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대의 밧줄을 끄는 말처럼

헤밍웨이의 명작소설 《무기여 잘 있거라》의 프레데릭 중위는 연인인 캐서린과 함께 '전쟁의 덫'이 없는 중립국 스위스로 탈출한다. 그들은 가을이 지나고 겨울도 지나고 3월이 올 때까지 스위스의 아름다운 곳에서 '전쟁의 덫'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처럼 牧歌的(목가적)인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그러나 죽음의 덫이 그들의 행복을 빼앗아 가버린다. 캐서린이 難産(난산)으로 제왕절개 수술을 받은 후 죽는 것이다. 이로써 프레데릭과 캐서린의 탈출 이야기는 끝난다. 죽음에는 탈출이 없기 때문이다.

캐서린의 虛荒(허황)된 죽음으로 끝나는 소설의 마지막 부분은 헤밍웨이가 “오랜 세월 후에도 견딜 수 없을 만큼 痛切(통절)한 비애를 자아낸다”고 말할 만큼 독자들의 가슴을 비애로 적신다. 우리를 더욱 더 암울하고 슬프게 하는 것은 캐서린의 죽음에 대한 세상의 무심함이다. 캐서린이 수술대에 누워 있을 동안 프레데릭은 텅 빈 홀에 앉아 있다가 간호사 두 명이 수술실로 달려가는 것을 보게 된다. 그들 중 한 명이 말한다.

〈“제왕절개 수술을 한다지?” 다른 한 명이 말한다, “시간에 꼭 맞춰 왔군. 다행이지 않아?”〉

프레데릭은 캐서린이 죽어 가는 것을 보는 고통을 견딜 수 없어서 병원을 나와서 근처의 카페로 간다. 불빛이 밝은 카페에는 한 남자의 세계가 온통 무너져 내리는 것을 전혀 의식 못 하면서 사람들은 담소를 나누고 카드놀이를 하고 맥주를 마시고 있다. 프레데릭은 “그녀가 죽어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라고 절규하지만 세상은 한 개체의 죽음에는 쇠붙이처럼 무심하다.

우주는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을 파괴한다. 이들의 죽음을 알리는 弔鐘(조종)은 우리들 주변에서 항상 울리고 있다. 죽음이 존재의 조건인 것이다. 인간이 당하는 이러한 죽음과 고통에 대해 우주는 무심하다. 우주는 공허하고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교수대의 밧줄을 끄는 말처럼 우주는 한 개인의 죽음에 대해 무심하다. 죽음에 대한 선악의 기준도 없다. 우주는 가치중립인 것이다. 비행기에서 떨어지는 포탄이 선한 사람과 악한 사람을 구별하지 않고 죽이듯이 우주는 그 운행 과정에서 악인이나 선인이나 무차별적으로 죽이기도 한다.

수천만 명이 학살당하여도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타인들의 죽음에 무심하였다. 개인의 죽음은 물론 대량학살 같은 참혹한 일에도 무심하였다. 현대의 최첨단 문명시대에도 사람들이 타인의 죽음에 무심하기는 마찬가지이다. 소련의 레닌과 스탈린이 수천만 명을 학살할 때도 사람들은 무심하였다. 中共의 모택동 일당이 수천만 명을 죽여도 우주도, 세상도 무심하였다. 자유와 인권의 나라라는 미국사람들도 영국사람들도 먼 산 불 보듯이 하였다.

일반 민중은 물론 지식인도, 성직자도, 인권운동가도 침묵하였다. 캄보디아의 공산주의자들이 자기나라 인구의 3분의 1을 학살하여도 세계는 무심하였다. 김정일 일당이 북한 주민 300만 명을 굶겨 죽이고 수용소에서 수십만 명을 죽이고 있어도 사람들은 무심하였다. 오히려 한국의 좌파들은 김정일 일당에게 100억 달러나 퍼주며 학살을 도와주기도 하였다.

지금도 북한, 시리아, 수단,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등 세계의 到處(도처)에서, 數億(수억)의 사람들이 맞아 죽고 굶어 죽어가고 있어도 지구촌 사람들은 무심하다. 사람들은 춤추고 술 마시고 음악을 듣고 미술품을 감상하고 소설을 읽고 영화를 보며 삶을 즐기고 있다. 이것이 자연이 창출한 인간 本然(본연)의 모습이다. 인류는 수십만 년 동안 이렇게 살아왔다. 이렇게 살 수밖에 없다.

세월호의 죽음에도 사람들은 무심하다. 세월호 참사의 소식을 접하고 일부 사람들이 눈물을 흘리는 등 동정과 연민의 情을 잠깐 나타내기도 하였지만 곧 잊어버리고 일상으로 돌아가 버렸다. 유족들의 슬픔을 영원히 잊지 않고 공감하는 것이 當爲(당위)일지는 모르지만 현실은 사람들의 망각과 無心이다. 현실을 당위로 착각하고 당위에만 집착하여 당위를 강요하면 분노가 일상이 되기 쉽다. 유족들이 현실을 당위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유족들의 諒知(양지)를 기대한다.

http://insidetheworld.net/article/view.php?bbs_id=news&doc_num=209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