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에 따라 내가 보았던 사형 장면은 머릿속에서 잊혀져가는 동시에 공포의 마음도 잦아들고 있었다. 배고픔에 양반이 따로 없듯이 살기위한 나의 욕망은 점점 용기를 안겨주었다.

그러기에 나는 또다시 중국으로의 길에 도전 하려고 한다. 하지만 심중에 심중을 기울여야 한다. 과거에는 모든 일을 무작정 처리했지만 현존에서는 사형 장면을 목격하였기에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것이 내가 살길이다.

나는 중국국경에 있는 친척집으로 향했다. 이번에 중국으로 가는 길이 무서웠기에 국경을 지키는 군인들로 하여금 모든 정보를 파악하고 싶었다. 친척집에 있으면서 낮에는 두만강 주변 군인들이 보초를 서는 땅굴 앞에서 군인들의 시선을 받으며 물놀이를 즐겼다.

군인들은 나이어린 나를 보고 동네 친척집에 놀러온 아이인줄로 알았기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다음날에는 친척집에서 누룽지(까마치)를 들고 나와 보초를 서는 군인에게 주면서 군인이 군무서는 동안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친근하게 지냈다. 그러면서 군인들의 군무 일지에 적힌 교대시간, 보초장소 등의 정보를 머리에 입력하게 되었다.

처음에 군인은 웃으면서 ‘국비’라고 표지에 쓰인 글귀를 보여주면서 일반 사회인은 볼 수 없다고 말했지만 나의 웃는 얼굴과 그 동안의 친근함은 군인으로 하여금 안전감을 주었다.

그렇게 나는 친척집에 있으면서 군인들의 정보를 알게 된 것으로 쉽게 중국으로 넘나들면서 예전 처음으로 중국 갈 때 함께 잡혔던 친구가 잘 아는 집을 알게 되었고 그 사람과 가까운 사이가 되었다.

중국의 그 청년은 착한 청년이었다. 북한에서 넘어왔다는 이유만으로 밥도 주고 북한으로 넘어가라는 이야기도 하지 않고 중국 안쪽 지방 가서 살라고 말했지만 아직까지 중국의 중심지로 들어가 살고 싶은 용기가 나지 않았다.

친척집에서 한 달 있는 동안 나는 중국을 내 집 드나들듯 다녔다. 중국이 그리우면 군인들의 교대시간을 피해서 대낮에 중국으로 넘어가 예전에 사귀었던 착한 청년의 집에서 놀다가 넘어 오곤 하였다.

하지만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고 중국에 놀러가는 것은 나에게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았고 돈을 벌지도 못했다. 이에 나는 중국의 착한 청년에게 여자를 데려 올 테니 형이 좀 알아보라고 이야기 하자 처음에는 무서워서 하지 못한다고 하던 형은 할 수 있다 대답했다.

북한 청진 집으로 왔다. 정작 일을 하려고 하니 겁부터 앞섰다. 하지만 돈 없이 굶어 죽을 바에는 실컷 놀고, 실컷 먹고 죽는 것도 최선의 선택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주변의 들리는 소문도 그러하다.

어느 한 가정이 있는데 한 끼라도 배불리 먹고 죽고 싶어 집에 있는 가산을 모두 내다 팔아서 그 돈으로 입쌀과 돼지고기를 많이 사놓고 온 가족이 실컷 먹은 다음에 마지막 음식에는 독약을 넣어서 먹고 자살했다는 소문이 많이 나돌았다.

북한 모든 사람들의 목표는 살기위해 먹는 것이 아니고 먹기 위해 사는 사회였고 한 끼의 만찬으로 하여 배불리 먹고 자살을 선택하는 그들의 생각도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했다. 그러기에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두렵지도 않고 아무런 죄책감도 느끼지 않았고 사형장에 끌려가 죽음의 말뚝에 박혀 사람들의 보는 앞에서 총에 맞아 죽는 것도 무섭지 않았다.

청진에서 여자를 찾으려고 돌아다니는 동안 우리 친척 누나는 우리들의 돈을 버는 방식이 궁금하여 몇 번이고 나더러 어떻게 하면 돈을 벌수 있는냐? 고 물었다. 하지만 이때까지 알려주지 않다가 이번에 비로소 어떻게 돈을 버는 것에 대해 알려주자 자신도 같이 하자고 따라 나섰다.

청진역을 돌아다니며 여자 두 명을 알게 되었다. 30대 초반과 17살의 나이 어린여성이었다. 그들은 청진역에서 몸을 파는 여성이었다. 그들과 함께 친구삼아 보름동안을 친하게 지내게 되었고 친근감으로 가까워지자 그들에게 중국으로 가지 않겠느냐는 사실이야기를 하고 그들과 함께 중국으로 넘어왔다.

내가 알고 지냈던 착한청년은 내가 데려온 여자를 보고 겁이 났지만 어떤 통로를 통해 여자를 보내야 할지 몰랐다. 그러기에 그는 자신의 친구를 불렀다. 친구는 또 자신의 누나를 소개했다.

그녀는 50대의 아줌마였다. 그녀 집에 도착하자 그녀는 나에게 착한청년더러 너가 데려온 여자들 도망쳤다고 말하라고 하였다. 나는 마지못해 알았다고 대답했다.

아줌마의 집에는 쓰지 않는 창고가 있어 우리는 거기서 일주일을 보내며 화장실이 없어 밤이 되서야 공동화장실을 볼 수 있었고 낮에는 大 小변을 참으며 일주일을 보냈다. 하지만 우리와 함께 온 여자들은 어느 곳이건 팔려가지 않았고 가끔 낯모를 손님이 오면 밖에 나가서 만나보고 들어오지만 매번 헛수고였다.

