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대망의 첫 해가 밝았다. 2009년 겨울은 근래에 들어 유독 흰 눈이 많이 내린 해였다. 서울 전역이 곱고 흰 눈에 쌓여 마치 하나의 하이얀 수채화와도 같은 풍경이 되었다.

한 때 겨울이 되면 서울 전역에 소녀들이 부르는 ‘흰 눈이 기쁨 되는 날’이라는 노래가 울려 퍼진 적이 있었다. 평균 10세 이하의 소녀들이 합창하는 이 노래의 가사는 “흰 눈이 기쁨과 미소되는 날, 흰 눈이 꽃잎처럼 내려와 우리의 사랑 축복해”라는 내용이었다.

물론 10~20대의 젊은 층 연인들을 노리고 음반사가 내놓은 상업 가요였지만, ‘흰 눈’과 ‘기쁨’이라는 두 단어로 인해 이 노래는 기자와 기자의 탈북자 친구들에게 있어서 남달리 깊은 뜻을 지니고 있었다.

누구나 알다시피 북한은 남한에 비해 눈이 많다. 평양에는 올해 서울보다 앞서 첫 눈이 내렸으며, 그보다 앞서 함경도와 양강도, 자강도 등 국경지역은 이미 두터운 눈발이 휘날렸다.

남한에 있어서 눈은 기쁨이요, 행복이요, 순결의 상징이지만 북한에서는 그러하지 못하다. 대다수의 주민들이 심각한 식량난 속에서 생활의 필수품인 식량과 연료를 충분히 제공받지 못하고 있다.

살을 에이는 추위를 뚫고 장마당에 벌여놓은 좌판으로 하루하루를 벌어먹으며 머나먼 야산에서 힘들여 찍어 온 땔감으로 난방을 겨우 해결하는 북녘 주민들에게 있어서 흰 눈은 곧 고통의 상징이다.

기자와 기자의 탈북자 친구들은 이런 점에서 소녀들의 노래에 깊은 뜻을 부여한 것이었다. ‘흰 눈이 기쁨이요 미소가 되는 날’ 그 날은 바로 북녘이 압제에서 해방되는 날이리라.

‘흰 눈이 꽃잎처럼 내려와 우리의 사랑 축복해’라는 구절도 의미가 있었다. 그 곳에서 군복무 시절을 보낸 사람이라면 너무나 잘 아는 사실이지만 남북을 가로막고 있는 비무장지대(DMZ)는 폭설로 유명하다. 마치 이른 봄 화개장터에서 쌍계사에 이르는 길목에 떨어지는 벚꽃 잎처럼 눈이 내리고 내려서 쌓인다.

기자와 친구들은 흰 눈이 꽃잎처럼 내려 우리의 사랑이 축복된다는 구절처럼 바로 이 흰 눈이 쏟아지는 비무장지대에서 사랑하는 남북 한민족이 다시 만나 재회의 기쁨을 나누는 그 날이 오기를 염원한 것이었다.

이를 종합해 노래의 가사를 필자식대로 해석하면 ‘북한이 해방되는 날 흰 눈이 쏟아지는 비무장지대에서 한민족은 재회의 기쁨을 나누리’였다.

2010년은 뜻 깊은 해이다. 민족상잔의 비극인 6.25전쟁이 발발한지 60주년이 된다.

60년 전 우리 민족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죽고 죽이는 아픔을 겪었다. 그 때는 몰랐다. 그것이 선(善)이 아닌 악(惡)을 위한 행위라는 것을. 그러나 60년이 지난 오늘 우리는 안다. 우리는 서로를 미워할 하등의 이유가 없으며, 우리는 물보다 진한 피를 나눈 혈육이라는 것을.

300만을 굶겨 죽인 인류역사상 가장 악랄하고 무자비한 독재자일지라도 우리 민족의 필연적 재회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이제 2010년 새해에는 흰 눈이 기쁨으로 되는 그 날이 반드시 올 것이다.

통일의 그 날, 남북 7천만 한민족은 분단의 장벽을 걷어내고서 하나의 영혼, 하나의 정신이 되어 맞잡은 두 손 놓지 않은 채 ‘덩덕쿵 덩덕쿵’ 민족의 춤사위를 벌이며 통일한반도의 원년(元年)을 맞이할 것이다.

오주한 기자 ohjuha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