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만이 굶어 죽은 90년대 이후에도 북한경제는 지속적인 침체에서 헤어나지 못했지만 주민들은 나름대로의 적응력과 피타는 노력으로 스스로의 삶을 꾸려나갔다.

북한 주민들의 생존방식은 체제의 구속에서 벗어나거나 정권의 통제를 무시하는 것. 김정일 독재정권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주민들은 장사와 뙈기밭농사를 비롯한 개별적 경제활동을 적극적으로 해나갔다.

90년대 이후 주민들이 굶어죽지 않고 살아남은 것은 북한경제의 어떤 변화나 그에 따른 효과 때문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정권의 통제와 구속을 무시한 개별적 경제활동을 끈질기게 진행한 결과였다.

열악한 환경에 적응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지만 북한 주민들에게는 그 길밖에 없었다. 정권의 혜택이나 경제상승의 덕이 아니라 끈질긴 생존투쟁의 결과로 주민들은 강냉이밥이라도 먹고 살 수 있었다.

그렇게 아사의 위협에서 일시적이나마 벗어났던 북한 주민들은 올해에 또다시 심각한 굶주림에 시달리고 있다. 이유는 작년부터 김정일 독재정권이 정권강화를 목적으로 주민들의 개별적 경제활동을 무자비하게 탄압해오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봄부터 김정일 독재정권은 ‘150일 전투’와 ‘100일 전투’를 강행하는 등 주민들을 묶어놓는데 총력을 다 했다. 주민들 식량 소비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소토지’ 농사와 도시 거주민들의 생계수단인 장사가 전 지역에서 탄압대상이 되었다. 북한 주민들 속에 유통되는 식량의 40%는 소토지 농사에서 나온다고 말할 만치 주민들의 소토지 농사는 광범(廣範)하다.

주민들의 생존수단인 소토지 농사를 무자비하게 탄압한 김정일 독재정권은 작년 12월 초 급기야 날강도적인 화폐개혁을 강행했다. 결과 북한 주민들은 지금 90년대 중반처럼 극심한 굶주림과 아사 위협에 직면했다. 김정일 독재정권의 강경한 제도관리가 주민들의 삶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었다.

김정일 독재정권의 존재형태 자체가 반(反)인민적이라는 것은 새로운 말이 아니지만 최근 수년간의 특징을 살펴보면 유다르다.

그 유다르다는 것은 독재정권이 김정은의 후계자 등극을 위해 전체 북한사회를 ‘재정비’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에 대해서 주민들은 어떤 견해를 가지고 있을까?

지난 4월 초 무역 친척방문으로 중국에 온 한 북한 주민은 본 방송국 연길시 통신원을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지금 조선은 90년대와 같은 경제적 위기에 직면해있다. 조선의 악화된 내부 상황은 독재정권의 반인민적 정치가 만들어 놓은 것이다. 지금 북조선 사람들도 김정일이나 그 측근들이 김정은을 후계자로 앉혀놓기 위해서 (후계자 등극을 위한 사회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 북조선 사회와 주민들을 통제하고 묶어세운다는 것을 알고 있다. 더욱 악화되는 지금의 현실 앞에서 사람들은 끼리끼리 모여 이런 말을 한다. ‘94년 수령님(김일성)이 서거한 후에도 수많은 사람들이 비참하게 굶어 죽었다’ 사람들이 보위부가 무서워서 더 이상 말을 못하지만 그들의 속말은 또다시 이어지는 봉건적 세습은 곧 참상이라는 것이다”

끝으로 그는 올해 아니면 내년에 당 기관의 말단 단위인 당 세포들이나 인민군의 중대 또는 대대급들에서 김정은을 후계자로 추대하는 방식으로 김정은 후계자 확립을 공식화 할 것으로 내다봤다.

진선락 기자 dmsgur325@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