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중앙 경제정책검열부가 지난 1월 중순경 주민생활 실태조사를 진행한 결과 주민들의 생활 형편이 매우 심각할 정도로 어려운 것으로 나타났다고 2일 대북지원 단체 좋은벗들이 실태조사 자료를 인용해 밝혔다.
단체는 이번에 큰 타격을 받은 주민들은 장마당 상인들로서 이들은 시장운영 금지와 물가폭등으로 생계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몰래 장사를 하려고 해도 상품이 없고, 무역회사나 ‘돈주’들이 극심한 시장 단속에 물건을 내놓지 않는 탓에 전반적으로 시장이 위축돼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주민실태를 조사한 내각성의 한 관계자는 “식량이 없어 굶거나 돈이 있어도 사먹을 식량이 없어 굶어죽는 세대들이 각 도(道)마다 나타나고 있다”며 “통계자료에 따르면 제일 사정이 어렵고 힘든 곳은 함경남도이고 그 중에서도 단천시”라고 전했다.
또 단천시의 한 간부는 “사람이 많이 죽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면서 “노인들의 건강이 신통치 못한 것도 이유이지만 먹을 것이 없어 많이 죽어가고 있으며, 현재 시내 전역에서 일주일씩 물만 먹고 아무 것도 못 먹다가 굶어죽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형편”이라고 상황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단천시는 올해 1월 초부터 26일까지 굶어죽는 세대가 가장 많이 발생한 곳이다. 각 인민반(동) 주민들이 굶주림 때문에 일하러 나가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사망자가 하루에 1~2명씩 속출하고 있다.
현재 시당(市黨)에 통보된 자료에 따르면 굶어죽는 사람이 다음으로 많은 곳은 함경북도 청진시이다. 청진시는 타 지역에 비해 특히 기업소 노동자들이 많으며, 지금까지 전국의 도매시장 역할을 해오다가 시장운영 금지 조치로 인해 상인들이 심한 타격을 받았다.
청진시 노동자들은 대부분 8.3인민소비품 판매나 장사로 생계를 유지했지만 이번 새로운 경제관리 조치로 ‘고난의 행군’ 시절 보다 사정이 더 어려워졌다.
그 밖의 다른 지역도 화폐교환 조치 이후 식량난을 겨우 버터오던 주민들이 1월 중순이 넘어서면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 중순경 실시된 경제정책검열부의 주민생활 실태조사와 관련해 실태조사 자료가 김정일에게 전해진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익명을 요구한 북한 고위급 간부 출신의 탈북자는 “김정일이 참석한 가운데 이루어지는 회의 좌석에서 김정일에게 심려를 끼치는 말을 한 사람은 죄인이 되어 앉지도 서지도 못하고 다른 사람들의 눈총을 받는 대상이 된다”며 “때문에 모든 고위 간부들이 거짓보고를 올린다”고 밝혔다.
또 “김정일 자체가 오래전부터 좋은 말, 아부에 습관이 되어 자신의 생각에 거슬리는 말을 들을 때 화를 내는 인간이다”며 “김정일의 화를 돋운다는 것은 곧 자신의 생명과도 결부되기에 누구나 좋은 말만 한다”고 덧붙였다.
북한 당국이 주민생활 실태조사를 열 백번 한다고 해도 그것은 단지 보기 좋은 허울에 지나지 않은 것이다. 김정일은 지금도 강냉이가 없어 굶어 죽어가고 있는 북한의 현 실태를 모르는 상태에서 “우리 인민이 강냉이밥을 먹고 있는 것이 제일 가슴 아프다. 이제 내가 할 일은 흰 쌀밥을 마음껏 먹게 하는 것”이라고 떠벌리고 다닌다.
장성근 기자 nihao553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