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이 간나야, 빨리 안 들어가고 뭘 꾸물거려”  

문밖에서 경찰이 욕하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문이 열리며 친척누나와 경찰이 들어왔다. 경찰은 들어오자 바람으로 친척누나를 마구 때렸다. 나를 때리는 방식과 똑같이 발로 차고 총으로 내리쳤다.

이어서 나와 친척누나의 몸 이곳저곳을 뒤져보기 시작됐다. 친척누나의 주머니에서 북한 돈 200원이 나왔고 내 주머니에는 50원 정도가 나왔다.

“야, 이 간나야 ,아까 이 돈을 숨기려고 가다가 앉아서 꾸물거렸구나.”

경찰은 친척누나의 주머니에서 나온 돈을 보고 화가 나서 소리치며 구두 발로 가슴을 걷어찼다. 누나는 걸상에 앉아 있다가 걸상과 함께 뒤로 넘어졌다. 경찰은 넘어진 상태에도 계속 구두 발로 배를 차고 내리 찍었다.

친척누나는 우리보다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서 배고픔과 누구에게서 맞아보지 못하고 자라났지만 이번고통이 처음으로 겪는 것이다. 하지만 나이가 있고 죽음에 관계되는 문제라 끝까지 인신매매 범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나에 대한 질문이 시작되었다.

“중국에 여자를 얼마나 넘겼어? 돈은 얼마나 챙겼어?”

“아아아아~닙니다다다. 전 그그그냥 꽃제비입니다.”

나는 경찰에게 부모 없는 꽃제비임을 강조시키려고 노력했지만 속이 떨려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떠듬거리며 얼버무렸다.

경찰도 별 볼일 없는 꽃제비임을 알았는지 나를 옆에 있는 작은 방에 집어넣었다.  이방은  여행증이 없이 여행하는 사람, 도둑, 몸 파는 여자 등 청진 역에서 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을 수감하는 방이다. 방은 한 평 반 정도 되고 안에는 이미 다른 사건으로 잡혀온 듯한 3명의 남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나의 방문에 아무것도 물어보지 않고 침묵을 지킨다. 밖에서는 친척누나를 고문하는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왔다. 허나 누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고 다른 사람의 소개로 낮에 만났던 여자에게 물어보았다고 답변했다.

새벽 2시정도 되었을까? 문이 열리며 친척누나가 들어왔다. 얼굴 곳곳이 상처 자국이고 코와 입술은 터져서 많이 부어있는 상태이다.

“아까 그년이 내가 주모자라고 모두 불어버려서 내가 너는 모르는 꽃제비 애인데 빵을 사서 주면서 아는 여자 있으면 좀 소개시켜달라고 자백 했어 그러니깐 너 한데는 화가 가지 않아. 그 대신 너는 내일 아침에 풀려나면 이 모든 사건을 우리 가족에게 알려져서 어떻게 하던 뽑는 방법을 모색해봐”

친척누나의 간곡한 부탁이고 두려움의 부탁이었다. 이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친척누나는 잘못하면 사형에 처해질 것을 알았기에 몹시 무서웠던 것이다. 하여 이때까지 가족도 모르는 일을 모두 알려주라고 하는 것이다. 가족이 알면 집이 조금 잘사는 관계로 하여 경찰에게 얼마간의 예물을 주고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침 7시가 되자 경찰들의 교대시간 인 듯 다른 경찰이 오고 어제 우리를 고문하던 경찰이 문을 열고 들어와 나더러 집으로 가라는 것이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다.

“정말입니까?”

나는 너무 기뻐하던 나머지 소리를 질렀다.

“아니 이색기 어제는 머저리처럼 말도 제대로 못하더니 오늘은 말 잘하네.

경찰은 웃으면서 이야기했다.

“어제는 아저씨들이 너무 아프게 때려서 말도 제대로 못했습니다.”

나는 아팠던 사실을 그대로 이야기 하자 경찰도 알았다는 듯 손을 들어 빨리 나가라고 밀어버렸다

파출소를 나와 집으로 향했다. 하지만 차마 친척누나의 가족들에게 이야기하기가 두려웠다. 아마도 나를 욕할 것이라는 두려움에 아무런 말도 못하고 며칠이 흘렀다. 또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친척누나가 어디에 갔는지도 궁금했다.

청진역에 나가 친척누나의 행방을 알아보았다. 보통 역전파출소에 잡히는 사람들은 뚜렷한 죄가 밝혀지지 않으면 청진시에 있는 노동단련대에 간다고 한다. 며칠을 망설이다가 친척 형을 찾아가서 사실을 이야기 하고 현재 노동단련대에 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나를 욕하던 형은 자신의 누나를 욕하며 매우 속상해 하는 듯하다. 나 또한 모든 것을 이야기 하고나니 마음이 편했다. 친척 형과 헤어져 나는 집에서 보름정도 놀다 또다시 중국이 그리워서 중국에서 나중에 알게 된 50대 아줌마의 집으로 갔다.

아줌마는 처음에는 반가워하다 여자를 데려오지 못한 것을 알고는 나가라고하다가 내가 손을 빌며 사정하는 것에 하루 밤만 자고 가라며 자신들의 창고로 안내했다. 거기에는 예전의 여자들이 있었다. 그들은 이제는 한 달이 가까워 온다고 거기 있는 것이 싫어졌다고 한다.

나도 여기에 놀러 왔다고 이야기 하며 그동안 북한에서 있었던 사실을 이야기 하자 그녀들은 우리를 신고했던 여자애도 청진 역에서 만난 사람이기에 믿지 말라는 것이다.

하루 밤을 자고 다음날 저녁 주인아줌마는 북한으로 넘어가라고 나를 밖으로 내몰았다. 두만강까지 나갔지만 가기 싫어져 다시 아줌마의 집을 찾았지만 나의 두 번째 방문에 아줌마는 자신의 관상으로는 오늘이 국경을 넘는 딱 좋은 날이라며 고함을 치고 얼굴에 뺨을 날리며 나가라고 문밖으로 밀어냈다.

하는 수 없이 북한 친척집으로 넘어갔다. 집에 들어가자 큰어머니는 나를 꾸짖는다.

“야 너는 영희가 너랑 같이 움직이다가 잡혀갔는데 우리에게 아무런 말도 안하고 숨기고 있었어?”

나는 친척 형에게만 이야기 하고 가족들에게는 모두 숨겼던 것이다.

“그래도 우리에게 말하지 않기 잘했다. 우리가 알면 걔 아버지 한데 이르게 되고 큰 일 났을 거다. 그래도 너가 영철이한데만 이야기해서 영철이가 경찰들에게 2000원 정도의 예물을 주고 영희를 뽑아냈어.”

잠시 후 어딘가 갔던 친척누나가 들어와서 나를 보더니 반가워하며 그동안 단련대에서 있은 이야기를 한다.

“거기서 단련대에 가서 힘들게 일했어, 배고파서 마구 소똥에 박혀 있는 옥수수 알도 주워 먹었다. 이번에 이런 고생을 하고 나니 다시는 그런 일을 하고 싶은 생각이 없어졌다. 너도 위험하니 이일을 때려치우고 다른 일이나 하는 걸로 알아봐”

친척누나의 이야기에 알았다고 머리를 끄덕였지만 다른 일도 할 것이 없고 인신매매의 일에 명줄이 달려 있기에 계속 할 수밖에 없었다. 언제 이일이 끝날지 모르지만 아마도 죽는다면 끝낼 수 있을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탈북자 장성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