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终点站四平到了，全部乘客现在下车(쭝디엔짠따오러, 치엔브청커쎈짜이싸처) 중국인 안내원이 방송으로 뭐라고 웨친다. 방송 소리에 놀라 눈을 떠보니 여기가 어디인지 모를 뿐이다. 단지 모든 사람들이 짐을 싸들고 내리는 것을 보고 여기가 종점역인 줄 알았다.

인파에 밀려 기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어디가 출구이고 입구인지 몰랐다. 사람들을 따라 가면 될 수 있지만 그들과 함께 하기가 무서웠고, 여기 낯설은 고장 또한 무서웠다. 우리는 출구를 찾지 못해 헤매며 철길을 따라가 걸었다. 그렇게 역전 홈을 벗어나와 역전주위를 맴돌았다.

역전앞에는 크게 四平(사평)이라 쓰여 있었다. 북한에 있을 당시 조금의 한문은 배운 것이 있어 여기가 사평역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우리가 찾는 길림역은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다.

우리는 다시 철길을 따라 역점 홈으로 들어가고 있으려니 저쪽 멀리에서 철도 관리를 하는 사람이 우리를 불러 세웠다. 그리고 우리에게 이 길로 다니지 말라고 이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고 벙어리 손시늉을 하자 그는 말하다 지쳤는지 다른 곳으로 간다.

역전 홈에 들어섰다. 사평이라고 쓴 간판 밑에 화살표 방향으로 길림이라고 쓰인 문구가 있었다. 우리는 이쪽으로 가면 길림이라는 것을 나름 직감으로 알아냈다.

한 시간을 기다렸을까? 기차가 들어오고 있었다. 길림으로 가는 기차인지 어디로 가는 기차인지 모르지만 우리는 기차에 올랐다. 우리 손에 들려진 것은 연길에서 올 때 구입한 연길~길림 표밖에 없었다.

기차에 올라 스쳐지나가는 창밖의 풍경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저쪽 입구에서 철도복장의 청년이 차표 검열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겁이 났다.

한걸음, 한걸음 우리 앞으로 다가오고 있다. 우리 앞에는 6명의 벙어리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들에게서 표를 검사하고 우리 차례가 되었다. 우리는 연길~길림 표를 내밀었다. 하지만 철도복장의 청년은 계속 다른 것을 보자고 손시늉을 한다.

우리는 끝까지 벙어리 흉내를 취하자, 이번에는 좀 전에 검열을 마친 벙어리들에게 가서 같은 일행인가고 물어본다. 그들이 아니라고 손짓하자, 이내 우리를 포기 한 듯 지나쳐 버린다.

길림역은 한 정거장 사이였다. 길림역에 도착해도 표가 없어 출구로 나갈 수 없다는 생각에 우리는 철길을 따라 걸어 역전 홈을 빠져 나왔다. 아무도 단속하는 사람이 없었다.

길림역에 도착하였지만 우리가 찾는 목적지는 태산로(太山路)라는 마을이다. 허나 어떻게 갈지 몰랐다. 무작정 아무버스나 올라 버스기사에게 편지봉투를 내밀었다. 버스기사는 3번 버스를 타고 가라고 손가락을 펴 보이며 위치를 알려준다.

기사가 말한 곳에는 3번버스가 있었다. 버스에 올라 버스기사에게 편지 봉투를 보여주자 버스기사는 친절히 그 곳까지 간다고 머리를 끄덕이며 자리에 앉으라고 손짓한다. 버스 값을 지불하지 않았지만 버스기사는 아무런 소리도 하지 않고 목적지에 도착하자 친절히 어디로 어떻게 가는 지 알려준다.

그가 가르쳐 준 곳을 찾아갔지만 우리가 찾는 목적지는 찾을 수 없었다. 하여 택시를 타기로 마음먹었다. 지나가는 택시를 불러놓고 택시기사에게 편지 봉투를 보여주자 알았다며 태산로(太山路)를 안내 해준다.

택시 기사는 우리에게 택시 요금이 20원이라고 한다.(당시 택시요금 5원)  우리는 아무것도 모르고 백 원짜리를 꺼내자 그는 80원을 거슬러 준다.

편지봉투에 씌어진 주소는 태산로(太山路) 외에 아무런 주소가 적혀 있지 않았다. 단지 누나 이름인 장옥희라는 세글자 만이 나머지 주소를 대신 할 뿐이다.

우리는 허탈감에 싸였다. 태산로(太山路)가 작은 것으로 알았지만 사람들이 많은 도시의 한 동네 였다. 태산로(太山路)에서 말을 모르고 사람을 찾기란 바다에 빠진 바늘 찾기였다.

우리는 걷고 또 걸었다. 태산로(太山路) 길은 길게 이어지고, 사람들이 과일을 팔고, 먹거리를 파는 시장 동네였다. 시장의 끝으로 가자 아파트가 보였다. 이 동네에 우리누나가 살고 있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들떴다. 하지만 이름 세 글자로 몇 천 명의 살고 있는 동네에서 누나를 찾을 수 없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우리는 잠자리를 찾아야 한다는 생각에 다시 시장으로 나왔다. 나오는 길에 작은 가게의 간판을 보니 우리에게 기쁨을 주는 한글이 씌어졌다.

<개고기국, 개고기 반찬, 소고기요리> 우리는 기뻤다. 낯선 땅에서 보는 한글 그것은 우리에게 힘을 주는 글자였다.

우리는 한참동안 문 앞에서 서서 한글을 읽었다.

“개고기국, 개고기 반찬, 소고기 요리”

이때 주인아줌마가 나오면서 중국어로 뭔가를 이야기 한다. 우리는 알아듣지 못해 머뭇거리자 그녀는 이번에는 한국말로 이야기 한다.

