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9일 북한의 조선중앙방송은 “추수와 탈곡을 제때에 마치기 위한 함경남도 함주군 농업근로자들의 궐기모임이 28일 동봉협동농장에서 열렸다”고하면서 이들이 “전국의 농근맹 조직과 농업근로자들에게 가을걷이와 낟알 털기를 제철에 성과적으로 끝내기 위한 사회주의 경쟁을 호소했다”고 전했다.

함주군 동봉협동농장으로 말하면 2009년 2월, 김정일이 여동생 김경희 등과 찾아갔던 곳이다. 또한 김정일이 “현대적인 문화주택과 아담하고 깨끗하게 일떠선 학교와 유치원, 인민병원과 문화회관 등을 둘러보면서 커다란 만족을 표시했던 곳”(노동신문 2월 4일자)이기도 하다.

이른바 김정일의 ‘현지지도’를 위해 국가적 투자와 지원이 선행된 ‘시범농장’에 카메라를 들이대고 “사회주의 농촌테제의 우월성”을 선전함과 동시에 지칠 대로 지친 북한의 농민들에게 또 한 번의 “가을걷이 전투”를 독려한 전형적인 선전 캠페인이 벌어졌음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때문에 북한의 농촌실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탈북자들은 “북한 사람들조차 속이지 못하는 선전용 방송”이라고 조선중앙 방송의 보도를 평가 절하하고 있다.

1988년 제대되어 농촌에서 생활하다가 올해 4월 한국에 입국한 탈북자 신용선(가명, 48세)씨는 “군인들이 무장을 하고 농장 보초를 서던 때에도 추수하기 전에 강냉이 밭은 굶주린 농민들에 의해 거덜이 나 있었다”고 주장했고, 황해북도 신계에서 생활하다가 작년 10월 입국한 탈북자 강 모씨도 “북한의 농촌을 떠 올리라면 가뭄에 터 갈라진 ‘신계미루벌’과 어린이 손바닥에도 가려지던 협동농장의 조그마한 강냉이가 생각난다”고 말하고 있다.

월드비전 관계자들이 전하는 북한의 농촌현실과 일맥상통하는 내용들이다. 올해 북한을 방문했던 남한의 농업전문가들도 “북한 논밭의 작물들이 비료 부족으로 인해 초록빛 대신 노란빛을 띠고 있는 곳이 많이 목격돼 올해 가을 작황이 타격을 받을 것 같다”고 진단한바 있으며 북한이 나름대로 대체 비료를 쓴다고 하지만 양과 질이 모두 떨어지기 때문에 가을 작황에 큰 타격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시하기도 했다.

결과는 뻔 한데 가을걷이와 낱알 털기를 제철에 끝내기 위한 궐기대회를 하고 가을걷이를 제철에 성과적으로 끝내기 위한 사회주의 경쟁을 호소했다 하니 “소가 웃다 꾸러미 터질 노릇”이다. 차라리 구조적으로 문제 있는 “사회주의 농촌테제”나 “주체농법”에 대한 대국민사과를 전제로 국제사회를 향해 도움의 손길을 청하는 것이 순리일 듯하다.

장성근 인턴기자 nihao553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