“야! 너 데려온 여자 17살은 괜찮은데 30살은 사가는 사람이 없어, 너 다음번에는 나이어린 여자들로 데려와. 그리고 나이어린애는 나이 많은 애랑 같이 가겠다고 하여 둘 다 가지 못하고 있잖아”

아줌마는 30살 먹은 여자에 대해 싫어하는 표정으로 이야기 했다. 그 후로 두 명의 여자는 데려가는 사람들이 없고, 나와 친척누나까지 4명의 사람들이 창고에 숨어서 지내는 것에 부담감을 느꼈는지 아줌마는 어디서 돈을 얻어왔다.

“내가 관상을 보는 사람인데 너희들의 오늘 북한으로 넘어가면 가장 안전해 그리고 여자들이 팔리지 않으니 일단은 첫 거래니깐 두 명에서 600원 주고 나중에 한 사람당 500원씩 쳐줄게”

50대의 아줌마는 돈 500원을 내밀며 북한으로 넘어가라며 빨간 천을 허리에 감고 넘어가면 잡힐 위험이 없다고 한다.

북한으로 넘어와 친척누나와 각각 300원씩 나누어 가졌다. 친척누나는 처음으로 큰돈을 져본 기쁨에 한 번 더 하자고 하며 발 벗고 나서서 여자들을 수소문 하며 이번에 우리가 넘긴 여자 두 명의 친구를 데려 가자고 한다.

친구라는 그녀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하고 우리에 대해 별로 좋게 보지 않았다. 하지만 친척누나는 그녀를 찾아갔다. 하지만 어떻게 말해야 할지 몰랐다. 그러기에 친척누나는 그녀에게 빵을 사주고 밥을 사주면서 그녀와 가까이 지내며 몇 시간 안에 그녀의 정보를 파악하지 않은 채 중국으로 가자고 용기 있게 말했다. 허나 그녀는 가지 않겠다고 머리를 흔들었다.

“야~예전에 너랑 같이 있던 여자애 두 명도 우리가 중국으로 넘겼어, 걔네들은 잘 살고 있으니깐 너도 함께 가자!”

친척누나는 가지 않겠다는 그녀를 달래며 하지 말아야 할 이야기 까지 했지만 그녀는 끝내 가지 않겠다는 의사를 보여 하는 수 없이 청진역을 떠돌아다니면서 다른 여자를 찾기로 하였다.

청진역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같이 나는 친척누나와 맨바닥에 폭이 1평되는 비닐을 깔고 누웠다. 누워서 잠을 좀 자려고 하니 배고프기 시작했다. 나는 전지 불을 들고 역전 대합실을 빠져 나와  주변에 있는 먹을거리 파는 곳으로 달려갔다.

뒤에서 둥글 모자를 쓴 누군가가 따라오고 있었다. 나는 그것도 모르고 신나서 뛰어갔다. 그 순간 뒤에서 오던 둥글 모자 사람들이 나를 덮쳤다. 경찰이었다. 그들은 내손에 수갑을 채웠다. 그리고 역전주변에 있는 파출소로 끌고 갔다.

작은 방으로 된 파출소로 들어가자 부터 그들은 나를 때렸다. 권총을 빼들어 머리를 내리찍고 구두 발로 마구 짓밟고 있었다. 그때에야 비로소 나는 무엇인가 잘못된 줄 알았다.

“야 이 새끼야 너 인신매매하는 새끼지 똑바로 불어”

경찰은 구두 발로 마구 때리면서 사실을 실토하기를 바랬다.

“전 청진역전 꽃제비입니다. 인신매매 아닙니다”

나는 아픔을 참으면서 부인했다.

“야 이 새끼야 증인이 있는데 아직도 거짓말 쓰고 있어, 야 너 일로 나오라”

경찰은 작은 문을 열더니 어떤 여자를 불러냈다.

그녀였다. 낮에 친척누나가 중국에 가지 않겠느냐고 물어보던 그 여자였다. 그러나 그녀는 중국에 가지 않겠다고 대답하고 우리를 경찰에 신고 했던 것이다.

“야 이 새끼 낮에 너보고 중국가자고 하던 인신매매하는 새끼 맞지?”

경찰은 그녀에게 다그쳐 물었다.

“네 맞아요. 그런데 나이 많은 아주머니도 같이 있었는데 그 아주머니가 주모자입니다.”

그녀의 이야기에 경찰은 다른 동료에게 말했다.

“야! 아까 이 새끼랑 같이 있던 그 간나 도망치기 전에 얼른 붙잡아 와”

동료경찰은 문을 박차고 뛰어 나갔다.

경찰은 그녀가 보는 앞에서 나의 머리를 총 자루로 내려치며 이야기 했다.

“야~ 고맙다. 앞으로 너 여기 청진역에서 장사하는 거 봐줄게. 아까 너 신고를 받고 우리가 이것들을 낮에부터 감시하고 있어가지고 현행범으로 잡으려고 했는데 갑자기 이 새끼가 어디로 뛰어가서 할 수없이 이 새끼 먼저 잡아왔다”

경찰은 이야기를 하며 또 한바탕 구두 발로 차고 총으로 머리를 내리찍었다. 좀 전에 나로 인해서 현행범으로 잡지 못한 것이 아쉬웠던 것이다.

나의 코에서는 피가 나고, 머리 여러 곳이 총자루에 맞아 찢어져 있었다. 나는 그녀가 괘씸했다.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웠다. 가지 않겠으면 가지 않을 것이지 왜 경찰에 신고 했는가? 고 따지고 싶었다. 하지만 말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이번 사건으로 하여 경찰이 신임을 얻었고 앞으로 많은 사람들을 경찰에 고발 할 것이다. (다음에 계속.)        

탈북자 장성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