“뭐 드실래요? 어서 들어오세요”

“네”

우리는 그녀를 따라 들어갔다. 그녀는 냉장고에서 얼음물을 꺼내 우리에게 부어주며 무엇을 먹겠는가고 이야기 한다.

우리는 개고기국이 먹고 싶다고 하자 북한에서 왔기에 돈은 받지 않는다고 하며 주방에서 열심히 우리를 위해 요리를 준비하고 있었다.

잠시 후,

식탁에 나온 것은 여러 가지 고기로 된 반찬과 큰 그릇에 담긴 법이였다. 우리는 낯선 땅에서 받은 그녀의 은혜에 너무나 고마웠다. 몇 번이고 고마움을 표시하고, 정신없이 하루의 배고픔을 채웠다.

저녁을 먹고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그녀는 어디 가서 자겠느냐고 여기서 자고 가라며 이불과 베개를 내다주며 잠자리를 마련 해준다. 그녀의 배려에 고마움을 표시하고 우리는 잠자리에 들었다.

다음날 그녀는 우리가 누나를 찾으려 왔다는 것을 알고 도와주겠다고 하며 밖으로 나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가? 그녀는 젊은 경찰과 함께 들어와서 경찰에게 술과 안주를 대접하며 뭔가를 중국어로 이야기 하고 있었다. 우리는 경찰의 방문에 두려움도 있었지만 그녀는 우리에게 괜찮다고 말하며 계속 경찰과 이야기를 한다.

경찰이 가고난 후, 그녀는 좀 전에 잘 아는 경찰과 이야기를 나누고 호적 조회를 한 결과 우리가 찾는 장옥희라는 여자는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녀는 여기 중국 땅은 북한보다 엄청 크므로 사람 찾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그녀의 모든 행동, 모든 대접, 모든 이야기 정말 고마웠다. 우리는 몇 번이고 고마움을 표시하고 갈 준비를 서두르자. 그녀는 냉장고에서 우리가 먹을 물, 그리고 먹을거리를 봉투에 담아주고 맛있는 거 사먹으라고 돈 5원을 쥐어준다.

5원, 적은 돈이었지만 낯선 땅에서 모르는 사람에게서 받아본 사랑이고  돈 5원은 5억보다도 큰 사랑 이였고, 그 사랑은 말로 보답할 수 없었다.

이때까지 내가 만나본 중국 사람들은 안 좋은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 여인을 통하여 중국사람 조선족의 이미지에 대해 다시 한번 평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중에 알고 보니 그녀 또한 탈북자였다. 그녀는 중국에 온지 10년이 넘었고, 같은 북한에서 왔다는 이유로 우리에게 성심성의 것 대해 준 것이다.

우리가 역전으로 간다고 하자 그녀는 버스역 까지 우리를 바래주고, 버스 타는 것을 보고 돌아 섰다.

길림역에 도착하자, 길림역에도 우리가 좋아하는 글귀가 있었다.

<연변개고기국>

우리는 문을 열고 들어섰다. 연변사람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우리는 서빙을 하는 여자에게 연길까지 가는 기차표를 사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물어보자 그녀는 연길을 중국어로 가르쳐 주며 “옌지”라고 말하면 표를 구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식당을 빠져 나와 서빙 여인이 알려주는 곳으로 가서 표를 구입했다. 기차시간을 보니 저녁 10시였다. 저녁까지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역전 주위를 돌아다녔다.

역전 앞에는 사진을 찍어주는 사진사들의 우리를 보고 사진 찍고 가라고 우리를 부른다. 우리는 여기까지 온 추억을 남기고 싶어 돈 10원에 사진 한 장을 찍었다.

그렇게 역전 바닥을 헤매고 있으려니, 저 멀리에서 자그마한 아이가 길거리 행인들에게서 돈을 구걸하는 것이다. 그 아이는 사람들의 뒤를 따라다니고 사람들의 발목을 붙잡고 돈을 구걸하며 돌아다니다가 역전 앞 벤츠에 앉아 있는 여인을 불렀다.

“엄마”

나는 그 소년의 입에서 나온 말 한마디가 반가워 그에게 다가갔다.

“너 집이 어디야?”
“조선이야”

아이는 서슴없이 조선이라 자신을 밝힌다.

“그럼 저기 있는 것이 너 엄마야”

“응”

아이는 머리를 끄덕인다.

“나두 조선인데, 넌 조선 어디야?”

“단천이야”

갑자기 아이는 대답하다 말고 지나가는 행인의 바라보고 달려간다. 그리고 행인의 다리를 붙잡고 돈을 구걸한다.  조선어로, 한국어로 아이는 돈을 구걸하고 있었다.

“삼춘 한푼 만 주세요, 일원이라도 일없습니다”

행인은 아이를 발목에 달고 질질 끌고 가고 있었다. 하지만 아이의 조선어, 한국어가 아이의 발목을 잡고 놓지 않는다.

“삼촌 한푼만 주면 되요. 그래야 우리는 엄마랑 살수 있어요”

그리고 아이는 중국어로 다시 외쳤다.

“给我1开钱(게이워 이카이 치엔)" ”일원 주세요”

그때에야 비로소 말귀를 알아들은 행인은 아이를 발로 찼다. 우리의 조선어는, 우리의 한국어는 저 멀리 중국 땅에서 발길에 채웠다. 밟혔다. 지나가는 행인으로 인하여 우리의 조선어는 무참히 짓밟히고 있었다.

그러나 아이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아이에게서 우리의 한국어가 밥줄이고 사람들은 때로는 이상한 나라의 언어 조선어라 돈 한 푼 던져 줄때가 있다.

오늘도 우리의 한국어는 작은 두 손을 내밀며 중국의 행인이 던져주는 돈 1원에 목숨을 건다.

탈북자 장성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