지 않은 눈길로 쏘아보며 심지어는 멀리에서 그 사람에게 돌멩이를 집어던지고 도망쳤다.

나를 보고 달려오던 사람들도 나의 필사적인 달음박질에 포기하고 돌아가고 나는 또다시 돌아와 그녀의 옆에서 그녀를 지켰다.

이제는 내가 인신매매를 한다는 신분을 잃어버리고 매일 오전9시에서 시작하여 밤 10시가 넘어도 그녀를 지켜주고 그녀와 함께 했다.

어느 날인가? 밤 12시가 넘어 그녀는 집에 가지 못하고 역전 근처의 아는 언니 집에 가서 잔다고 한다. 나도 밤이 깊어 집에 갈 수 없기에 그녀와 함께 언니라는 사람의 집으로 갔다.

방은 한 칸이고 언니, 그리고 그녀와 내가 누웠다. 그녀와 함께 누워있는 것이 행복했다. 그 당시 나는 사춘기 소년이었다. 하지만 먹을 것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성장 호로몬이 부족하여 키도 작았고 몸은 젓가락에 비교 할 만큼 말라있었기에 그녀와의 관계 즉 섹스에 대한 사랑은 생각 하지 못했다.

예로부터 금강산 구경도 식구경이라는 말이 있다면 섹스를 하는 것도 먹는 영양과 비례를 이루고 있어 영양이 부족하면 제대로 된 성적인 관계를 가질 수 없고 또한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때 내가 생각하는 사랑은 단지 서로의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따뜻한 말과 정을 쏟아 붙는 것이고 잠자리를 함께 하고 성적인 교제를 가진다는 것은 나쁜 사람들이 하는 짓거리로 생각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누워 잠을 이를 수 없었다. 그녀는 낮에의 피로에 지쳐 어느 덧 잠나라로 빠져버렸지만 나는 계속 그녀의 얼굴을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녀의 잠자는 모습을 보면 볼수록 행복했다. 어디서 배웠는지? 보았는지? 모르지만 나는 잠자는 그녀의 이마에 살짝 나의 입술을 가져갔다. 그리고 그녀의 잠자는 입술에도 살짝 뽀뽀도 해보았다. 이상한 느낌은 나를 행복하게 하고 모든 잠에 대한 생각을 지워버렸다.

그녀의 잠자는 가슴에 손을 얹었다. 포근했다. 따스했다. 예전 어머님의 사랑이 그녀의 가슴으로 하여금 나의 마음에 전해졌다. 일찍 어머님을 잃은 탓에 나는 그녀의 가슴을 포근한 어머님의 가슴으로 생각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그녀를 나의 어머니로 생각했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그녀를 나의 누나로 생각했다. 나는 그녀를 나의 사랑하는 여자로 생각했다. 하지만 때로는 그녀에게 아버지가 되어줄 수 있고, 오빠가 되어줄 수 있고, 사랑하는 사람이 되어줄 수 있는 것이 나의 사랑에 대한 생각 관념이다.

(다음에 계속.)

탈북자 장성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