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2년 독일의 파시스트 군대는 체코의 리디체(Lidice)라는 마을에서 16세 이상 남자 140여명과 영아 전부를 살해한 뒤 부녀자와 아동 90명을 수용소로 보내고 마을의 집과 건축물을 모두 불태워 마을을 완전히 소멸시켰다.

이에 리디체촌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전쟁으로 죽어간 어린이들을 추모하는 한편 어린이를 학살하거나 해하는 것을 반대하고 아동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목적으로 1949년 11월 국제민주부녀연합회는 모스크바에서 회의를 열고 6월 1일을 전 세계 아동명절로 지정했다.

북한은 1950년부터 6월 1일을 ‘아동절’로 규정하고 각종 행사, 전시회, 어린이 장기자랑 등을 진행해왔다.

북한 정권은 어린이를 두고 ‘나라의 왕’이라 떠벌리며 <어린이들을 사회적으로 키우는 것은 사회주의 국가의 중요시책의 하나>라는 어린이를 위한 법까지 제정하고 아동절에는 특별히 즐겁게 보낼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아동절이 되어도 정작 부모는 직장으로 출근을 해야 하기에 어린이가 부모와 함께 공원에 들놀이를 가는 등의 개념은 없다. 대신 어린이들은 유치원 또는 인민학교(초등학교)에서 조직하는 단체 활동에 따라 운동장이나 등산을 떠나 각종 행사를 참가한다. 그러나 아동절이 되면 부모들은 고통과 슬픔을 감수해야만 한다.

대개 부모는 아동절이 되면 갖가지 음식을 준비한 뒤 자녀뿐만 아니라 교사의 도시락까지 마련한다. 도시락에 담긴 정성과 음식재료의 가격에 따라 교사의 신임을 얻는 동시에 자신의 자녀가 남부럽지 않게 떳떳이 도시락을 펼칠 수 있도록 하는데 중점을 둔다.

실제로 많은 교사들이 학생이 싸온 도시락을 놓고 학생과 학부모를 평가하며, 비싼 재료로 마련된 도시락을 다시 자신의 상사인 교장에게 바쳐 신임을 얻으려고 한다.

때문에 가난한 가정의 어린이들은 교사에게 바칠 도시락을 싸오지 못하는 상황이 누적되면서 자신도 모르게 작은 일에도 교사의 꾸지람을 듣게 되며, 더 나아가 학급 친구들 사이에서도 따돌림을 당하게 된다. 심지어는 학교를 그만두는 어린이들도 늘어나고 있다.
 
 

학업을 포기한 어린이들은 대개 생활전선에 뛰어들거나 길거리를 돌아다니는 꽃제비(방랑아) 생활을 하게 된다. 시장과 기차역 등지를 떠돌아다니면서 먹을 것을 구걸하거나 힘이 약한 어린이나 여성이 먹는 음식을 훔치는가 하면 땅에 떨어진 음식 중 먹을 수 있는 것을 주워 먹는 식으로 죽어가는 삶을 유지한다.

 

 

이러한 상황에 노출된 꽃제비들은 영양결핍으로 인해 몸이 약해져 쉽게 질병에 걸리게 되며, 위급하지 않은 사소한 질병에도 목숨을 잃는 어린이들이 수없이 많다.

장성근 기자 nihao5533@hanmail.net