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아침에 부모를 잃거나 부양해주던 가족을 잃었다. 그리고 꽃제비가 되어 거리를 떠돌아다닌다 |
북한에서는 일반적으로 부부 중 남성이 직장에 출근하고 여성은 집에서 가사를 책임진다. 하지만 농촌지역으로 시집간 여성들은 남성과 마찬가지로 고된 농사일과 가사를 동시에 책임져야 한다.
이러한 이유로 과거 도시의 여성들은 농촌으로 시집가는 것을 회피했다. 그러나 90년대 중반부터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면서 많은 여성들이 배를 곯지 않기 위해 농촌에 시집가는 것을 점차 선호하게 되었고 미혼 여성들도 농촌에서 일하기를 희망했다.
북한에서는 보통 미혼 여성들이 결혼 적령기인 28세에서 29세가 될 때까지 남성과 마찬가지로 직장에 출근해야 한다. 결혼 이후에야 비로소 출근이라는 무거운 짐에서 벗어날 수 있다.
하지만 90년대 중반부터 가정주부들은 생계를 책임져야 할 무거운 의무를 안게 되었다.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고 식량구입을 위해 먼 길을 떠나지 않으면 안 되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남성들은 배급도 월급도 주지 않는 공장에 계속해서 출근을 해야 했다. 만약 결근 사유를 밝힐 병원진단서를 제출하지 않고 출근을 거부할 시에는 노동단련대에 끌려간다.
이에 어쩔 수 없이 북한의 모든 남성들은 할 일 없는 직장에 출근한 뒤 집에 돌아와서도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 이른바 ‘집 지키는 개(犬)’가 되었다.
결혼을 하지 않은 미혼의 여성들은 어떠한가? 이들도 마찬가지로 월급도 배급도 주지 않는 직장에 출근해야 하며 출근을 거부할 시에는 남성과 똑같이 노동단련대에 끌려간다.
필자가 북한에 거주할 당시 부모님이 돌아가시자 생계의 모든 책임은 21살에 불과한 누나의 몫으로 남았다. 누나 밑에는 3명의 동생이 있었다. 이에 누나는 어쩔 수 없이 직장 출근을 하지 못하고 장마당에서 장사를 하게 되었다.
누나가 출근을 거부한지 3일째가 되자 직장에서 ‘청년동맹구루빠’라는 사람들이 찾아왔다. 그들은 신발도 벗지도 않고 방 안 여러 곳을 수색하다가 이불장에 숨어 있던 누나를 발견했다.
“이 간나XX, 여기 있었구나”
다짜고짜 누나의 따귀를 때리던 그들은 누나의 머리채를 잡고 끌고 갔다.
다음날 누나는 돌아왔다. 그들에게 술과 안주를 대접하고 사정을 이야기하자 며칠만 봐주겠다고 놓아주었다는 것이다.
며칠 후 또다시 그들이 찾아왔다. 이번에도 누나의 따귀를 때리던 그들은 누나가 팔려고 내놓았던 생선을 모두 회수해갔다. 그리고 그 후부터 누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청년동맹구루빠가 누나를 강제로 노동단련대에 보냈던 것이다.
누나가 없어지자 3명의 동생들은 각자 목숨을 유지하기 위해 산에서 나무를 해다 팔고 농촌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야채와 양식을 훔쳤다. 누나가 없어지면서 모든 동생들은 점차 도둑으로 변해갔다. 주위사람들의 눈총과 놀림을 받으면서 꽃제비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이것이 곧 북한의 현실이다. 북한 정권은 모든 주민들에게 강제노동을 부여하고 있으며 노동에 충실하지 않으면 감옥과도 같은 노동단련대에 보낸다.
지금 북한에는 예전에도 없던 ‘청제비’와 ‘노제비’가 등장했다. 이들도 과거의 필자와 마찬가지로 한 순간에 자신을 부양하던 누군가를 영원히 잃거나 또는 노동단련대로 떠나보내면서 꽃제비가 된 것이다.
북한 정권은 부모를 잃게 된, 자신을 부양하던 사람을 잃게 된 꽃제비가 생겨나는 것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오직 직장에 출근해 그들을 위해 일하기를 강요할 뿐이다.
탈북자 장현철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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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10-07-23 (08: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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