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이 흘렀다.

주인은 우리와 함께 한 집에 있는 것이 두렵기도 하고 위험하다고 느꼈는지 우리를 자신이 만들어 놓은 야산의 천막으로 안내 했다. 이 천막은 주인이 산짐승들이 내려와 곡식을 파헤치는 것에 만든 천막이다.

천막에 있는 며칠 동안 낮에는 햇볕에 시달리고, 밤에는 모기에 시달리며 살 갓이 타고 모기에 뜯긴 자국들이다. 나와 함께 있는 여자들의 고통도 마찬가지다. 빨리 이곳을 떠나고 싶지만 주인은 아직까지 돈을 주지 않는다.

아마도 여자들을 데려가겠다는 사람이 없는 것인지 아니면 인신매매 단속이 심한 것인지 모르지만 천막에서 지낸 날들은 이젠 일주일이 가까워 오고, 이틀 후에 온다고 형하고 약속하였지만 이젠 많은 날들이 지나갔다.

어느 날, 북한에 있던 형이 중국으로 찾아왔다. 내 소식을 기다리가 지쳐 중국으로 온 것이다. 형의 방문에 주인은 매우 언짢은 기색을 하며 고함을 질렀다.

“여기 있는 여자애들도 팔리지 않아서 이렇게 있는데 너까지 오면 어떻게 하니? 지금 단속이 심해서 그러는데 사람만 늘어나면 우리가 위험하니깐 너희들 오늘 북한으로 가라”

주인의 짜증 섞인 소리에 우리도 어쩔 수 없이 오늘 저녁 북한으로 넘어가기로 하였다.

저녁이 되자 주인은 우리가 있는 천막으로 찾아와 돈을 주며 엄포를 놓았다.

“나한데 가진 돈 여기 270원 밖에 없어. 이 돈으로 북한으로 가서 다시는 오지 말라! 이젠 너네와의 거래는 끝이다.”

예전과의 약속과 다른 주인의 이야기에 화가 났다.

“아니 한 사람당 500원이면 1000원은 줘야 할 거 아닙니까?”

“야! 미친 새끼야 여자들이 팔리지 않는데 내가 무슨 수로 돈을 주냐? 내 가죽이라도 벗겨서 팔아야 하는 거야, 그리고 너 같은 새끼들 한데는 약속이라는 게 필요 없어.”

모든 약속과 계약을 파탄 시킨 것은 주인이었다. 비록 우리는 계약을 하지 않았지만 구두로 계약은 이루어 졌다. 하지만 주인은 자기 쪽에서 일방적으로 계약을 파게하고 우리에게 엄포를 놓는 것이다.

“아니 세상에 이런 게 어디 있어요?”

나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야! 개새끼야 동네 애들 불러서 때려죽이기 전에 우리 동네에서 사라져”

주인은 무자비 하게 우리를 천막 밖으로 내 몰며 엄포를 놓고 집으로 내려갔다.

생각할수록 화가 났다. 여기 있는 여자들을 데리고 다른 집으로 가고 싶었다. 하지만 여자들은 여기 그냥 머물러 있기를 원하고, 또 다른 곳으로 간다고 해도 딱히 갈 곳이 없었다. 이에 하는 수 없이 주인에게 저주를 퍼 부으며 밤의 어둠을 이용하여 북한으로 넘어왔다.

북한에서 형과 나는 중국 돈 270원으로 장사를 하기로 마음먹었지만 모든 것이 뜻대로 되지 않았다. 이제는 인신매매를 할 수 있는 선도 모두 끊겨진 상태이고, 다른 판매망을 연결해야 할 것이다.

모든 것은 개척하면 된다는 생각에 나는 또다시 청진 역으로 향했지만 여자를 찾는 것에 관심을 가지지 않고, 되면 되고 안 되면 안 되는 식으로 청진역과 그 주변의 공원들을 돌아 다녔다.

어느 날, 청진 역 주변에 있는 청년공원시장으로 지나가는데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사람들에게 물어보니 오늘 여기서 인신매매를 한 죄인을 사형 한다는 것이다. 그 소리를 듣는 순간 마음 한 구석에는 두려움과 공포의 마음이 일어났다.

나는 인신매매 범이다. 나도 어느 때 인가 여자들을 데리고 도강을 하다가 걸리면 사형에 처해 질 것이다.

20대 도 되지 않은 어린 나이에 죽을 것이다. 머리에는 온통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공포로 가득 찼다. 여기서 그만 둘 것인가? 아니면 계속 할 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발걸음 옮기다 보니 나는 어느새 사형을 구경하는 구경 군들의 무리 속에 있었다.

