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개혁이 실패로 돌아가면서 개혁을 주도했던 박남기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을 전격 해임시킨 북한정권이 책임을 물어 그를 최근 총살했다는 소문이 주민들 속에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6일 본 방송국 함경북도 청진시 통신원은 권력층 내부에서 화폐개혁 실패에 대한 책임 공방이 벌어지고 그 와중에 화폐개혁을 주도한 박 부장이 모든 책임을 진 채 3월 초 총살되었다는 소문이 평양에서 지방으로 퍼지고 있다고 전했다.

통신원은 “화폐개혁 이후 극심한 인플레이션과 시장 기능의 마비가 시작되면서 쌀값이 지난해 12월 초 1kg당 20원에서 17일 현재 1,400원으로 불과 넉 달 동안 70배가 폭등하는가 하면 아사자가 발생하는 등 사회가 전반적으로 혼란에 빠져있다”며 “이번 화폐개혁으로 인해 생계비를 다 빼앗긴 주민들은 물가는 종전으로, 생활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모든 책임이 김정일에게 있다고 낙인찍고 있다”고 현지 분위기를 설명했다.

또 북한당국은 “화폐개혁을 통해 물가를 안정시킨 뒤 그 성과를 김정일의 삼남 김정은에게 돌려 후계체제를 굳힌다는 복안이었지만 결국 실패로 돌아가자 애매한 박 부장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며 “주민들은 박 부장을 총살할 것이 아니라 김정일을 죽여야 한다고 대놓고 말하고 있다”고 전했다.

90년대 중반 대규모 아사(餓死)사태로 민심이 악화되자 김정일은 당 농업비서인 서관히를 미국 간첩으로 몰아 평양 시민들 앞에서 공개처형함으로서 자신에게 향하던 주민들의 불만을 무마한 바 있다. 그러나 북한 주민들 속에 퍼지고 있는 박 부장 사형소문이 사실일지라도 김정일은 화폐개혁으로 인해 주민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책임에서 절대로 벗어날 수 없다.

박 부장은 2005년 7월 북한경제사령탑인 노동당 계획재정부장에 임명됐으며, 지난 수년간 북한 내 자생적 시장경제 요소를 없애는 데 앞장서 온 김정일의 최측근 인물이다.

김은호 기자 kyz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