사형은 보통 시장이나 공원 같은 사람들이 많은 장소에서 이루어진다. 오늘도 청년공원시장이라는 곳에서 사형이 집행된다. 많은 구경 군들이 사람 죽이는 것이 재미있는지? 아니면 호기심인지? 아니면 총소리가 듣고 싶어서인지? 사형이 집행되는 곳에는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사람들의 앞에는 작은 언덕이 있다. 청년공원시장 옆에 있는 강 옆 뚝 이다. 그 곳에서 죄인 인 듯 한 여러 사람들이 (ㄴ)자 모양으로 사람들의 시선에서 보기 좋게 땅을 판다. 그리고 폭이 10대 10 센티인 2메타짜리 나무 기둥을 세운다. 모든 것이 완료 되자 죄인들은 돌아가고 사형수들을 태운 트럭이 온다.

경찰의 손에 의지하여 여자 두 명과 남자 네 명이 차에서 내린다. 그들은 걷지도 서지도 못하고 경찰들의 손에 끌려가고 있다. 죽은 시체를 끌고 가는 것인지 많은 경찰들이 힘겹게 사람들을 끌고 가고 있다.

사형수 각자가 자신의 나무 기둥 앞에 섰다. 경찰들은 사형수를 나무 기둥에 반듯하게 세우고 밧줄로 몸을 묶는다.

이마를 묶는다. 목 부위를 묶는다. 가슴부위를 묶는다. 그리고 중간부위를 묶는다. 무릎을 묶는다. 발목을 묶는다. 그리고 말뚝에 사형수들을 움직이지 못하게 고정시킨다. 그들은 입에 알맞은 돌이 물려져 있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아마도 그들은 죽기 전에 북한 정권을, 그리고 김정일에게 저주를 퍼붓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마지막 유언, 마지막 말 한마디는 돌멩이 하나에 제압되고, 그들은 아무런 말을 할 수없는 상태에서 웃고 있었고, 울고 있었다. 그들의 웃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들의 울음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들의 얼굴에 비친 작은 주름이 웃음인줄 알았고, 화난 얼굴의 눈물방울이 울음인줄 알았다.

그들은 20대 초반의 건전한 젊은 청년들이다. 처녀들이다. 하지만 죽음의 말뚝에 박힌 그들은 빨래 줄에 걸려 있는 무시라지 같이 초라한 모습으로 말뚝에 걸려 있었다. 20대의 젊은 청춘을 이제 총소리와 함께 마무리 지울 것이다.

그들의 죄명은 인신매매, 그리고 판사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고, 민족 반역자의 이름으로 처단한다는 말을 하였다.

“땅, 팍, 쓩”

총소리가 울렸다. 압축된 화약이 터지는 소리였다.

6명의 남녀는 하나같이 말뚝에서 머리를 숙였다. 저격수들의 총알이 이마를 관통하며 이마에 묶인 바를 끊어 버렸다. 머리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구치는 사람, 그리고 뇌가 터졌는지 하얀 거품 같은 것을 머리에서 부글 부글 쏟아내는 사람, 한발의 총소리는 피를 튕기고, 뇌 거품을 쏟아내고 있었다.

“땅, 팍, 쓩”

그리고 그들은 몸을 숙였다. 총알은 이미 목과 가슴을 통과하여 묶여 있던 바를 끊었던 것이다. 허리를 숙였다. 그리고 무릎을 끊고, 그들은 바닥에 깔린 마대 자루 속으로 들어갔다.

그들이 맞은 총알은 한 사람당 9발, 모두 54발, 북한에서는 한사람의 사형수를 죽이는데 9발이 총알이 소모된다. 살려고 해도 살 수 없다. 죽이기 위한 목적이다.

나는 그들의 마대 자루 속으로 들어갈 때까지 그들을 지켜보고 있었다. 모든 총알은 나를 향한 것 같았고 두려움만 가득했다. 경찰들이 시체가 든 피를 흘리는 마대자루를 트럭에 싣고 있었다. 사람들은 하나 둘 헤쳐지기 시작하고 나는 멍하니 사형이 집행된 곳을 바라보고 있었다.

경찰이 가고 난후 그 자리로 가보았다. 흙바닥에는 아직도 피가 흥건하다. 시뻘건 피는 어느새 검게 변하여 흙으로 잦아들고, 작은 뼈 조각과 살 조각들이 몇 개씩 보인다. 조금 전까지 살아서 울고 웃던 그들의 남기고 간 훈적이다.

(다음호에 계속)

탈북자 장성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